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4 16:22

“북항선석을 반납하라니…” 부산신항 서‘컨’ 운영권협상 난항

BPA, 우선협상자 BPT에 물량이전·선석 반납 요구
BPT, “구체적인 대안도 없는 무리한 요구” 반발


내후년 개장 예정인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운영권을 두고 부산항만공사(BPA)와 북항통합운영사(BPT) 간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처했다.
 
BPA가 서컨테이너부두의 우선협상 대상자인 BPT 측에 100만TEU 물동량 이전과 현재 BPT가 운영 중인 신선대, 감만부두를 포함한 8개 북항 선석 중 2개의 선석 반납을 요구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공사는 서컨테이너부두의 초기 적자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항에서 신항으로의 단계적 물량 이전은 5년 전 ‘부산항 세계 2대 환적거점항 육성 및 특화발전 전략’에 따른 정부의 정책적 기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 정책에 따라 북항 운영사의 한 해 컨테이너 처리량은 약 1200만TEU에서 600만TEU까지 반 토막 난 상황이다.
 
하지만 BPT 측은 무리한 요구라고 공사 측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신항 터미널 운영권 계약을 협의하면서 북항 부두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북항에서 연간 40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해 온 BPT 입장에선 공사 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 4분의 1에 이르는 물동량을 잃게 된다.
 
운영사 측은 “고정비가 약 70%, 변동비가 약 30%의 비용 구조에서 100만TEU 물량이 이전되면 연간 150억~170억원의 경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며 “선사들의 북‧신항 동시기항에 따른 운항원가 상승, 환적 비용 증가, 운송시간 지연에 따른 유류비 증가 등 추가적인 비용이 투입돼 국내 화주의 물류비가 증가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단 운영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항을 이용 중인 국적 연근해 선사들도 운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는 북항과 신항에 대한 시장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 서비스에 특화된 북항에서 일부 물량이 신항으로 이전하게 되면 북항 국적 연근해 선사들과 운영사 측 모두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재래부두를 주로 이용하던 연근해 선사들은 신항으로 떠난 대형 선사들의 빈자리를 메우며 북항의 안정적 요율과 높은 생산성에 기반해 아시아 역내 서비스를 특화하며 경쟁력을 구축한 바 있다. 그 결과 현재 북항에서만 600만TEU 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항의 북항통합 인력 수용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신항 2-5, 2-6부두는 완전 자동화 체계로 변하고 있는 추세다.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의 경우 인력만 256명에 육박하는데 자동화된 신항에서 과연 인원들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공사 측은 문제에 대한 어떠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BPA는 협상이 난항을 겪자 핵심사안인 선석 반납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아가며 방안을 모색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은 주로 BPT의 북항 8개 선석 중 1개는 2022년 7월까지 사용한 뒤 반납하고 서컨테이너부두 개장에 따른 인력과 신항 물량 이전 문제 등을 향후 항운노조, 선사 등과 논의한다는 식의 내용이 담겼다.
 
공사 관계자는 “내후년에 2-4와 2-5단계가 동시 개장되면 선석당 65만TEU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부산항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항의 아시아 역내 항로 연계망이 망가질 수 있다는 지적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공사 측 자체 조사 결과, 모든 선사들이 북항에서 신항으로의 물량 이전에 반대하지 않았다”며 “일부 선사들이 피더 네트워킹으로 물량이 묶여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호의적인 선사들도 분명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력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의 핵심은 어느 수준까지 인력을 수용 할지가 쟁점이다. 노조와 운영사측 입장이 상이하기에 간단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일단은 핵심 사안인 북항에서 신항으로의 물량 재배치부터 해결한 뒤 노사정과 함께 단계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게 공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협상 결렬되면 DPCT 통합도 불투명”
 
BPT 측은 마감일인 오는 20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북항 통합의 일환이었던 DPCT와의 통합마저도 파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항 통합은 BPT에게 유휴인력 수용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발생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PT는 지난해 11월 DPCT와의 통합 합의 후 아직 등기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BPT는 신항 개장 이후 북항 경영 안정화를 이루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간 북항은 경영난에 허덕이다 수차례 인력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14년 전 신항이 개장되면서 북항물량이 신항으로 대거 이탈한 게 경영난의 원인이 됐다. 이후 정부가 나서 운영사 통합을 추진하며 운영사 경영 안정화를 통해 고용안정을 기대했고 인력조정 없는 통합을 추진함에 따라 운영사는 현재 최소한의 적자를 탈피하는 수준이지만 고용안정화는 지켜 왔다.
 
운영사 측 반발에도 BPA 측은 향후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주에만 두 차례의 협상이 예정돼 있다. 협상 시한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양 측에게 모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사의 선석 조정안이 내후년 계약이 만료되는 허치슨터미널의 선석 확보를 위한 공사 측의 꼼수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사 입장에서는 BPT가 선석을 줄이면 허치슨터미널 선석 확보와 하역료 덤핑 현상도 일부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의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내후년 6월 신항 2-4부두(민자)와 서컨테이너부두가 연이어 개장돼 신항 운영사 간 물량 유치 경쟁이 줄어들게 된다.
 
공사 측은 이 같은 지적에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불확실하지만 항만 근로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은 공사의 의무 중 하나”라며 “북항 근로자 600명이 허치슨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의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해양수산부는 서컨테이너부두 운영권 협상을 둘러싼 양사의 입장을 주도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오는 20일까지 협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협상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운영권 협상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해수부는 부산항 전체의 운영 측면에서 사안을 종합 검토한 후 협상 중재의 필요성이 있다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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