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유럽항로 시황은 상반기에 하락하고 하반기에 상승하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였다. 올 상반기 유럽항로는 주요 생산기지가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면서 수요 부진에 시달렸다. 물동량은 뒷걸음질 행보를 보였다.
영국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올해 1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4개국행(수출항로) 컨테이너 수송량은 전년 대비 4.2% 후퇴한 154만9200TEU로 집계됐다. 수요 부진이 극에 달한 4월은 물동량이 전년 대비 20% 줄어든 114만TEU를 기록,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선사들은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 카드를 꺼내들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2~3월 두 달 간 총 결편 규모는 40항차, 선복량은 70만TEU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5항차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지속적인 선사들의 결항은 코로나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올해 1월 1124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더니 5월 7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하반기 선사들은 화물을 선적이월(롤오버) 하느라 분주한 한 달을 보냈다. 유럽 국가들이 속속 경제 재개에 나서며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품공급망이 회복되고 생산기지 가동도 단계적으로 정상화되면서 선사들은 중단했던 노선을 재가동했다. 머스크와 MSC가 결성한 2M은 아시아-지중해 AE15 서비스의 주 단위 공급 규모를 1만5496TEU에서 1만8577TEU로 늘렸다.
3분기 유럽항로는 컨테이너 장비 부족과 수요 증가 등으로 운임이 상승세를 띠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1월20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644달러를 기록, 전월 1084달러와 비교해 52% 상승했다. 북유럽행 운임이 1600달러를 넘어선 건 2014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물동량은 하반기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지난 4~5월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물동량은 6월 한 자릿수로 감소폭이 둔화된 뒤 8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을 일궜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7월 아시아 16개국에서 유럽 54개국으로 수송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한 152만2300TEU로 집계됐다.
4분기는 컨테이너 장비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며 롤오버 현상이 심화됐다. 지금 컨테이너 박스를 발주한다고 해도 내년 2월 이후 받을 수 있어 장비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선사들은 내다봤다. 여기에 영국에서 발생한 항만 적체로 상하이발 북유럽행 TEU당 운임은 이달 11일 2948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유럽항로에서는 HMM(옛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취항도 눈길을 끌었다. HMM이 올해 인도받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2만4000TEU급 12척은 모두 만선(滿船) 출항했다. HMM은 지난 9월 호가 1만9529TEU를 선적하고 유럽으로 출항하게 되면서 올해 인도받은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모두 만선 출항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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