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소수 품귀사태와 화물연대 파업이 맞물려 연말 물류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요소수 품귀 사태가 지속된다면 이달로 예정돼 있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와 맞물려 심각한 수준의 화물자동차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최원혁 회장은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요소수 품귀사태가 계속 된다면 최근 선적 부족으로 말미암은 수출입 물류 대란은 해상과 육상 양방향의 문제로 심화될 것”이라며 “물류산업은 산업적 특성상 납기 및 인도지연이 발생하면 물류기업이 화주기업에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택배 물동량 급증으로 신규 택배차량이 물류시장에 다수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차량 대다수는 요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요소수 부족사태가 장기화돼 운행을 못하게 된다면 물류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 시점에선 요소수 품귀 사태가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를 포함한 물류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체들은 현재 정부가 연말까지 재고분을 확보하면서 당분간은 물류 운송에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향후 요소수 품귀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진 화물 운송에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요소수 공급 사이클이 예전보다 길어진 것은 체감된다”며 “예전에 하루이틀이면 공급되던 게 이젠 일주일 이상씩 걸린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물류업체 관계자는 “1t이나 1.5t급 택배차량은 요소수를 한번 주입하면 보통 3~4달 정도 사용된다”며 “유류 소모 기간을 고려해보면 올 연말까진 요소수 공급이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물류사보단 개인 화물차주 상당수가 요소수 재고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물차는 통상 개인 차주가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3개월치 물량 확보…사재기 방지에도 총력
정부는 요소수 품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계부처 간 합동으로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수입 물량과 기존 보유분을 합하면 약 3개월 정도 쓸 수 있는 요소수 물량을 확보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우리 기업들이 기존에 계약한 물량 1만8700t의 수출 절차는 진행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와 별도로 호주에서 도입한 요소수 2만7000ℓ가 군 수송기를 통해 들어줬다. 베트남으로부터 요소 물량 5000t도 추가 확보해 내달 초 국내 도입할 예정이다.
군부대 예비분 요소수 20만ℓ를 수출입 물류 분야에 우선 지원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추가 확보한 요소수 530만ℓ도 시장에 공급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군 비축 예비분은 전국 5개 주요 항만 인근 32개 주유소에 공급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컨테이너 화물차 약 1만대 중 약 7000대가 요소수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요소 및 요소수가 조달청이 비축할 수 있는 긴급수급조절물자로 지정돼 정부의 직접 구매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요소수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요소수 사재기 통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를 시행했다. 이번 고시가 시행됨에 따라 요소수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수입·판매량, 수입·판매 단가, 재고량 등에 대한 신고의무가 부과되고, 수입·판매 명령도 가능해진다.
또 연말까지 요소수 판매처를 주유소로 한정했다. 각 주유소에 요소수 비축량도 제한한다. 요소수 최대 구매 물량은 승용차 1대당 한 번에 10ℓ, 화물승합차 건설기계 등은 30ℓ로 각각 제한했다. 정부는 요소수 보급 주유소를 기존 거점 100개에서 2000개로 확대하고 재고 현황을 하루 두 번 인터넷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그간 요소수는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한 통(10ℓ)에 1만원 안팎이던 것이 5만~10만원에 판매되는 등 과도한 사재기와 되팔기가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요소수 품귀 사태에 따라 5~10배 가량 인상된 요소수 가격이 화물 노동자의 원가 비용에 고스란히 전가되면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앞서 화물연대 측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부산 왕복차량 등 장거리 차량의 경우 1회전 왕복운행 시 요소수를 10~20ℓ 소모하며 한 달에 요소수를 200ℓ 이상 사용한다”며 “기존에 이 비용이 월 20만원 정도에 그쳤으나 요소수 비용 급등이 지속될 경우 한 달 지출이 200만원 가까이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요소수 대란으로 폭등한 가격과 품귀 현상으로 인한 운행 중단 등 모든 비용을 화물노동자가 떠안고 있다”며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전가된 비용을 메우기 위해 과로·과속·과적에 내몰려 목숨을 걸고 도로를 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요소수 이슈와 별개로 화물연대는 오는 25일부터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를 요구하는 1차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품목 확대,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운임 인상 등 여러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번 총파업은 요소수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다만 요소수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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