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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7 09:12

‘창립 55돌’ 싱가포르 PIL, 韓-동남아항로 열어 수익성 개선 박차

창간특집 인터뷰/ PIL코리아 백인도 대표이사
한국법인 경영지표 크게 개선…하반기 디지털 전환 속도
고운임 내년 4월까지 지속, 공정위 과징금과 중대재해법 시행 우려


싱가포르 선사 퍼시픽인터내셔널라인(PIL)의 최대 경쟁력은 컨테이너서비스를 반세기 넘게 유지하면서 화주들과 끈끈한 신뢰와 믿음을 쌓아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중남미 아프리카 호주·뉴질랜드 홍해 중동 인도를 비롯해 남태평양 및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들까지 운송망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은 PIL은 선대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 전환, 항로 다변화 등을 무기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나간다는 각오다. 

한국법인인 PIL코리아도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PIL코리아 백인도 대표는 한국발 동남아시아행 컨테이너 직항로를 연내 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중동 홍해 등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항로를 다변화해 화주들에게 더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해운 경력 30년을 기반으로 PIL코리아를 성장시켜나가고 있는 백인도 대표를 만나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Q. 1992년 한진해운 입사 후 폴란드·이탈리아법인장을 지낸 데 이어 2018년 7월부터 PIL코리아 대표를 맡는 등 해운업계에서만 30년을 보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30년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해운업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모두 겪었다는 게 흥미롭다. 

한진해운에서 프라이싱팀을 맡던 2015년 유럽항로 운임이 2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영업직원들과 한숨을 쉬면서 최고경영층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며 보고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불과 최근 2~3년에 해운업이 초호황기를 경험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유럽항로 운임이 7000~8000달러까지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해운업이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도 붕괴되지 않고 회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역사적 전환기라 생각한다.

한진해운 근무 당시 해운사의 인수합병 및 얼라이언스 체제 운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경험, 한국해운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외국적선사들을 찾아다니며 협상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과거 독일 선사 DSR-세나토라인 인수와 1990년대 중반 조양상선과 세나토, UASC가 구성한 세계일주서비스컨소시엄 트라이컨 참여와 유나이티드얼라이언스 결성과 관련해 항로운영 및 계약담당자로서 수많은 협상을 벌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한진해운, 중국 코스코, 일본 케이라인, 대만 양밍해운 등의 선사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해운동맹인 CKYH 얼라이언스 결성에도 디딤돌을 놓았다. 

계약서 작성과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와 유럽연합(EU) 공동행위 신고, 협력사와의 태평양 유럽 대서양항로 기획 및 선박 배치 등의 진행 과정이 당시엔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모든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한진해운이 세계 해운시장을 주도한 것에 해운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2014년에는 당시 세계 4위 선사였던 에버그린이 참여하면서 CKYHE얼라이언스로 확대됐다. CKYHE는 북미·유럽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남미나 아프리카항로에서는 매우 취약했다. 

이러한 약점을 보강하고자 유럽 남미 선사 간 협력을 별도로 모색하게 됐다. 그래서 유럽에 위치한 머스크, 하파크로이트, 함부르크수드, CMA CGM 등의 본사를 일일이 방문하며 남북항로 공동운항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모든 선사에게 시원하게 거절당했다. 협력을 안 해준다면 새로운 참여자를 구성해서 시장에 공급을 늘려 모두에게 고통을 경험하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회의참여자들을 당황하게 했던 기억도 나더라. 지금 생각하면 철부지가 멋모르고 큰소리친 것 같다.(웃음)

Q. 한진해운 근무 당시 유럽서비스 강화에도 많은 공을 들인 걸로 알고 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까지 10여 년을 유럽에서 보냈는데 가장 열정적으로 일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탈리아와 폴란드 법인대표를 맡으며 항만, 터미널, 철도, 육상운송, 창고 등 물류 전반의 현장경험과 실무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진해운이 유럽에서 경쟁력을 강화한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한진해운이 이탈리아의 대부분을 커버할 정도로 역량이 커졌다. 이탈리아발 아시아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한진해운이 1위였고, 스위스 MSC가 2번째였다. 이탈리아발 캐나다, 남미, 서아프리카행 시장 점유율은 머스크와 자웅을 겨룰 정도였다. 

