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화학제품 운반선사인 하나마린의 강석심 회장은 최근 중견선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선원 문제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한국인 선원뿐 아니라 외국인 선원도 구하기 힘들어서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나 해운협회 주도로 일본처럼 미얀마 등 해외에 선원 양성학교를 지어 국내 해운사에게 공급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30년까지 동북아시아 최고의 케미컬 선사가 되는 게 목표라는 그는 선단 현대화로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화주 점유율이 높은 이유로 안전과 소통 경영을 들었다.
Q. 하나마린은 화학제품 수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간단한 소개 바란다.
일본 케이라인 대리점을 보던 천우사 선박부에서 일하며 해운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케미칼해운(현 KSS해운)에서 근무하다 나와서 1979년 새한해운 설립에 참여했다. 새한해운에서 황산 전용선 사업, 가스선 사업 등을 시작했고, 그게 성공했다.
이 경험을 살려 1987년 특수 화학제품 운반선사인 하나선박(현재의 하나마린)을 설립하고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 기업은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최근 1~2년 사이에 노후선을 다 정리하고 대체선을 계속 신조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3척의 신조선을 인도 받았다. 추가로 2척의 신조선을 발주했고, 앞으로도 1척을 더 지으려고 한다.
신조선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17년이던 평균 선령이 12년까지 낮아졌다. 현재의 선박 건조 계획이 마무리되면 선단 평균 나이는 10년까지 떨어진다. 선단 현대화로 26척이던 선박이 21척이 됐다. 이들 선박에서 선원 350명이 일한다. 한국인 선원은 150명이다.
Q. 최근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시장은 침체를 보이고 있다. 탱크선이 주력인 하나마린의 경영 실적이 궁금하다.
석유화학제품 수송 시장도 (시황이) 올 들어 꺾이기 시작했다. 사실 예기치 못한 엄청난 호황을 누린 원양항로와는 다르게 동북아시아 시장을 운항하는 국내 근해항로 선사들은 지난해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지 않나.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장기간 시행되면서 현지 시장 수요가 크게 줄었다. 강력한 코로나 규제는 선박 운항을 포함한 모든 물류 흐름에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했다. 도선사가 없다는 이유로 배가 1~2주 이상 대기하기 일쑤였다. 시진핑 3연임 발표 한 달 전에는 갑작스레 규제를 발표해서 양쯔강 상류 진입을 제한하고 들어가 있는 배도 빼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유 가격도 올랐다. 수요가 저조해서 급증한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았다.
다만 우리 회사는 페놀 등 응용 화학제품을 주력으로 취급하다 보니 다른 탱크선사보다 조금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 매출은 소폭 증가했고 이익도 여러 불리한 대외 여건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를 비롯해 주요 원가가 안정화하고 신규 사업 효과 등이 나타나면서 늘어났다. 올해 역시 중국이 관건이다.
Q. 일본계 고객이 전체의 70% 정도에 이른다. 비결이 뭔가?
케미컬 운반선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우리가 오랫동안 안전을 철저하게 지키니 신뢰하더라. 모든 걸 화주의 요구 수준에 맞추려는 노력도 밑거름이 됐다. 배를 지을 때도 일본 화주 부두시설 여건에 맞추고 화물 운송도 적기 운송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우리가 책임지는 화물은 공장에서 공장으로 이송되는 원재료거나 중간재료다. 배가 늦어지면 공장 가동에 큰 차질이 발생하기에 주요 화주들과 함께 사업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직원들이 일본어를 다 한다. 직원들에게 일본과 영어 등 3개국어를 기본적으로 하도록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이데미쓰 등 주요 일본 주요 석유화학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Q. 국제 사회의 환경 규제가 강화하고 있다. 대응 전략을 듣고 싶다.
앞서 얘기했듯 5~6척의 오래된 선박을 정리하고 신조를 많이 해서 규제 대응과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 우리 회사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케미컬 운송에 적합한 4000t(재화중량톤) 이하의 특수선박이 주력이다.
해운 시장의 친환경 저탄소 기조와 대체 연료 사용 요구와 경향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현재 주로 검토되고 있는 대체 연료를 신조선 건조에 반영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우리 회사 선형에 적용 가능한 게 없더라.
메탄올 추진 엔진을 장착하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연료를 실어야 해서 소형선에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 메탄올 연료는 출력이 기존 저유황 연료유의 60%밖에 안 나오기 때문이다. 신조 발주 때마다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Q.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올랐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환경뿐 아니라 사회 공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해운협회 회원사들이 설립한 공익 재단인 바다의 품 설립 취지에도 적극 공감하며 출연했다.
