해운업계의 선원 부족난이 심화되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해운시장의 해기사 수요는 70만5000명에 이르지만 실제 공급은 64만8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원 수요 대비 공급률은 91% 정도로, 지난해의 95%에서 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선원 수요는 68만5000명이었고 실제 공급된 선원은 65만명 정도였다. 선박량 증가로 지난해보다 선원 수요는 2만명가량 늘어났지만 공급은 오히려 소폭 줄어들었다.
드류리는 올해 선원난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선원 부족률은 2019년 0%대까지 하락했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21년 3%, 2022년 5%, 올해 9%로 가파르게 올랐다.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해운 시장 강세로 선박량이 늘면서 수요는 급증한 반면 공급 증가율은 이에 못 미친 까닭이다. 특히 올해 들어선 공급이 하락세로 전환해 선원 부족이 더욱 심화됐다.
영국 조사기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선원 교육이 차질을 빚은 데다 승선 근무의 매력도가 하락했다고 선원 공급 감소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1년 이상 하선하지 못하고 배에 갇혀 생활하는 선원들의 고충이 전해지면서 승선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선원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 두 국가 출신 선원들이 전쟁에 참여하려고 군에 입대하면서 선원 공급이 제한됐다는 평가다.
드류리 측은 “선원 노동 시장에선 복지가 임금보다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며 “가족과 원활히 연락할 수 있는 통신시설과 편의시설, 협력적인 업무 환경 등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의 선원 부족 심화 현상이 2028년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선원 임금 상승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원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해운업계에선 인건비뿐 아니라 선원의 확보와 유지 문제도 매우 큰 과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드류리 레트 해리스 연구원은 “선사들은 선원난을 해결하려고 대체 공급원을 찾고 있고 덩달아 선원 임금도 변동성을 띠기 시작했다”며 “시장이 강세를 띠고 있는 컨테이너선과 해양공급선박 분야에선 이미 임금 인상이 진행됐고 다른 선종에서도 빠른 속도로 인건비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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