지중해 거점인 이탈리아에서 교역을 벌인 한진해운은 많은 달러와 유로를 벌어들이며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했다. 하지만 한진해운 파산으로 수십 년간 공들인 물류네트워크는 한순간에 유럽 선사에 넘어가 버렸다.

폴란드 법인 운영 당시 많은 한국기업이 현지에 공장을 세웠다. 한진해운은 당시 브로츠와프 에 진출했던 LG전자, LG화학 등 관련 기업들의 설비 이송을 위해 독일과 국경 지역이었던 슈체친이란 지역으로 피더서비스를 유치하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기여했다. 

이탈리아에서 근무했을 때는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인증을 컨설팅업체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수행해서 취득했던 것도 성과 중 하나였다. 제대로 익히지 못한 이탈리아어로 직원이 작성해준 문답지를 죽어라고 외우고 또 외웠던 기억이 난다. 가까스로 외워서 준비했더니 결국은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하고 사인만 했다. 

이탈리아 주요 항만 중 한진해운이 서비스했던 제노아, 라스페치아, 리브로노, 나폴리, 타란토, 베니스, 트리에스테, 칼리아리, 팔레르모 중 사르데냐섬의 칼리아리, 시칠리섬의 팔레르모 두 도시는 가보지는 못했지만, 나폴리나 베니스는 너무 아름답고 좋은 기억이 있던 곳이라 꼭 다시 가보고 싶다. 

Q. PIL코리아의 최근 가장 큰 성과와 하반기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PIL코리아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최대의 성과를 냈다. 한국시장 공급이 줄어들고 중국발 운임이 크게 상승하는 시점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느 부분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많은 선사가 그랬던 것처럼 PIL도 많은 선박을 중국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선복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 한국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들었지만 주어진 현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실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미국이나 유럽행처럼 선복이 부족하다고 아우성 넘치는 지역이 아닌 곳에서 집중과 선택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얻어내어야만 했다. 

정답은 아니지만 본사와 함께 교감하면서 찾아낸 조합으로 화주의 선적량을 늘렸더니 결국에는 수입도 증대되고, 한국법인의 경영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에는 비록 적은 수준이지만 직원들에게 급여 인상과 성과급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하반기는 PIL이 아시아선사이지만 영업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태국 베트남 인도 해운시장을 대상으로 한국발 직항로서비스를 열 계획이다. 환적 거점인 싱가포르를 기준으로 물류네트워크가 촘촘히 유지되고 있어 서비스를 확대하려 한다. 화주들의 요구도 계속되고 있어 본사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또한 인천발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인도행 서비스를 강화하고, 부산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에서 PIL의 자체 서비스를 다시 도입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해운 운영시스템을 도입한 지 5년이 지나면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크게 증대됐다. e-서비스가 거의 100% 가까이 활용되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EDI(전자문서중계)를 통한 e-DO(전자화물인도지시서) 등이 이젠 업무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e-Quotation(전자견적산출) 같은 운임 관련 시스템도 조만간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Q. PIL의 강점과 경쟁력은?

PIL은 1967년 3월16일 2척의 선박을 가지고 창립했다. 제가 1967년 3월18일생인데 저보다 2일 먼저 회사가 세워졌다. 55년의 시간을 거치며 PIL은 5월31일 현재 선복량 기준 세계 12위 선사로 발돋움했다.  과거 몇 년의 어려웠던 재정적 위기의 시간을 극복하고 지난해 말 회사의 부채 10억달러를 조기 상환했다. 지난 3월16일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경영층 및 전 직원들이 함께 100년 기업의 역사를 함께 만들기로 결의하고 함께 손을 맞잡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PIL은 창립 이후 아프리카와 중동, 홍해지역에 진출해 오랜 기간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화주들과 신뢰와 믿음을 쌓았다. 이러한 무형의 자산은 단기간이나 운임 경쟁력만으로 만들 수 없다. 한때 세계화 이념이 확산되면서 모든 나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국제적인 무역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며 물류의 수요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PIL이 남태평양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까지 생활용품 등을 공급하며 함께 사회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PIL의 가치 있는 자산이자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PIL의 최대 경쟁력은 동남아시아를 미로처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남미 아프리카 호주·뉴질랜드 홍해 중동 인도 남태평양 인도양 등 아시아와 남북항로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오랜 기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PIL의 해운자회사인 마리아나익스프레스라인도 사이판 괌 등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들까지도 생활필수품을 운송하고 있다. 더불어 물류자회사인 PIL로지스틱스도 포워딩 통관 창고 운송 등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PIL은 7년 만에 신조 발주에 나섰다. 올해 1만2000TEU급 4척, 8000TEU급 6척 등 10척을 발주해 향후 환경규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Q. 운임 급등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올해 말이나 내년 4월까지는 북미·유럽항로에서 현재 운임 수준이 일정부분 조정은 되겠지만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 지난해와 올해 초 많은 선사가 신조선을 대규모로 발주했고, 이러한 트렌드는 중견 선사들에까지 확대됐다. 내년 상반기 이후에 인도되는 선박이 상당할 것이다. 노후 선박들의 대체 수요가 대부분이겠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가 시장에 반영될 것 같다. 

