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8 10:13

기고/ 항만공사의 사용료 징수체계에 대한 소고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36)
법무법인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2018년 5월21일 오전 9시경 인천항 제1부두에서 정박 중이던 5만t급 자동차 운반선인 <오토배너>호(Auto Banner)에서 선적 중이던 중고차의 엔진 과열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소방관 1명이 화상을 입었고, 배 안에 선적돼 있던 차량 1400여대와 선박 내부가 전소되었다. 화재 발생 67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고, 3일 내내 인천 시내의 하늘을 연기로 모두 뒤덮을 만큼, 그 해 발생한 화재 사고 중 가장 큰 규모의 사고였다.

<오토배너>호는 화재 발생 이후에도 7개월이 넘도록 인천항 내항에 있는 11번 선석에 계속 계류하였는데, 그 기간 중 약 3개월 기간에 해당하는 약 4억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인천항만공사에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필자는 인천항만공사를 대리하여 <오토배너>호의 선주를 상대로 사용료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019년 2월에 제기한 소송은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쌍방 간에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졌고, 소송을 제기한 날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2021년 8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비로소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위 소송 과정 중 항만공사의 사용료 징수체계에 대한 법리 다툼도 있었고, 이번 기고에서는 이에 대한 소개와 함께 문제점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씀드리려고 한다.

항만공사법 제30조의 2 제1항은 “공사는 제30조제1항에 따른 항만시설의 사용료 또는 임대료를 낼 의무가 있는 자가 기한까지 사용료 또는 임대료를 내지 아니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항만을 관할하는 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그 사용료 또는 임대료의 징수를 위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동조 제2항은 “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1항에 따라 징수를 위탁받은 경우에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이를 징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항만공사법 제정 시에는 없었던 조항이나, 항만공사의 사용료 징수의 편의를 위하여 2006년 10월경에 신설되었던 조항이다. 

2006년 신설될 당시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징수업무를 위탁 시 지방세 체납처분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업무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강제하기 위하여, 2017년에는 지방자치단체는 반드시 지방세 체납처분에 의하여 징수할 의무가 있다고 개정도 하였다.

그런데 필자는 위 조항을 입법할 당시 보다 상세한 검토가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단 항만공사가 항만공사법에 따라 항만시설의 사용신고를 한 자에게 사용을 승낙한 행위는 사경제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행하는 사법상의 계약인 것이지, 항만시설의 관리청으로서 공권력을 가진 우월적 지위에서 행정재산의 사용ㆍ수익을 허가한 다음 그 사용ㆍ수익허가를 받은 자에 대하여 사용료를 부과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 항만공사법 제30조의 2에 따른 사용료 징수는 그야말로 사법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법적으로 규율하는 결과가 도출되면서, 기존의 사법상 법률관계의 성격이 공법상 법률관계의 범위내로 편입되는 것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실무적인 문제도 있다. 지방자지단체는 항만공사법 제30조의 2에 따라, 자신의 재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만공사라는 공기업의 의뢰로 징수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당연히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그러한 징수업무에 대한 수행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방자치단체가 징수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제재하거나 강제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항만시설의 사용료 징수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방세 체납처분에 따라 징수한 사례를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항만공사가 사용료 청구와 같은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1)

처음에 언급하였던 사용료 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은 항만공사가 항만공사법 제30조의 2에 기하여,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사용료의 징수를 위탁하여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피고에 대한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바, 이처럼 간이하고 경제적인 특별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이상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사용료의 지급을 구하는 소는 결국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라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하였으나, 2심 법원에서는 항만공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사용료의 징수위탁을 요청하였으나 실제 거부된 사정을 증거로 제시하여 사실심 변론 종결 전 ‘권리실현의 장애’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 항만공사가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지급을 구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결국, 필자는 항만공사법 제30조의 2는 항만공사의 사용료 징수가 사법의 영역이라는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정된 것으로 생각하며, 실무상으로도 사실상 실익이 크게 없는 조항이므로, 사견으로는 이를 삭제하거나 실정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 2021, 김자회, 주성구, ‘항만공사의 항만시설 사용승낙 및 사용료 징수에 대한 법률관계’ 참조.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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