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본격 시작됐다. 시행이후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그 동안 초호황을 누렸던 배달업계의 일감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배달업계의 걱정은 따로 있다. 최근 가입이 의무화된 라이더 보험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고 11월1일부터 12일까지 배달앱 3사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이용자 수는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총 5972만 3073명이다. 전월 6445만명 동기 대비해 약 472만7000명 줄어든 수치다. 비율로 따지면 7.3%에 이른다.
앱별로 배달의민족이 4247만2055명으로 8.9%, 요기요는 1033만5108명으로 7.5% 감소했다. 3위인 쿠팡이츠만 전월 668만3732명에서 691만5910명으로 3.5% 늘었다.
한 달 새 470만명 이상 줄어든 것은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억눌렸던 외식 수요가 폭발한 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1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폐지됐고 사적모임 가능 인원도 수도권에서 최대 10명, 비수도권에서 12명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배달 위주 가게들은 매출이 줄어들었고 라이더들도 콜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주문이 없을 줄 몰랐다. 위드 코로나 시행 전보다 최소 30% 이상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위드 코로나로 폐업하는 배달 전문점들이 생길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배달 중개앱 업계는 고객 이탈을 방지하려고 할인 프로모션과 광고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배민은 ‘배민1데이’를 정하고 매일 골라 할인받는 카테고리 할인, 1만원 쿠폰 제공, 브랜드 할인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이츠도 피자헛 빕스 커피빈 등 일부 브랜드 할인을 전개 중이다. 요기요 역시 브랜드 오늘의 할인에 랜덤박스 형태로 당일 마감 할인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라스트 박스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배달앱 최초로 할인 구독 서비스에 멤버십 혜택을 더한 ‘요기패스’를 새롭게 내놓고 광고 중이다.
요기패스는 월 9900원에 요기요 앱에서 주문 시 기본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는 윌라 왓챠 플로 필리의 제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요기패스 라운지를 통해 여행 쇼핑 레저 이커머스 등 다양한 제휴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서 연말 특수를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하기 위해 이번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초 단건배달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 쿠팡이츠도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게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달중계앱의 출혈 경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단건배달 확산으로 라이더 모집 경쟁이 치열해져 배달 1건당 라이더에 지급되는 비용이 프로모션을 합쳐 거의 2만원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중계앱들이 점유율을 방어를 위해 마케팅과 배달 프로모션을 경쟁적으로 진행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는 장기적으로 배달 시장 성장을 방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줄어든 배달건수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실 날씨가 좋은 계절인 봄과 가을은 배달비수기로 불린다. 날씨가 좋으니 외식하는 빈도수가 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배달비수기와 위드 코로나의 영향이 배달건수를 줄인 셈이다. 업계에서도 위드 코로나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수요가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이미 배달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만큼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와 함께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배달 수요가 소폭 감소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져 소비 패턴이 순식간에 큰폭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대목인 연말 시즌의 배달 건수가 위드 코로나 영향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추세 가속화로 빠르게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9조원에서 지난해 말 20조원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라이더 수도 올 상반기 총 42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2% 증가했다. 2013년 이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산재·고용보험 의무화 득과 실
이런 급격한 성장을 한 배달업계도 걱정이 생겼다. 배달업 관계자는 “배달단가는 위드 코로나보다 산재보험이 의무화가된 지난 7월부터 올랐다”며 “산재보험료 자체가 라이더 고용주와 라이더가 반씩 부담하는 형태기 때문에 자연스레 산재보험료 자체가 배달료에 포함되면서 금액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배달대행 업체로부터 기본 배달료가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야간·우천 할증까지 더하면 건당 최대 1400원까지 배달료가 추가된다. 라이더 산재보험 가입 의무가 강화되면서 사업주 부담이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이러 경우 같은 지역 배달대행 업체들의 배달료가 올라간다. 가뜩이나 라이더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쟁사가 먼저 배달료를 올리면 라이더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같이 배달료를 인상한다. 내년 1월부터는 고용보험까지 의무가 되는데 배달료가 또 얼마나 인상될지 알 수 없다.
또한 산재보험법이 시행되면서 라이더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안그래도 라이더가 부족한 상황인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사유가 제한되면서 사실상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가 됐다. 예를들어 월보수가 200만원인 라이더의 경우 산재보험료율 1.9%를 적용하면 산재보험료는 3만8000원이며, 라이더와 사업주가 반반씩 부담한다. 뿐만 아니라 매월 내는 산재보험료보다 소득공개에 따른 소득세 부담이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소득이 잡히고 소득세를 내야 한다”며 “라이더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득 신고를 원치 않는다고 요구하면 지사장들은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완전히 의무화가 되면 투잡으로 일하는 라이더들이 겸업금지라는 회사 내규로 많은 수의 라이더가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겸업의 기준을 회사가 정하기 때문에 투잡이 가능한 회사도 있고 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허락해주는 곳도 있지만, 절대적인 라이더 수는 줄어들 것이다. 지방의 경우 라이더 수급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현재도 산재보험 의무화로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 낮에는 공장에서 업무를 하고 저녁에 배달업무를 수행하던 투잡 라이더들이 소득 노출에 부담을 갖고 관두는 경우가 많다. 고용보험까지 의무화 된다면 이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가입 의무화로 라이더 부족 현상과 배달료 인상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배달료가 오르면 상품 주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료는 점점 오르고 있는 걸 실감하고 있다. 소비자는 배달료가 오름에 따라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게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사실 배달대행 플랫폼 자체에서 수수료는 거의 변동이 없었는데도 소비자는 배달료가 오르면 우리가 수수료를 많이 가져가서 오른다고 생각해요. 배달료가 올라도 수수료는 동일한데도 말이죠”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용보험 의무화와 관련해선 관계자는 “고용보험료를 우리가 전달만 한다. 따로 수수료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고 못박아 말했다.
물론 산재보험으로 라이더의 권익 보호에 힘쓰는 것은 좋다. 하지만 배달료 인상이라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산재보험은 안전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고용보험을 일괄적으로 한번에 적용하면 신용불량자 라이더들은 일자리를 잃고 더 음지로 향할 수 밖에 없다. 보험을 피해 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일해도 되는 곳을 찾아갈 것이고 그런 곳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보험가입 라이더들은 줄어들 것이다. 결국 수요 공급에 의해 배달료는 올라간다. 피해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고용보험을 일괄 적용하기 전에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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