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4 17:10

컨테이너선시장 “올 하반기 더 어렵다” 한목소리

국적선사들 “근해항로 7월부터 어려움 가중”
내년 원양항로 물동량 V자 회복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컨테이너선시장은 올 하반기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해양진흥공사 김종민 과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상반기 컨테이너선 시황포럼’에서 올 하반기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은 물동량 감소와 선복량 증가로 험난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적선사들도 한 목소리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7월 비수기에 저유황유할증료(LSS) 인하, 2자물류기업의 운임하락 압박과 글로벌 선사들의 근해항로 강화, 여기에 운임공표제 개정안 시행 등으로 어려움이 한층 더해질 거란 지적이다.

올 한 해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종민 과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유럽·북미항로 물동량은 지난해 3550만TEU에서 올해 3008만TEU로 13.2%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내년 물동량은 전년 대비 10.7% 늘어난 3410만TEU를 기록,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에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화물 급감이 예상되나, 내년엔 올해 대비 미주 170만TEU, 유럽 160만TEU 가량 물량이 증가하며 V자 회복을 나타낼 거란 설명이다. 

아울러 내년 글로벌 물동량도 올해 대비 약 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이 빠르게 재개되고 있는 데다 역사적으로 경제위기 이후 수급 밸런스가 크게 개선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역내항로 물동량도 내년엔 사상 처음으로 6000만TEU에 육박할 전망이다. 2008년 3170만TEU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는 5700만TEU로 전년 5940만TEU에서 240만TEU 가량 줄며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듬해엔 290만TEU 늘어날 거란 관측이다.

컨테이너선 공급량 증가율은 코로나 여파로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김 과장은 지난해 4%였던 공급량 증가율이 올해 2%로 2%p(포인트) 줄어들 거란 분석을 내놨다. 내년엔 물동량과 더불어 공급량 증가율도 3.2%로 반등하며 현재 2300만TEU 규모인 총 선복량은 2400만TEU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 과장은 “과거엔 선사들이 잇따른 신조선 발주로 덩치를 키우는 게 경쟁력이었다면 향후엔 디지털부문이 글로벌 해운시장의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사태로 신조선 발주는 잠잠한 상태다. 올해 누계 발주량은 약 16만TEU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상황이며, 2016년 약 30만TEU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12년간 2011년 2013년 2015년 등 홀수 연도에 나타난 발주 급증 패턴은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김 과장은 전망했다. 

선사들이 한진해운 파산 이후 신조선 도입에 신중한 데다 비효율적 선형(중대형선)의 발주가 중단됨에 따라 당분간은 피더선과 초대형선으로 주력 선형이 양극화될 거란 지적이다. 

그는 “피더선과 노후선 교체에 따른 발주가 예상된다. 또한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와 독일 하파크로이트도 초대형선 발주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데 올해나 내년에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종민 해양진흥공사 과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자물류기업 운임압박·근해항로 완전경쟁 등으로 선사들 신음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의 화두는 하반기 시황 전망이었다. 특히 토론에 참석한 HMM(옛 현대상선) 고려해운 남성해운 두우해운 범주해운 천경해운 등의 국적선사 관계자들은 올 7월부터 근해 해운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상반기엔 지난해 유가를 반영해 안정적인 LSS 수취가 가능했지만 7월부터는 인하된 금액이 적용되는 데다 비수기까지 맞물려 선사들의 수익개선이 쉽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선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엔 운임이 낮았고 물량도 크게 안 늘었다. 대부분 국적선사가 그랬을 텐데 2월 적자가 사상 최대였다. 1~2월 적자를 3월 LSS로 메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7월부터는 1~6월 유가를 기점으로 LSS를 적용하는 거라 물동량이 1.5배 증가하지 않는 이상 상반기 효과는 누리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선사 관계자는 “LSS와 부대비 등으로 전체적인 운임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글로벌 선사들의 근해 노선 강화로 일부 지역에서 경쟁이 심해진 탓에 운임이 계단식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선·화주 상생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2자물류기업들의 운임하락 압박이 여전하다는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국적선사 관계자는 “상반기 비딩에 들어갔는데 그들의 운임하락 압박은 상당했다”며 “2자물류기업을 향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7월1일 시행되는 운임 공표제 개정안도 이날 토론에서 이슈로 부각됐다. 선사 관계자는 “원양선사들이 국적선사들이 근해항로 운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운임을 낮출 수 있어 7월1일 부킹(예약) 대응을 못 하고 있다”며 “운임공표제 구조 기반이 약하다 보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선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밖에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전망이 더욱 안갯속으로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6월19일자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669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1600달러대를 형성했던 운임이 한 달 만에 1000달러나 올랐다. 선사들의 잇따른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에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비롯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밸류링크유 남영수 대표는 “2009년 대비 두 배 이상을 결항하면서 운임을 조절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비정상적으로 미주 운임이 한꺼번에 올랐다. 내가 해운업계에서 일하면서 이런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신조 발주 대신 디지털화를 통해 통합물류기업을 거쳐 정보산업, IT기업, 핀테크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머스크는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지금 상황에서 물동량이 37%나 늘었다고 한다. 전체 물동량이 줄었음에도 머스크가 늘렸다는 건 누군가 짐을 뺏겼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선 온라인에서 트레이딩하는 선사가 하나도 없다. 이런 과정에서 해진공과 선사들이 많은 고민을 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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