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0 09:01

경쟁체제 팰릿 렌탈시장, 브랜드화로 전환점 마련해야

플랫폼 구축·친환경 소재 개발 등도 사업과제


팰릿(파렛트) 렌탈 시장에 경쟁 체제가 구축된 지 16년이 흐른 가운데 렌탈 사업에 브랜드를 도입해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기병 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박사(제1저자)와 고제경 제주대 무역학과 교수(공동 저자), 노태우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교신저자)는 최근 펴낸 ‘플랫폼 경제시대의 파렛트 렌탈 진출: AJ네트웍스 사례’란 제목의 논문에서 “현대 물류의 기본이 되는 팰릿 시장에 후발 주자로 참여한 AJ네트웍스는 20년 이상 독점 상태였던 국내 시장을 재편하고 매년 두 자릿수를 웃도는 고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팰릿은 무거운 물품을 쉽게 하역할 수 있도록 받침대 역할을 하거나 여러 화물을 한 데 쌓아 운송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물류 장비다. 과거엔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산 공장과 영업소에서 자체적으로 목재 팰릿을 제작해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물동량이 늘어나고 팰릿의 분실, 파손, 조달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렌탈 사업이 부상했다. 팰릿의 주 소재도 목재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논문에 따르면 AJ네트웍스가 진입하기 전까지 팰릿 렌탈 시장은 한 기업이 장기간 독점하는 구조였다. 한국파렛트풀은 1985년 일본파렛트렌탈에서 5만대의 팰릿을 공급받아 국내에 팰릿 풀 시스템(Pallet Pool System)을 구축했다.

팰릿의 규격을 표준화해 여러 물류업자들이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하는 시스템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파렛트풀은 유통물류 시장 성장에 대응해 전국 각지에 많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물류 표준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국내 굴지의 팰릿 렌탈 기업으로 성장했다.

팰릿 렌탈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사업 초기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충분한 장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적시에 공급하고 회수하는 물류망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장비의 사용 범위, 회수 기간, 위치 등이 고객별로 달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파렛트풀이 이 시장에서 20년간 독점적 지위를 향유한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팰릿 렌탈 시장의 독점 체제는 무너졌다. 시장이 1000억원대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자 AJ네트웍스가 파렛트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장비 재고를 안정적으로 비축하고 고객군을 석유화학기업으로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짧은 시간 내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2021년 현재 팰릿 렌탈 시장은 6000억원 규모로 커졌고 AJ네트웍스는 32%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장기 독점 체제를 구축해온 파렛트풀이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AJ네트웍스는 팰릿 렌탈 시장을 경쟁 체제로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팰릿 사업의 성공을 배경으로 이 회사는 2016년 지게차로 렌탈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석유화학기업 타기팅이 성공요인

이기병 박사는 AJ네트웍스의 팰릿 렌탈 사업 진출은 독점 구조를 경쟁 구조로 변화시켜 유통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고객이 렌탈 기업을 선택하고 장비 부족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경쟁자의 출현은 긍정적이란 진단이다. 

이 박사는 AJ네트웍스가 추가적인 성장을 도모하려면 팰릿 렌탈 사업에 브랜드를 도입해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묘미(MYOMEE)란 반려동물 렌탈 상품을 출시해 높은 성장을 달성한 롯데렌탈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 물류 산업이 저단가 중심의 경쟁이 치열해 브랜드화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단순히 제품을 빌려주고 렌탈료만 받는 사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AJ네트웍스도 팰릿 렌탈 사업을 브랜드화하고 추구하는 가치와 콘셉트를 내포한 이미지를 형상화해 기업의 미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체제 전환도 향후 과제로 지적됐다. 팰릿 이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수요와 공급을 최적화하고 물류의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TOC)을 낮추는 사업 전략이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박사는 “팰릿을 단순 대여·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제휴하고 제품의 확장성을 넓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ESG(친환경·사회공헌·윤리경영)가 기업 경영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친환경 팰릿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팰릿 등의 포장재 재활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해 많은 국가에서 이를 줄이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파손된 장비를 택배 용기로 개발하는 등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자원 순환 체계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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