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3 14:04

기획/ 컨선사들 미중무역분쟁 파고 넘지 못했다

지난해 15대 선사 中 11곳 물동량 역주행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전망 ‘암울’


지난 한 해 북미항로에선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의 북미수출 점유율은 급격한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 대체지로 급부상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가파른 물동량 상승세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선사들은 G2(미국·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톱 15에 이름을 올린 에버그린과 SM상선 등을 제외한 11개의 선사들이 북미 수출항로에서 물동량 감소를 맛봤다.

중국, 북미수출 점유율 15년만에 60%선 붕괴

북미항로 수출화물 수송실적은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 통계기관인 피어스에 따르면 지난해(1~12월)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송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1788만TEU 대비 1.3% 감소한 1764만8800TEU를 기록했다. 아세안의 폭발적인 증가세에도 점유율 1위인 중국이 부진한 탓에 전체 물동량은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중국발 수출물량은 1055만TEU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의 북미 수출 점유율은 전년 대비 5.5%포인트(p) 줄어든 59.8%를 기록, 60%대가 붕괴됐다. 중국발 화물 점유율이 50%대를 기록한 건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체지로 주목받고 있는 아세안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물동량은 전년 대비 26.1% 폭증한 345만8100TEU를 기록했으며, 점유율 역시 19.6%로 4.3%p 상승했다. 가구와 기계류, 전자기기 등이 두 자릿수 증가하며 중국 상위 품목이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인 실적을 보였다. 

동남아 모든 국가에서 플러스 성장을 일궜으며, 특히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는 전년 대비 26.9% 34.5% 48.7% 폭증한 38만2000TEU 159만1600TEU 10만5000TEU를 달성하며 중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한국발 물량은 91만2800TEU로 7.6% 증가했다. 전체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5.2%로 전년 대비 0.5%p 상승했다. 서남아시아발 수출은 전년 대비 9.9% 증가한 109만7400TEU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0만TEU를 돌파했다.

월간 수송실적도 지난해 4분기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하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올해 1월 아시아발 미국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한 155만8400TEU를 기록했다. 1위 중국발 화물은 9.7% 감소한 89만8000TEU로 10개월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발 화물은 3.1% 감소한 7만9100TEU를 기록,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으며, 일본발 화물은 10% 감소한 4만8500TEU에 그쳤다. 반면 아세안에서 수출된 화물은 25.5% 폭증한 34만7400TEU로, 45개월 연속 성장했다. 

지난해 북미항로 운임은 무역분쟁 여파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지난 한 해 상하이발 북미항로 평균 운임(현물)은 40피트컨테이너(FEU)당 미 서안 1525달러, 미 동안은 2633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이맘때 서안 운임이 1741달러, 동안이 2806달러를 기록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를 보였다. 

SM상선 수출입항로서 물동량 증가세 시현

선사별 수송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발 북미행 컨테이너항로에서 에버그린과 SM상선 등을 제외한 전 선사의 물동량이 1년 전에 비해 마이너스 행보를 보였다. 

OOCL 인수 효과에 힘입어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 코스코는 전년 대비 4.3% 감소한 279만6500TEU의 컨테이너를 아시아에서 북미로 실어날랐다. 코스코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프랑스 CMA-CGM의 수송량은 1년 전보다 2.6% 후퇴한 253만7200TEU에 그쳤다. 

선복량 기준 세계 1위인 머스크도 7.5% 감소한 150만3500TEU를 기록, 무역분쟁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머스크와 함께 2M에 속한 MSC는 9% 역주행한 120만6000TEU로 15대 선사 중 물동량 감소폭이 가장 컸다. 

국적선사들의 수송 실적은 외국선사에 비해 선방했다. 현대상선은 전년 대비 0.5% 감소한 91만7400TEU를 기록했고, SM상선은 6.2% 증가한 30만8000TEU를 달성했다. 

 


에버그린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195만6400TEU를 기록, SM상선과 함께 플러스 성장한 선사로 꼽혔다. 수익성 악화로 북미항로 철수를 결정한 PIL은 6% 감소한 29만TEU의 실적을 거뒀다. 잇따른 물동량 감소에 15대 선사들의 물동량은 2.6% 줄어든 1652만8900TEU로 집계됐다.

북미발 아시아행 수송량은 무역분쟁 여파에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대 선사들의 수송량은 0.3% 늘어난 609만3200TEU를 기록했다. 

CMA-CGM이 9.5% 증가한 106만2600TEU의 컨테이너를 북미에서 아시아로 실어나르며 1위를 차지했다.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11.4% 증가한 100만2200TEU를 기록, 10대 선사 중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를 일궜다. 

반면 중화권 선사인 코스코 에버그린은 전년 대비 각각 2.5% 13.2% 감소한 92만6000TEU 60만TEU에 그쳤다. 머스크도 8.4% 후퇴한 57만1700TEU를 거뒀다. 현대상선 하파크로이트는 8.2% 10.6% 역주행한 43만3500TEU 25만2100TEU를 냈다. 반면 SM상선은 전년 대비 14.1% 증가한 10만4200TEU를 달성, 15대 선사 중 유일하게 수출입 물동량이 증가한 선사로 꼽혔다. 양밍해운도 9.2% 증가한 43만3500TEU를 달성하며 물동량 증가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 사태로 물동량 감소 표면화

무역분쟁 여파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진 탓에 올 한 해 북미항로 전망을 바라보는 선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 화주인 중국이 화물 수입을 중단하는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다 건 공장들의 휴업이 늘면서 물동량 증가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베트남과 다른 동남아 생산거점들이 얼마나 많은 생산량을 대체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아 물동량 감소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동량 감소는 곧 선사들의 영업손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해운분석기관 시인텔은 선사들이 코로나 여파로 매주 30만~35만TEU의 물동량 감소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TEU당 평균 운임을 1000달러라고 가정할 경우 해운시장 전체 기준 주간 3억~3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거란 설명이다. 

알파라이너도 코로나 여파로 중국의 1분기 컨테이너 물동량이 최소 600만TEU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데 이어 올 한 해 해상 물동량은 전년 대비 0.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물동량 감소의 주원인이었던 무역분쟁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감소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임시휴항 규모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아 선사들의 영업손실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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