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배송대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사측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 택배노조는 단식 투쟁까지 예고하는 등 강력 대응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 지부는 지난달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는 택배노조 조합원 약 17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하는 택배 기사는 전체의 3% 수준이라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다만 파업 참가자들이 많은 특정 지역에선 배송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택배를 기반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부 중소상공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업에 종사하는 한 소상공인 대표는 “파업으로 배송 기간이 불확실해지면서 고객들의 상품 구매 취소건이 상당히 많아졌다”며 “현재 소량물량을 취급하면 기존 업체가 아닌 다른 택배사와의 계약은 성사되기 어려워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진 롯데택배 등 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현재 자사 처리 물량이 포화 상태라 CJ대한통운 파업에 따른 추가 물량 수용이 대체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사 간의 대화가 14일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100인 단식 투쟁에 이어 18일 전 조합원이 서울로 상경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사측이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택배 노조 측은 “합의 내용과는 달리 아직까지도 많은 택배 기사들이 분류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택배요금 인상분의 일부만이 사회적 합의 이행에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합의문에는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이 택배요금 인상분을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하고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택배기사의 기존 작업범위에서 분류작업을 배제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을 170원 인상했는데 이 중 50원 정도만 사회적 합의 이행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분류작업에 관해선 “사측은 충분한 인력 투입 없이 합의문의 예외조항을 들먹이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 인상분은 140원이고 택배요금의 50% 이상이 택배기사들한테 정해진 비율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분류작업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5500명 이상의 분류지원인력을 투입하는 등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면서 노조 측의 근거없는 왜곡과 일방적인 주장을 멈춰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불가피한 경우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 투입하는 것도 합의문에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합의문 부속서에는 현장여건 상 분류인력 투입이 비효율적이면 예외적으로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택배)기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별도의 분류 인력도 계속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리적 여건, 짧은 근무시간, 코로나 확산세 등 여러 이유에서 대체 인력을 단기간에 모집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들이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에 참여한다면 합의문 예외조항에 입각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전체 작업시간이 주 6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임시 택배 인력을 신속히 투입하고 노조원이 집중된 지역의 신규 물량 접수를 중단해 배송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비노조 택배기사와 CJ 본사의 전체 직영 기사 100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물량 접수가 일부 중단되면서 배송지연 잔류 물량 처리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국 서브터미널의 배송지연 잔류 물량은 약 25만개로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8일(43만개)에 비해 41.8% 줄어 들었다.
국토부, 17일부터 택배업계 현장실사 실시…“사회적합의 위반여부 판단”
택배사와 노조 간 사회적 합의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커지자 정부가 사태를 진전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7일부터 내달 12일까지 4주간 택배 특별관리기간으로 정하고, 분류전담 인력과 상하차 등 임시인력 등 총 1만여 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지난해 6월 체결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 인력 3000명이 이달부터 추가 투입된다. 여기에 허브터미널 보조인력 1474명, 서브터미널 상·하차 인력 1088명, 간선차량 1903명, 동승인력 1137명, 배송기사 1320명 등 총 7000명 수준의 임시 인력도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부처 합동 조사단을 꾸려 합의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전국 택배사업장을 대상으로 불시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 총파업으로 한진 로젠 등 다른 택배사를 이용하는 대체 물품이 늘어나고 있다”며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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