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호황을 배경으로 신조 컨테이너박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신조 물량도 급증했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옛 현대상선)은 40피트 컨테이너(FEU) 1만7000개를 1억115만달러에 발주했다. 지난해 11월 일반 컨테이너 4만3000FEU, 냉동컨테이너 1200FEU를 2억530만달러에 발주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투자에 나섰다.
올해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인도받을 예정인 HMM은 선단 확대와 최근의 한국시장 컨테이너 부족난에 대응해 대대적인 장비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잇따른 신조 발주로 HMM의 컨테이너박스 보유량은 지난해 말 80만TEU에서 올해 3분기 88만TEU로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개월 새 장비 제작비용은 크게 뛰었다. 지난해 11월 발주 당시 FEU당 4186달러였던 일반 컨테이너 신조단가는 이달 들어 5950달러로 42% 급등했다.
HMM의 사례처럼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컨테이너박스 가격이 크게 치솟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컨테이너박스 신조 가격은 20피트(TEU)가 3500달러, 40피트(FEU) 하이큐빅이 60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80% 이상 인상됐다.
일본선사 NYK가 발간한 컨테이너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컨테이너박스 신조단가는 20피트 1915달러, 40피트 하이큐빅 3270달러였다. 20피트 컨테이너박스 평균 신조 가격은 2016년 1500달러에서 이듬해 2400달러대로 크게 올랐다가 공급과잉으로 하락세를 띠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사들은 더 늦기 전에 수송장비를 확보하려고 잇달아 신조 발주에 나서고 있다.
대만 에버그린은 지난해 12월25일 일반컨테이너 1만3000개를 4745만달러, 냉동컨테이너 5500개를 3957만달러에 각각 발주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일반컨테이너 8700개를 4541만달러에 추가 발주했다. 제조사는 모두 중국 CXIC다. 거래 가격은 개당 3650달러에서 5342달러로 46% 뛰었다. 주문한 컨테이너의 크기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가격대로 봤을 때 40피트로 추정된다. 이 선사는 이에 더해 자회사를 통해 4만2000개를 추가 주문할 계획이다.
같은 국적의 완하이라인은 지난 9일 중국 CIMC에 8만2000TEU를 발주했다. 거래금액은 총 9292만달러로, TEU당 단가는 3097달러다.
선사들의 잇따른 장비 발주로 컨테이너박스 생산량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1월 전 세계 컨테이너박스 생산량은 50만TEU를 돌파했다. 지난해 월평균 생산량 22만TEU에 견줘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선박 운항이 줄어들면서 박스 수요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해상항로를 오가는 컨테이너박스 수량은 3990만TEU로, 1년 전에 비해 1.1% 감소했다. 지난 한 해 새롭게 지어진 박스는 5% 감소한 267만TEU 정도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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