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컨테이너 운임 강세가 내년 1분기까지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항만 적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수요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운임 상승세가 당분간은 꺾이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아울러 항만 적체가 끝나면 선사들이 발주했던 신조선이 향후 대거 인도되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될 거란 주장도 제기됐다.
컨박스 낮은 회전율 운임상승으로 이어져
이베스트투자증권 나민식 연구원은 최근 ‘컨테이너 운임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하반기 계절적 물동량 증가에 재고 보충 수요까지 더해지는 데다 항만 적체와 컨테이너박스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 연구원은 컨테이너박스의 낮은 회전율을 운임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컨테이너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컨테이너박스 회전율이 낮아지면서 평균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테이너 운임 급등은 멈추지 않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9월10일자 SCFI는 4568을 기록, 전년 1355 대비 3.4배(237%)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1000포인트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7월 말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상하이발 북미서안과 동안행 운임 수준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6322달러 1만1731달러를 각각 기록, 1년 전 같은 기간 3813달러 4534달러와 비교해 66% 2.6배(159%) 인상됐다. 특히 북유럽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7491달러로, 1년 전 1054달러에 비해 7.1배(611%) 급등했다.
항만 적체 장기화가 선복량 감소로 이어지며 컨테이너 운임 급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 연구원은 2~3일의 항만 적체가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량을 약 16~20%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항만 적체가 하루 발생하면 선복 공급량이 약 6.6%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수요와 공급곡선 모두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6.6%의 감소세가 SCFI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 항만에서 발생한 병목현상은 내륙물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상뿐만 아니라 철도·육상운송에서까지 물류대란이 발생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결국 개발도상국까지 코로나가 종식돼 항만 적체 현상이 해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까지 운임 상승이 전망된다는 게 나 연구원의 견해다.
올 하반기 컨테이너 물동량은 강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보복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미국의 재고자산·매출액 비율은 역사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 연휴를 겨냥한 수요에 발맞춰 북미항로는 통상 3분기에 강세를 띤다.
여기에 재고 보충 수요까지 겹치면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양지환 연구원은 탈 코로나와 미국의 소비 감소 등으로 물동량이 현격히 둔화되거나 항만 생산성 향상, 인터모덜(복합운송)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져야 물류적체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남은 하반기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올 한 해 실적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글로벌 공급망 악화와 수요 급증 등이 계속되면서 운임 강세가 계속될 거란 판단에서다.
덴마크 머스크는 올 한 해 영업이익이 종전 예상 90억~110억달러에서 140억~155억달러(약 16조1000억원~17조8000억원)로 41~56%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도 예상을 웃도는 시황 호조로 올 한 해 영업이익이 75억달러~95억달러(약 8조6100억원~10조9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록한 15억달러에서 최소 5배 이상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이스라엘 짐라인도 당초 예상했던 19억~22억달러에서 2배 이상 신장한 40억~44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우리나라 HMM(옛 현대상선)은 미국 경제 불확실성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항만 적체 등으로 선복난과 장비난이 이어지면서 시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프랑스 CMA CGM도 현재의 컨테이너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내년 상반기까지 고운임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영국 마리타임스트래티지인터내셔널(MSI)도 수요 강세를 이끄는 지역을 미국으로 꼽으며 2022년 1분기까지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MSI는 “지금의 기록적인 물동량이 줄어들지 않는 한 북미내륙 및 항만 혼잡은 해소되지 않고 운임도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해운업계에서는 최근 선사들의 잇따른 신조선 발주가 향후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이 20%까지 상승했는데 항만적체 현상이 끝난 이후에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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