다만 이미 예정된 전 세계 차원의 환경규제 정책은 선사들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저유황유 사용이나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 선박, 액화천연가스(LNG)나 암모니아가스 연료 선박 도입 등이 바로 그러한데 선령이 20여 년 이상된 선박들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운임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결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 같다. 

 
▲백 대표는 컨테이너운임이 내년 4월까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 않기에 물류비 부담 또한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로 촉발된 전 세계의 공급망 관리에 근본적인 의구심이 생기게 됐고, 전 지구적인 확장 재정정책 탓에 심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선사들에게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수입업자나 유통업체들의 지속적인 운임 상승에 대한 불만 제기가 결국은 미국이나 유럽 정부에 선사들의 정책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거나 얼라이언스의 효용성에 질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각국의 경쟁 정책은 현재의 얼라이언스를 체제를 인정하지만 지속적으로 선사들의 독과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정책에 변화가 생겨 얼라이언스 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치킨게임이 발생할 수 있다.

Q. 한진해운 파산이 수출입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아직도 상당한 것 같다. 국적선사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나라 무역의 90% 이상은 해상운송으로 이뤄진다. 컨테이너 선대 규모로만 본다면 HMM은 세계 8위로 3.2%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반면 머스크, MSC, CMA CGM,  코스코 등 4개 선사의 점유율은 약 60% 가까이 된다. 대만 3사는 10%, 일본의 3사 연합회사인 ONE은 약 6%를 점유하고 있다. 

2만TEU급 대형선박이 몇 척 있다 치더라도 단지 3.2%의 점유율을 가진 HMM만으로 한국의 수출입을 책임지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유럽 선사들이 해왔던 경험을 생각하면 HMM도 적극적인 M&A로 점유율을 최소 5~6%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더불어 해운업이 호황기인 현재 빠른 선박 투자로 규모를 적기에 키워나가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Q. 해운물류업계의 최근 현안은?

가장 큰 현안은 공정거래위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다. 해운법 및 공정거래법의 해석 차이가 존재하는데 관련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중국 등 이웃하고 있는 나라들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다른 현안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다. 선박 선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명사고에 선주 및 대리점, 터미널, 관련 업체의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모든 선박은 국제 기준에 따라 건조되고 각 선급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기준들이 별도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산업안전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조금 모호한 안전·시설 규정으로 사고 처리가 된다면 선박의 시설이나 장치에 어떠한 조치를 해야 하는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마지막으로 조만간 강제화되는 환경 규제인데 선박들이 대응할 방안이 많지 않다. 화석연료를 제한한다는 방향에는 동감하지만 100% 친환경 연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LNG, 암모니아 가스 설비를 갖춘 선박 발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 선박은 모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나. 초대형컨테이너선에 소형원자로를 설치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까.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기는 하지만 대안이 없는 규제정책에 어떤 해답이 있을지 조금은 답답하다.

Q. 업계나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한국을 넘어서 세계를 상대로 하는 더욱 넓은 시야로 시장을 확대하며 진출하면 좋겠다. 한국 물류업계가 성취할 수 있는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더불어 해운은 해양수산부, 물류는 국토교통부, 조선은 산업통상자원부로 담당 부처가 제각각이다. 해운 물류 조선 등을 통합해서 하나의 커다란 산업의 우산 아래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미국은 공급망 강화를 전방위적 정책으로 미국의 경제 안보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도 함께 준비하고 범정부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물류공급망을 확보하는 혜안이 있어야 하겠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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