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운송서비스 수출 규모가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해운 경쟁력이 크게 후퇴하면서 한국시장의 선복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해운 서비스 수출 부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송 서비스 수출액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3.9% 감소하며 2010년 세계 5위에서 지난해 11위로 하락했다. 2010년 390억달러였던 우리나라 운송서비스 수출액은 지난해 263억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 운송서비스 수출액은 지난 2012년 414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시나브로 감소하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2016년 274억달러까지 급감했고 이후 200억달러대를 맴도는 실정이다. 그 결과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7%에서 2019년 2.6%로 반 토막 났다. 우리나라 전체 서비스수출에서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48%에서 26%로 급락했다.
반면 전 세계 운송서비스 수출액은 2010년 8279억달러에서 연평균 2.2% 증가하며 지난해 1조288억달러로 늘어났다. 운송서비스 수출이 전체 서비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1%에서 지난해 17%로 하락했다. 전 세계 역시 감소세를 띠긴 했지만 우리나라만큼 급격한 하락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운송서비스 수출 감소는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운서비스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게 원인이다. 해운서비스 수출액은 2010년 311억달러에서 지난해는 191억달러로 23% 급감했고 운송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80%에서 지난해 72%로 위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혜연 연구원은 “글로벌 선박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 등 대외환경이 악화되자 글로벌 선사들은 인수합병(M&A), 얼라이언스 협력 등을 적극 추진하며 경쟁력을 확대했다”며 “반면 국내 선사들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선복량 및 노선 점유율이 감소하며 경쟁력 격차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핵심자산인 선박과 터미널이 모두 외국선사로 넘어간 게 해운산업 위축으로 이어졌다. 한진해운의 1만TEU급 컨테이너선은 세계 1~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가 6척 3척씩 나눠 가졌고 미주항로의 핵심인 롱비치터미널도 MSC에서 인수했다.
우리나라 원양컨테이너 선복량은 2016년 8월 105만TEU(한진 63만·현대 42만)에서 올해 8월 70만TEU(HMM 65만·SM 5만)로 35만TEU 감소했다. 2016년 6월 12%(한진 7.7·현대 4.5)였던 아시아-미주시장 점유율은 올해 6월 7%로 5%포인트(p) 하락했다.
장기적인 해운 불황에 따른 운임 하락과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 확산으로 완제품 장거리 운송이 감소하고, 제품이 경박단소화 하면서 항공운송 비중이 높아진 것도 해운서비스 위축으로 이어졌다. 항공운송 수출액은 2010년 1148억달러에서 지난해 1643억달러로 43% 늘어났고 비중도 25%에서 30%로 확대됐다.
우리나라 국적선대 점유율 하락은 최근의 시황 상승세와 맞물려 국적화주들의 물류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9월30일자 상하이발 미 서안과 동안행 운임은 각각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863달러 4622달러를 기록했다. 미 서안항로 운임은 지난 7월 말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00달러를 돌파한 뒤 매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를 보여줬다. 9월 하순 이후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3800달러대는 유지되고 있다. 미 동안항로 운임은 지난 8월 말 5년 만에 40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46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북미항로가 성수기에 진입하자 외국계 선사들이 수요가 높은 중국에 선박을 집중 배정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연구원은 “선사들이 최근 미국 경제 회복세를 배경으로 수출 물량이 빠르게 회복하는 중국에 선박을 우선 배정함으로써 국내기업은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수출 납기가 지연되거나 해외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적선사 HMM은 지난달 중국 등 타 지역을 거치지 않고 부산-LA항로를 직기항하는 컨테이너선을 긴급 투입해 국내 선화주 상생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무역업계와 물류업계의 상생 발전을 위해선 국적선 적취율 제고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올해 도입한 ‘우수 선화주 인증제’ 기준을 완화해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연매출 100억원 이상 포워딩업체, 1000억원 이상 수출입기업으로 돼 있는 인증기준을 낮추고 국적선사에 지급한 운송료 1%를 기본공제하고, 증가한 운송료의 3%를 추가 공제하는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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