다만 ESG가 기업 경영과 관련한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지만 아직 중소중견기업에겐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해운협회를 비롯한 해운 관련 유관기관들이 중견기업의 ESG 경영에 관심과 지원을 좀 더 기울여야 한다.
Q. 선원의 승선 기피가 해운업계의 주요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선원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기존 선원은 노쇠화하고 있는데 신규 선원은 양성이 안 된다. 예전엔 한국인 선원이 공부해서 사관이 되고 선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구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외국인 선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중국이 육상 급여가 올라가서 자국 선원들이 배에서 내리다 보니 필리핀 인도네시아 선원을 싹쓸이해 간다더라. 안전이 선원 자질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나. 배를 최신형으로 지어도 우수한 선원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선원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무역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우리 선원을 양성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선진 해운국엔 자국 선원이 없다는 현실을 봐야 한다. 선진국들이 하지 못했던 자국 선원 양성과 유지를 우리나라가 하려고 한다면 선사와 선원에 특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심각한 출산율 저하로 이미 사회 전 산업 분야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지 않나. 한 자녀 가정에서 태어나 선진국의 풍요를 누려 온 젊은 세대에게 해기 전승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한국경제의 물류 대동맥을 책임지는 선원직에 뛰어들기를 바라는 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기대 같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배를 운용할 한국 선원 유지가 절실하다면, 이를 위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해운산업의 각 주체들이 모두 함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적 선원 확보가 어렵다면 차라리 선진 해운국처럼 선원 시장을 좀 더 개방해서 선박 운항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여러 해 전 일본 선사 중역과 필리핀을 다녀 온 적이 있는데 일본은 현지에 일본 말로 가르치는 학교를 세워서 선원들을 양성하더라. 깜짝 놀랐다.
우리도 정부나 해운협회 차원에서 미얀마 등에 선원 학교를 만들어서 해기 인력을 육성해줬으면 좋겠다. 해운회사들도 투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호응하리라 본다.
선원 부족 문제로 해운업계가 어려워질까 걱정이다. 5년 후에 정말로 선원이 없어서 배가 운항을 중단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나. 어쩔 수 없이 태운 수준 낮은 선원 때문에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다. 정부나 협회 등에 건의해도 안 되더라. 중견선사가 겪는 애로사항이 많은데 귀 기울여 듣는 곳은 없다.
Q. 대산항 예선료 과다 인상 문제가 유조선업계의 큰 이슈다.
대산뿐 아니라 여수 울산 등도 마찬가지다. 예선업체들이 공동배선제를 도입해서 정해진 요율을 안주면 예선을 안 주다보니 예선료가 재작년부터 3배 올랐다. 예선료가 오르다 보니 줄잡이, 통선, 물 공급 등의 부대 비용이 다 올라갔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동남아뿐 아니고 일본보다도 비싸다. 선사들은 한숨만 쉰다. 접안 안 시켜주면 우리만 손해 아닌가. 한시가 급해서 돈을 줄 수밖에 없다.
Q. 중단기 사업 전략은 뭔가?
2030년에 동북아시아 최고의 케미컬 선사가 되는 게 목표다. 특수 화물 점유율을 높여서 사업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 일반적인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이 아닌 특수 케미컬 화물들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신조선을 계속 도입해서 평균 선령을 낮추고 환경 규제에 대응하려고 한다.
또 안전을 최우선으로 경영하려고 한다. 우리 회사 경영 방침은 밀착 경영이다. 3C라고 부른다. 클로즈 모니터링(밀착 점검), 클로즈 에듀케이션 트레이닝(밀착 교육·훈련), 클로즈 커뮤니케이션(밀착 소통)이다.
소통이 잘 돼야 한다. 본사 지사 선박 3자가 원활하게 소통하는 걸 최우선으로 한다. 매주 금요일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부산지사, 동경사무소 등과 연결해서 화상 안전 회의를 한다. 3C 정책을 전 육해상 직원에게 확고히 심어줘 타사와 차별화되는 우리 회사만의 특별한 안전 문화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Q. 끝으로 해운업계 및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당국에서 중소선사와 중견선사의 현장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다. 선원 문제도 그렇듯 근해를 운송하는 선사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봤으면 한다. 중견선사 의견을 듣는 창구가 없어서 많이 아쉽다.
특히 선원문제와 같이 우리 해운업의 미래를 좌우하면서도 각 주체간의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 당국이 미래를 위한 정책적 대안 제시와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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