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시민단체가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 인천시 측에 10년 가까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의 조속한 건설과 인천신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를 개발하는 골든하버사업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주재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골든하버사업, 인천항 중고차 수출 활성화 대책 등 인천항 발전에 필요한 대표적인 3가지 현안을 제기했다.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의 경우 총연장 260.6km 14개 구간 가운데, 민자로 건설된 74km 5개 구간과 국고가 투입된 5km 1개 구간이 개통을 마쳤다. 민자로 진행되는 29km 1개 구간과 재정사업인 102.42km 5개 구간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재정사업인 인천-안산 19.8km 구간은 유일하게 착공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남송도나들목과 시화나래나들목을 잇는 8.4km는 2023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가 2030년까지 개통한다는 방침이지만 나머지 남송도나들목-남항교차로(아암IC) 11.4km 구간은 아직까지 노선조차 확정을 짓지 못했다. 노선이 지나게 되는 인천 남항 인근 송도갯벌 2.5㎢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데다 해상 조망권 침해 등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971년 2월 채택된 람사르협약에 따라 람사르사무국은 물새가 서식하는 주요 갯벌을 람사르습지로 지정하고 있다. 람사르 측은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같은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는 송도 갯벌을 지난 2014년 7월 국내 19번째 람사르습지로 지정했다.
이귀복 회장은 “인천시가 해양수산부 인천항만공사(IPA) 국토교통부 환경부 환경단체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과 8차례 민관 협의체 회의를 열어 마련한 대안을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관련 부처에서 공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가 제시한 대안은 환경단체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원안보다 해상 쪽으로 멀리 우회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기존 습지보다 넓은 대체 습지도 마련했다. 변경되는 노선의 거리가 기존 11.4km에서 800m 늘어나면서 사업비도 1조1523억원에서 1조2180억원으로 657억원 증액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시 안영규 행정부시장은 “최근 국토부와 대체 노선을 습지보호법의 행위제한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하고 국토부가 인천시에 승인 신청하면 시가 처리하는 것으로 했다”며 “대체 노선은 골든하버를 통과할 수밖에 없어서 (최종) 승인을 받으려면 해수부와 환경부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람사르습지는 람사르사무국과 한국 정부와의 신뢰에 기반하는 거라 국책사업으로 정하면 (습지 지정의) 예외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굉장히 큰 민원 야기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최준욱 IPA 사장은 “인천시가 국토부에 노선을 협의할 때 항만공사와 협의가 끝났다고 이야기했다는데 우린 합의한 적이 없어서 국토부에 관련 공문을 전달했다”며 “인천시가 제시한 골든하버를 통과하는 변경안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용지를 가로지르는 거라 재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인천시가) 람사르습지의 대체 습지 2곳을 조성한다고 했는데 (람사르)습지는 면적만으로 (지정)되진 않는다”며 “고속도로 조성 이후 습지의 영향, 철새 보호구역의 영향을 따져서 인천시가 람사르 사무국에서 조치 방안을 자문받고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경부는 원칙적으로 람사르 습지 통과 반대 입장이라고 전했다.
법제처 유권해석에 골든하버사업 제자리
이날 간담회에선 골든하버 사업도 논의됐다. 해수부는 국제적인 해양문화관광단지와 워터프런트를 조성하려고 2019년부터 신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 13만평에 도심형 복합쇼핑몰과 호텔 오피스텔 컨벤션 콘도 리조트 등을 건설하는 골든하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PA는 당초 골든하버 부지를 민간사업자에게 임대 또는 분양해 개발을 맡긴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법제처에서 2종 항만배후단지를 임대하려면 개별 계약마다 해수부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고 양도 기간도 10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뒤 개발 계획은 난항에 빠졌다.
이귀복 회장은 “골든하버 13만평을 포함해 인근 아암물류2단지 80만평, 송도유원지 63만평은 여의도의 2배 면적으로, 이 지역을 인천의 랜드마크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양도 제한과 임대 금지의 규제에도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법령을 정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천도시철도 1호선을 골든하버까지 연장하는 사업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인천도시철도는 현재 송도 달빛공원축제역까지 개통돼 운행하고 있고 조만간 골든하버 인근 송도 8공구까지 연장 운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의 요구에 조승환 장관은 “2종 배후단지의 규제를 풀려고 하고 있지만 부동산 세력들 때문에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2종 배후단지는 기본적으로 항만 시설이기 때문에 항만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지 인천시의 랜드마크로 활용하는 부분은 법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재영 부시장은 “인천철도 1호선 연장은 B.C(비용편익) 비율이 0.62가 나와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골든하버 개발이 활성화하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욱 IPA 사장은 “(골든하버 개발) 규정이 만들어지면 개발에 착수하겠다”면서도 “골든하버와 송도유원지를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건 토지 용도가 서로 달라서 어렵다”고 인천항발전협의회 측의 요구에 손사레를 쳤다.
이귀복 회장은 이날 인천 지역의 중고차 매매시장인 스마트오토밸리 건설의 조속한 추진도 요청했다. 스마트오토밸리 조성사업은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최종 계약을 앞두고 사업자가 중도 포기하면서 횡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합법적인 중고차단지를 조성해서 왼쪽 운전대를 쓰는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하는 오른쪽 운전대의 일본차를 우리차로 대체할 경우 인천항은 신차 포함 연간 100만대의 자동차 수출이 가능하다”며 “사업자 공모가 어려울 경우 인천내항 4부두를 대체부두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욱 사장은 “여러 가지 부족한 측면을 반영해 4분기에 사업자 재공모를 진행하겠다”며 “내항 4부두를 중고차 단지로 개발하는 건 내항 1·8부두 개발이 시작된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인천시와 항만공사 해수부 현장 간에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입장을 다시 한번 조율해 2개월 후에 다시 토론회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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