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항로는 선복과 장비 부족 여파로 항만 적체가 지속되면서 선사들의 스케줄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선사들의 화물 적재율(소석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화물 수송에 발이 묶인 화주들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0~2500달러의 웃돈을 얹어가면서까지 선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긴급화물이 40피트 컨테이너(FEU)당 약 1만5000달러를 웃돌 정도로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럽항로를 둘러싼 물류 병목현상이 악화되자 선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HMM(옛 현대상선)은 1만6000TEU급 컨테이너 5호선 <HMM한바다>호의 인도 일정을 앞당겨 이달 말 디얼라이언스 멤버사들과 공동운항을 하고 있는 북구주항로인 FE3에 투입했다. HMM은 다음 달에도 동형선을 유럽항로에 투입해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돕는다는 각오다.
중국 선사 CU라인도 아시아-유럽항로에 425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투입해 6월부터 중국과 베트남 유럽을 연결하는 AEX 서비스를 격주로 운항한다. 오션얼라이언스도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유럽항로에 일시적으로 4000~5000TEU급 선박을 투입했다.
이 밖에 머스크와 MSC로 구성된 컨테이너선 제휴그룹 2M은 극동아시아에서 철도를 통해 유럽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복합운송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선복 확보가 어려워지자 화주들이 꺼내든 카드는 장기계약 비중을 늘리는 것이었다. 머스크의 올해 원양항로 장기계약 비중은 5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유럽행 운임은 7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 4월 말 450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한 이후 매주 최고운임을 경신한 뒤 최근엔 5500달러까지 넘어섰다. 선복 부족이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운임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선사들은 내다보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5월21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TEU당 5579달러를 기록, 전월 4187달러에서 33% 상승했다. 상하이발 지중해행 운임도 전달 4239달러에서 30% 오른 5526달러로 집계되며 8주 연속 증가세다.
적체와 스케줄 지연이 확산되면서 유럽 주요 항만의 4월 평균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다. 로테르담과 피레에프스가 각각 54% 59%의 가동률을 보이며 적체로 몸살을 앓았다. 프랑스 독일도 적체가 지속되며 선사들의 스케줄 변경이 잦았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 통제 강화는 항만 생산성과 내륙 운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동량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3월 아시아 16개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된 컨테이너 수송량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140만3000TEU로 나타났다. 중화권에서 유럽으로 수송된 화물은 15% 늘어난 101만3000TEU를 기록한 반면, 동남아시아발 화물은 3% 감소한 21만1000TEU에 그쳤다. 동북아시아발 화물역시 3% 감소한 17만9000TEU를 기록했다. 같은 달 유럽 54개국에서 아시아로 수입된 물동량은 14% 증가한 71만5000TEU로 나타났다.
누계(1~3월) 물동량은 유럽수출항로가 15% 증가한 405만TEU, 수입항로가 4% 증가한 197만1000TEU를 각각 기록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럽 경제가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며, 유럽의 GDP성장률을 4.2%로 상향 조정했다.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억압된 소비 심리가 풀릴 경우 직접적인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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