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제산업 전반에 충격을 미치고 있다. 한국물류산업 역시 코로나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대처방안과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한국통합물류협회 김범준 전무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물류정책기본법 제55조에 의해 설립된 물류산업 분야 대표단체로, 물류체계를 효율화하고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물류관련 현황조사를 시작으로 정책연구와 정책제안, 정부업무 대행과 물류전문인력의 양성과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회원사로 통상적인 물류기업을 포함해 대한민국의 물류산업 선진화를 위해 뜻을 함께 하는 제조·유통 기업들과 물류장비와 시스템 등 물류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회원사의 권익보호와 경쟁력 향상과 회원사 간 상생을 추진하고 있다.
Q. 코로나사태로 산업 전반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물류산업의 2020년도 전망은?
코로나19 사태가 산업 전반에 준 충격이 물류산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국민 소비활동의 중심이 되면서, 택배산업은 생필품 소비를 책임지게 됐고 택배 물량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소위 택배 대란이 없이 증가한 물량을 효율적으로 소화했다.
반면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수출입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고 안전운임제의 시행으로 인한 기업 부담 증가로 많은 물류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물류산업은 제조기업과 수출입기업, 유통기업 등 다른 산업의 요구에 의해 발생하는 유발 수요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축은 물류시장도 함께 위축시켰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과 거래하던 물류기업들은 화주사와 함께 물량 감소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위 언택트 시장의 성장은 물류기업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건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물류산업계의 피해현황을 전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료나 조사체계가 부족하다는 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해운 철도 여객운수분야는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월별로 피해현황의 증감을 파악해 피해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육상화물운송의 경우는 물동량 등 피해상황을 전수 조사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는 물류관련 협회와 단체들을 통해서 제한적으로 피해현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한 기업들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통계청은 여객이 포함돼 있던 기존의 운수업 조사와 구분해 물류산업 통계를 별도로 발표하기 시작했지만 물동량과 같은 운송실적을 조상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화물운송업 분야 중에서 철도 해운 항공 등의 분야에서는 월별로 물동량을 파악할 수 있지만, 화물차운송업의 물동량을 파악하는 조사는 5년 주기의 사업체물류현황조사가 전부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육상화물의 운송현황을 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
Q. 현재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문제점을 뭐라고 생각하나?
국가 차원의 물류전략은 물류의 전 프로세스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산업발전비전 2030’은 “대한민국이 혁신에 성공한다면 2030년까지 세계 6위 수준의 제조업 생산 역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역량 강화에 발맞춰 나가야 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물류다.
현재 물류산업의 세계적인 추세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원스톱 프로세스 서비스다. 물류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이 출고부터 육상운송, 해상운송, 통관, 현지 배송까지 효율적으로 일괄처리하해 편익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원스톱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물류의 전 과정을 이해하고, 효율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물류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이지만, 물류의 각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정부부처는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어 물류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수출입 관련 정책은 산업자원통상부, 종합물류서비스와 육상 철도 항공운송은 국토교통부, 해상운송은 해양수산부, 수출입 통관은 관세청, 첨단 물류기술은 과기정통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현지에 진출한 물류기업 지원은 어디서 담당하는지조차 모호하다. 다양한 정부부처의 정책을 하나로 엮어서 종합적인 글로벌 물류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을 종합해 연구할 수 있는 물류산업 전문 국책연구기관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으로 나눠져 있는 물류관련 정책 연구 기능을 통합해 종합적인 물류전략뿐 아니라, 물류 산업의 전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한국물류산업연구원(가칭) 같은 국책연구기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Q. 물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면?
물류산업은 크게 자가물류와 위탁물류로 나눠진다.
자가물류는 1자 물류를 뜻하고, 위탁물류는 2자와 3자물류를 가리킨다. 법적으로 물류산업은 후자에 한정돼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발표자료에 의하면, 2016년 국가물류비는 160조로 GDP의 9.7% 수준이었으며, 동일 GDP수준으로 추정한 2018년 국가물류비는 약 175조로 추정된다. 2018년 통계청 물류산업매출액은 89조원으로 51%수준이 위탁물류비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업물류비 실태조사에서도 2018년 위탁물류비 비중이 52%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 1990년에 자가 6, 위탁 4 수준이던 물류수행 비율이 20년 후인 2010년엔 자가 3, 위탁 7로 재편된 것을 고려했을 때, 아직 우리 물류산업의 규모는 1.5배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물류산업이 양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기업들이 자가로 처리하고 있는 물량을 외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위탁을 하지 않고 자가로 물류를 처리하는 화주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물류서비스 품질과 가격적인 요소를 만족하는 신뢰할 수 있는 물류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육상화물운송시장은 참여 사업자들이 파편화돼 있어 규모의 효율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책적인 지원 초점이 개인사업자인 화물차주들에게 맞춰져 있다보니 체계를 갖춘 육상화물운송 전문 물류기업의 등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물류산업의 성장과 물류의 효율화라는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 위탁물류가 점진적으로 자가물류의 영역을 흡수해야 국가적인 물류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물류산업의 성장을 발판으로 물류 효율화를 통해 우리 산업 전체가 더 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자가물류를 흡수할 수 있는 전문 물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전문 물류기업의 육성을 위해 필요한건 뭔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는 육상화물운송시장의 유통구조 개선과 이를 위한 참여 사업자의 구조화다.
2018년 물류통계를 분석해보면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는 약 22만명이다. 법인에 소속된 종사자의 수는 약 25만명으로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1인당 매출액을 살펴보면 차이가 크다. 개인사업자는 약 3380만원 선이고, 법인 사업자는 약 2억4270만원이다.
이는 시장에서 구조화된 법인사업자가 개인사업자에 비해 경쟁력에서 어느 정도까지 앞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화물운송시장 참여자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규모의 효율을 만들고, 화물운송시장 서비스 품질을 올려 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만 화물운송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구조 개선을 추진하는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해운산업의 구조 개선과 산업 재편,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했고,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설립했다. 이와 같이 우리 물류산업 분야에도 화물운송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운송시장의 재구조화를 추진할 수 있는 한국물류유통공사(가칭)의 설립을 정책 안건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Q. 끝으로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많이 어렵고 힘든 2020년이다. 우리 모두가 거친 파도를 넘을 수 있도록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도 물류인들과 함께 파도를 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박재형 기자 jh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