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0 09:07

여객중단에도 화물 만선 출항 ‘새배 효과 톡톡’

인터뷰/ 한중훼리 지희진 사장
지난해 ‘코로나이전 실적’ 선방
여객인력·하역료문제 대책마련 절실


한중훼리 지희진 사장은 올해 초 3만2000t(총톤)급 신조 카페리선을 인도 받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라19) 사태로 중단된 여객을 대신해 화물사업에서 견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 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조선 취항 이후 운항 속도가 빨라진 데다 물류 기능 개선으로 물동량 실적이 크게 늘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항비 등의 비용 상승은 코로나 사태로 카페리선사들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여객사업 고용 유지와 하역료 협상 같은 한중 카페리업계 현안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항만당국에서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Q. 어느덧 취임한 지 2년이 지났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2019년 3월 취임한 뒤 2년2개월이 흘렀다. 오랜 공직 기간 동안 많은 해운해양 분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면서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물 경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들이었다.

처음 부임했을 땐 회사 실적이 나빠져서 상당히 우려스러웠다. 특히 중국에 진출했던 제조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대거 이전해 한중 구간 물동량이 많이 줄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취임 이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란 초대형 악재가 터졌음에도 괜찮은 결과를 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객은 전면 중단됐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한 데다 정부에서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등 지원해준 덕분에 선방할 수 있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현안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히 일하면서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한중훼리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Q.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여객이 중단되면서 카페리선사들의 걱정이 컸다. 한중훼리의 지난해 실적과 올해 상황이 궁금하다. 

아시는 것처럼 카페리사업에서 여객수입은 원가가 없는 부가적 수입이라 매출 비중은 적지만 회사 수익 면에선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초 코로나로 여객수송이 중단되면서 실적 부담이 상당했다.

하지만 2분기 이후부터 중국 내 경제가 점차 회복하기 시작하고 유가가 하락해 원가 측면에서 다소 유리한 상황이 됐다. 특히 회사 경영진들이 지혜를 모아 코로나 확산 초기에 신속히 중국 방역·구호물품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6월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려고 광저우 사무소를 신규 개설했는데, 그 노력의 결실로 중국 남방지역에서 나오는 소상품 수입화물을 늘렸다. 2019년이 변곡점이었던 건지 새로운 화주들을 유치해 기계류 공산품 실적도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는 전체적으로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소비도 회복하면서 견고한 화물 증가세가 예상된다. 또 올해 초 도입한 새 배 효과로 수입이 만선되고 있고 수출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다 하반기에 정체될 거란 우려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유가와 항비, 신터미널 이전 같은 원가 상승 요인도 큰 부담이 될 거라 예상한다. 

Q. 1월 초 한중카페리업계 9번째로 신조선 <신향설란>호를 취항시켰다. 신조선 도입 효과가 궁금하다.

<신향설란>호는 3만2700t급 로로선이다. 화물 312TEU, 여객 7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기존 <향설란>호보다 2배가량 크다. 화물은 20개, 여객은 300명을 더 실을 수 있다. 평균 운항속도도 14노트에서 22노트로 빨라져 12시간이면 인천과 중국 옌타이 구간을 주파할 수 있다.

선박 신조를 계획하면서 여객구역의 고급화와 화물 작업환경 개선에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 여객부문에서 개인공간과 즐길 거리를 충분히 준비했다. 여객 정원을 700명 정도로 줄인 게 이 같은 이유다. 진동을 최소화하려고 건조 중에 주엔진을 교환하기도 했다.

화물부문 역시 램프(ramp·화물차 출입구)와 화물창 내 작업 공간의 안전성과 효율성 편리성을 높이려고 한중 카페리선은 물론 외국 모델까지 연구해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선박이 되도록 노력했다. 또 운항시간이 5시간 줄면서 기상이 악화돼도 주 3항차를 맞출 수 있게 된 데다 당일통관도 가능해져 화주 만족도가 아주 높다.

