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6 10:08

기고/ 마리나항만법과 마리나업의 활성화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37)
법무법인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원목선에서 항해사로 근무할 때 매 항해마다 뉴질랜드에 들르곤 했다. 뉴질랜드에서 가끔 동료 선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그 때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장소는 단연 ‘마리나’였다. 수백척의 초호화 슈퍼 요트들과 모터보트들이 자신의 위용을 서로 뽐내기라도 하듯이 나란히 정박되어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마리나 인근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요트들을 바라보며 동료들과 즐겼던 맛있는 음식과 와인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이 난다.

마리나(Marina)는 본래 라틴어로 ‘해변의 산책길’ 또는 ‘해안에서 생선 요리를 파는 곳’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마리나는 수변지역에 마리나선박을 계류ㆍ보관하기 위한 수역시설, 레저를 즐기기 위한 숙박시설, 레스토랑 등 이용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설을 모두 겸비한 복합적인 해양레저공간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마리나가 뉴질랜드 등 해양레저 선진국들에 비하여 생소하게 받아들여지기는 하지만, 마리나항만 조성 정책은 이미 2009년부터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마리나항만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초기 마리나항만 조성 정책은 마리나항만 시설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마리나항만의 운영이나 서비스 여건과 관련된 정책은 미흡했다. 이후 마리나항만 육성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거점형 마리나항만 조성, 마리나업 신설, 마리나 전문 인력 양성 등의 사업이 추진되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필자에게, 마리나선박 대여업자가 마리나선박 계류시설의 사용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등 마리나선박 대여업의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 후속 조치에 관한 자문을 의뢰한 바 있고, 이에 필자는 마리나항만법 제28조의7 제1항제3호에 따라 등록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자문을 제공했다.

위 자문을 위하여 마리나항만법을 전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마리나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법적 토대가 탄탄히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법의 개정 방향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고자 한다.

마리나항만법 제2조제5호는 ‘마리나업’을 “2톤 이상의 마리나선박을 대여하거나, 마리나선박의 보관·계류에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거나, 그 밖에 마리나선박 등의 이용자에게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마리나선박 대여업’과 ‘마리나선박 보관·계류업’외에도 그 밖에 마리나구역 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업종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현행 마리나항만법 제28조의2에서는 ‘마리나선박 대여업’과 ‘마리나선박 보관·계류업’으로 2가지 업만을 규정(등록, 신고 등)하고 있어, 기타 마리나 활용 서비스업을 별도로 등록할 수는 없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마리나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마리나항만법에서 마리나업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는 개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일례로 기타 마리나 활용 서비스업으로는 마리나선박 매매중개업, 마리나선박 수리ㆍ정비ㆍ청소관리업, 마리나 편의시설 운영업(식음료업, 상점, 주유소, 편의점 등), 마리나선박 교육사업, 마리나선박 운행대행업, 클럽하우스 운영업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마리나항만법은 제정 당시부터 마리나 설비의 확충에 목적이 있는 법률이기 때문에, 마리나를 활용하는 서비스업에 대하여 최소한으로 규정한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법 제정 이후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 어느 정도 마리나 설비가 확충된 현 상황에서 마리나를 활용하는 서비스업에 대한 구체적인 법제화와 함께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마리나항만법에 의존한 기존 마리나업은 사실상 기업형 마리나항만사업자를 규율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며, 개인소유의 요트 등 마리나선박 이용률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국가에서 마리나를 활용하는 유관 기타 서비스업들을 법정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마리나항만의 요트클럽 등에서 자가 및 영업용 요트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대여업(유람업) 등에 종사할 수 있는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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