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7 14:17

한중카페리 여객 200만명시대 열었지만…

지난해 여객수송 34% 급증…올들어 코로나사태로 여객·화물 곤두박질


지난해 물동량 부진을 여객 실적 호조로 방어한 한중 카페리선사들이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한중 카페리선사들은 지난 한 해 화물 약세에 시달렸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막히면서 덩달아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던 원부자재까지 타격을 받았다.

한중카페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중 간 17개 카페리항로 화물 수송실적은 2.7% 감소한 54만9204TEU에 머물렀다. 평균소석률은 40.6%로 4%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 50%대에 이르던 소석률은 2017년 49.6%로 하락했다가 2018년 44.7%로 재차 떨어졌고 지난해는 40%대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17개 노선 중 플러스 성장한 곳은 단동국제항운의 인천-단둥, 영성대룡해운의 평택-룽청, 범영훼리의 인천-잉커우, 석도국제훼리의 제2 군산-스다오, 평택교동훼리의 평택-웨이하이 5개에 불과하다.

특히 5만TEU를 넘긴 노선이 1곳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난해 물동량 침체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일조국제훼리가 운항 중인 평택-르자오노선이 5만3126TEU의 물동량을 달성, 유일하게 5만TEU를 돌파했다.

연간 물동량 5만개 노선은 2017년 5곳에서 2018년 2곳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1곳만 남게 됐다. 한중카페리항로의 맏형인 위동항운마저도 운영 중인 2개 노선 모두 4만TEU대의 성적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여객부문은 사드사태의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냈다. 한중 카페리선 이용객은 200만3641명으로, 2018년의 149만8363명에서 33.7% 늘어났다. 한중카페리항로가 열린 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이용객 2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여객실적은 2011년 171만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시나브로 하락세를 탔으며 2017년엔 사드사태까지 터지면서 126만명까지 후퇴했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여객을 실어나른 노선은 화동해운이 운항하는 인천-스다오로, 개항 이래 처음으로 20만명을 돌파해 경쟁노선의 부러움을 샀다. 19만명을 넘긴 노선도 군산-스다오, 평택-웨이하이, 평택-옌타이 3곳에 이른다.

 



1월 여객·화물 30% 안팎 급감

미중무역분쟁의 파고를 여객의 힘을 빌려 넘어선 한중카페리선사지만 코로나19 사태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당장 1월 실적만 놓고 보면 화물뿐 아니라 ‘잘 나가던’ 여객실적까지도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1월 한 달간 수송 실적은 여객 10만8037명, 화물 3만9251TEU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의 15만9234명, 5만4599TEU에 견줘 여객은 32.2%, 화물은 28.1% 후진했다. 설날(춘절) 이후 일주일간의 시장 침체가 불러온 결과치곤 감소 폭이 매우 크다는 평가다. 춘절 기간 동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자 여객운송이 전면 중단됐고 화물실적은 중국 내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함께 급감했다.

문제는 2월이다. 선사들은 2월 중반까지 여객과 화물이 동반 ‘올스톱’했다고 전했다. 2월 들어 2~3주간 선사들은 한 항차에 10~20개 안팎의 화물만을 수송하는 데 그쳤다. 객실도 중국 정부의 국내외 단체 여행 금지 조치로 텅텅 비었다.

2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화물 실적은 다시 상승하는 분위기다. 선사들은 마지막 주엔 평소 대비 50~60%선까지 수요가 올라왔다고 전했다.  공장 가동이 속속 정상화되고 있어 3월 이후 물동량은 예년의 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객 실적은 한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둔화되는 추세로 전환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확진자가 급속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선사 관계자는 “2월 중순까지 여객은 하나도 없고 화물은 10% 수준밖에 싣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최근 들어 화물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여객은 국내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 한 한동안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자금지원도 신용도 문제로 삐걱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정부 지원금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14개 카페리선사에 기업당 20억원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해양진흥공사가 금융기관에 300억원을 예치하면 금융기관은 예치금 한도 내에서 선사들에게 2%의 저리로 경영자금을 대출하게 된다. 아울러 항만사용료를 전액 감면하는 지원책도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선사들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해진공 측에서 금융기관에 자금 예치를 하지 않은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간의 심각한 실적 부진으로 운영자금이 바닥난 선사들이 늘고 있다”며 “한중 지분구조 등의 기술적인 부분을 따져 하루빨리 금융 지원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은행의 여신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선사가 많지 않은 데다 선사들이 대부분 본사를 중국에 두고 국내에선 대리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선사들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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