신조선이 취항한 뒤 수입은 2배 정도 급증했고 수출도 20~30% 늘어났다. 화물로만 보면 새 배가 적기에 들어온 셈이다. 처음엔 RORO(화물차로 하역하는 방식)로 바꾸면서 물류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부두의 하역 수준이 올라오면서 정상 궤도에 진입해 만족스럽다.

다만 예전 배는 크기가 작아서 항비가 적었는데 새 배는 사이즈가 커 항비와 용선료가 늘었다. 인천 신국제여객터미널로 부두를 옮긴 데다 LOLO(크레인으로 하역하는 방식)에서 RORO로 바뀐 것도 비용 부담이 늘어난 원인이다. 여객이 재개되지 않는 한 새 배 투입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비용은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

 


Q. 지난해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했다. 새로운 터미널을 평가한다면?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인천항은 우리나라가 근대식 신문물을 도입하는 첫 번째 관문 아니었나? 지금도 아시아 전역을 넘나드는 수도권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계획항이 아니다보니 기존 1·2국제여객터미널과 연안부두 등 다소 산만한 부두 구성으로 불편한 점이 있었다.

지난해 1·2 터미널을 통합한 신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해 고객 편의성이 많이 개선됐다. 시설을 현대화해서 외관이 보기 좋다. 내부 시설도 최신 장비들이 들어와 사용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걸로 안다. 여객이 들어오면 이런 장점들이 크게 부각될 거다. 예전 부두는 여객용이라기보다 화물용이었다.

다만 문제점은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거다. 하역료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았는데도 다른 부대비용들을 올려 받고 있다. 래싱 보안경비 ODCY(부두밖 장치장) 비용이 올랐다. 여객이 중단된 터라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

물류시설이 충분치 못하다는 점도 아쉽다. 2개의 카페리선 터미널을 통합 수용하기엔 부족한 공간에 지어진 게 원인이다. 선사들은 부득이하게 외부에 별도의 ODCY를 운영 중이다. 비용이 늘어난 데다 카페리 장점인 원스톱 서비스 실현도 어려워진 거지.

신터미널이 오히려 불편하다는 화주 의견도 나온다. 조수 간만에 따라 부두 높낮이가 변화되는 것도 애로사항이다. 여객수송이 재개되기 전에 IPA(인천항만공사)와 선사가 머리를 맞대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Q. 백신 접종을 하고 있지만 예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가기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영방침과 중단기 사업목표가 궁금하다.

어느 한 국가만 코로나19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예전 같은 생활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 한중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중 카페리항로의 인적·물적 교류가 정상화 될 거다. 그 시점은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세상은 이제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한중훼리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걸맞은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신조선 운영과 길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향후 정상화 등을 고려해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큰 폭의 구조조정을 했다.

컨테이너선사들과 달리 국제 카페리선사들은 여객 탑승이 재개되지 않는 한 채산성을 맞추기 힘든 현실이다. 지금은 내실을 다지고 견디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를 벗어났을 때의 시장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예상해 새로운 시대에 한중훼리가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 뭔지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연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운항방안을 찾아 나가겠다. 

Q. 업계 및 정부당국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주지하다시피 한중카페리업계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선복 과잉으로 다른 업종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컨테이너선사들은 운임을 2배 3배 올리고 있는데 카페리선 운임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운임 경쟁보다 서비스를 내세운 공정한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한중카페리협회와 회원사가 모두 지혜를 모아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이미지 개선에 힘써 항공이나 컨테이너선 등과 경쟁해서 모두 함께 이익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와 항만당국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카페리업계의 항비와 임대료를 감면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선사들이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여객사업 고용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살피고 고충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아울러 하역료 문제가 아직 완전히 타결되지 않아 어정쩡한 상태다. 코로나 상황임을 고려해 IPA에서 선사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을 내줬으면 좋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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