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로 올라선 스위스 MSC가 외형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비해운 분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이탈리아 국영항공사인 ITA항공은 MSC와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에서 지배 지분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확한 지분율과 거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에선 MSC와 루프트한자는 ITA항공 지분 40%를 각각 인수할 계획이고, 거래금액은 총 12억~14억유로(약 1조6000억~1조90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MSC와 루프트한자는 90일(영업일)간 독점 실사를 벌인 뒤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ITA항공은 지난해 10월 파산한 같은 국적의 알리탈리아를 승계한 회사로, 현재 이탈리아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10월 설립한 뒤 알리탈리아가 폐업한 지난해 10월부터 52대의 항공기로 운항을 시작했다. 항공기 보유량을 올해 78대, 2025년 말 105대로 늘릴 계획이다.
MSC는 본사를 스위스 제네바에 두고 있지만 이탈리아인이 설립한 기업이어서,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인수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970년 이탈리아 나폴리 선장 출신 잔루이지 아폰테가 설립한 MSC는 지금까지 인수합병(M&A) 없이 사세를 확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브라질 물류기업 로그인 로지스티카를 26억5000만헤알(약 6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프랑스 물류기업인 볼로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법인인 볼로레아프리카로지스틱스를 57억유로(약 7조6500억원)에 인수한다고 제안하는 등 경쟁선사의 물류사업 강화에 대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세계 3대 컨테이너선사들이 모두 항공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경쟁사인 머스크와 프랑스 CMA CGM이 화물기 또는 항공포워더를 인수하거나 항공화물 자회사를 설립하는 가운데 선박 투자에만 공을 들여왔던 MSC가 드디어 항공사업 투자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머스크는 독일 항공 전문 포워더 세나토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한편 화물기를 구입해 그룹 내 항공화물회사인 스타에어를 통해 운항하고 있다. CMA CGM은 지난해 항공화물 자회사인 CMA CGM 에어카고를 설립하고 항공기 10기를 구입 또는 신규 발주했다.
MSC는 이와 별도로 선단 확대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스위스 선사는 중국선박중공업(CSSC) 자회사인 다롄조선(DSIC)에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했다. 중국 국영 조선소는 지난달 선박 수주 소속을 알리면서 발주처를 유럽 선주로 소개한 바 있다. 신조선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스위스 윈터투어가스디젤(WinGD)의 이중연료엔진을 장착하며, 향후 암모니아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레디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선박 제원은 길이 366m, 폭 51m, 깊이 30.2m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는 올해 들어서면서 20년 가까이 세계 컨테이너선업계를 호령한 덴마크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10일 현재 운항선대는 655척 431만3000TEU다.
다만 사선량은 295척 160만3000TEU로, 333척 249만3000TEU의 머스크에 90만TEU가량 뒤지는 상황이다. 그간 용선 위주로 선대를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MSC는 자사선대를 늘리려고 지속적으로 선박 신조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신조선 발주량은 78척 119만9000TEU로, 머스크를 88만TEU 앞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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