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게브루더바이스코리아가 550년의 긴 역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강점을 앞세워 올해 한국시장에서 더 높은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국내시장에서 물류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가와 게브루더바이스(Gebruder Weiss)의 장기 계획이 맞물리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정환 게브루더바이스코리아 대표는 과거 프랑스 물류기업인 SDV의 총책임자를 맡아 안정적인 사업 모델로 회사의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데다 동유럽 강자인 카고파트너코리아의 대표를 맡아 한국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게브루더바이스코리아는 오랜 경력과 성공적인 경험을 눈여겨보고 지난해 6월 이 대표를 한국법인 초대 수장으로 발탁했다.
이 대표는 오스트리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의 장점을 발판삼아 유럽시장을 더 발전시킴과 동시에 향후 아시아와 미주지역의 물류사업을 강화해 회사를 빠른 속도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Q. 회사 소개를 부탁드린다.
게브루더바이스는 오스트리아 린다우시에서 우편배달 업무를 시작으로 1474년 설립됐다. 설립 시기가 우리나라 조선시대 성종(5년) 때와 같은 해로 550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1823년 정식 법인등록 기준으로 봐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류기업이다.
그 시절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막강한 세력을 구축한 합스부르크가는 유럽왕실 가문 중에서 영향력이 가장 컸다. 이러한 역사적 기원이 말해주듯이 게브루더바이스는 유럽에서 강점이 많은 물류기업 중 하나다.
Q. 물류서비스 경쟁력과 강점은?
물류에 특화된 자회사와 광범위한 네트워크, 그리고 게브루더바이스의 브랜드 파워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경쟁력이자 강점이다.
게브루더바이스는 엄청난 규모의 물류창고와 운송업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육상운송, 항공·해상 물류 등의 핵심사업 외에도 물류컨설팅을 벌이고 있는 엑스바이스(x|vise), 하이테크 통신솔루션기업 텍트랙스(Tectraxx), 시장조사기업 디콜(DiCall), 철송회사인 레일카고(Rail Cargo), 쿠리어회사인 게브루더바이스파셀(GWP)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오스트리아DPD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아울러 요즘 자주 얘기하는 지속가능 성장과 관련해 550년 정도를 보여주고 있는 회사다. 끊임없는 계발과 장기적인 전략이 저희의 DNA다.
게브루더바이스 만의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강점을 앞세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집계한 지난해 1~11월 오스트리아 수출입 항공수송량 부문에서 쉥커, DHL, 퀴네앤드나겔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Q. 게브루더바이스코리아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게브루더바이스는 몇 년 전부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에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핵심 물류거점 중 하나인 한국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지사를 이끌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고 기회도 적절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게브루더바이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이클 잔켈(Michael Zankel) 총괄 본부장이 한국 지점을 열고자 저에게 여러 조언을 구했다. 조언을 여러 차례 해주던 중 결국 의기투합해 지난해 6월 한국법인을 설립했고 초대 대표로 발탁됐다.
Q. 지난해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지난해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힘든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저희도 쉽진 않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게브루더바이스는 장기적인 계획을 통한 연속적인 서비스를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전략의 연속성을 중시한다고 말하고 싶다. 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회사이기 때문에 세대를 거친 장기적인 계획과 액션 플랜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5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성만을 내세우는 건 아니다. 이런 긴 시간의 서비스를 멈추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는 장기적인 플랜을 추구하는 점이 다르다고 본다.
모든 비즈니스와 계획을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하는 회사이며 이런 부분이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물류운송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게브루더바이스 정신에 입각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로 황소걸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Q. 해상운임 급등이 영업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응방안이 있다면...
저희는 고객이 있어야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물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다. 그 결과 저가운임, 정시성을 담보한 스페셜 운임, 기본 물동량을 담보해주는 선복 개런티 운임 등 고객 상황에 맞게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최대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35개국에 직원이 약 8000명 정도 되는 글로벌 회사로 본사와 지역본부에서 가격이나 선복, 정보 등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 여타 로컬업체 보다는 그나마 운신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해상운임 급등은 저희 고객들에게 엄청난 비용 부담이며, 무역장벽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를 생각했을 때 정말 이 상황은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Q. 물류기업 간 출혈경쟁이 심하다. 시장을 어떻게 보나?
우리 업계가 구조적으로 전문성과 창의성 부족에 갇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로지스틱(Logistic)이라고 하는 이 업은 한 마디로 전문직이다. 통관을 포함한 물류, 무역, 국제거래법 등 알아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관리하는 국가 자격증은 미비한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이 영업처 한두 군데만 가지고 쉽게 오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오너 입장에서는 직원들 전문성과 창의성을 보장해 주고 장기적으로 회사 발전을 꾀할 수 있겠는가.
우리 업계와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보다도 매출과 조직이 훨씬 크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이런 회사가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기존 업체가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기르고 창의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Q. 올해 사업계획과 영업전략은?
향후 아시아와 미주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는 한국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만 4곳의 직영 물류거점을 더 구축했다. 영업력 강화 차원에서 올해 3월엔 부산 지사를 설립했다.
서울본사 영업부 직원도 총 8명으로 전년 대비 벌써 2배 늘렸다. 올해는 유럽 주요 공항과 항만에서 콘솔(Consol)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더불어 현재 해상 항공사업 비중이 각각 60% 40%인데 향후 항공 쪽을 더 키워나갈 계획이다.
Q. 업계나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은?
저는 가격 경쟁을 출혈 경쟁이라 보지 않는다. 가격 경쟁은 고객 입장에서 혜택으로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혈 경쟁은 비즈니스를 따기 위해 전문성을 포기하고 그 이외의 요소를 가지고 경쟁에서 서로 이기겠다고 하는 경쟁이라 생각한다.
여기에는 편법과 불법이 개입할 여지도 많다. 이런 구조적인 출혈경쟁을 지양해야만 이번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쿠팡이 나왔듯이, 저희 물류업계에서도 이런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국제 물류업이 이렇게 약해서 되겠는가. 그것도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서 말이다.
제가 생각하는 해법은 국제물류협회(KIFFA)에서 정부 감독하에 자격증 관리를 하고 그 자격증을 둔 업체만 이 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계법 개정을 하는 것이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회사마다 국제물류업자격증 2개 이상, 항공 위험물자격증 2개 이상, 해상 위험물자격증 2개 이상 등을 두게 하고 그 자격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이다.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도 자격증을 가진 직원을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그 자격증을 가진 직원들은 자격증 박탈의 위험이 있으면 아까 말씀드린 회사의 부당한 지시를 막 따를 수도 없지 않겠나.
아울러 일정 규모가 되지 않으면 회사를 쉽게 오픈할 수 없어 업계의 난립도 자연스럽게 막게 된다. 그래서 많은 오너들이 장기적인 전문성과 창의적인 혁신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온다면, 저는 분명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이들이 곧 여러 개의 코리아발 정통 글로벌 물류회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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