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2 14:54

‘중국 들른 선원은 입국 안돼’ 해운업계 신종코로나에 울상

선주협회, 정부 국제기구에 대책마련 건의키로


 
해운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선박 운항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중국 조선소 휴업과 중국 기항 선박 승무원의 상륙 금지를 꼽고 있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 중국 기항 선박에 승선한 선원의 상륙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호주 브라질 등은 14일 이내에 중국 항구를 들른 선원의 입국을 불허한 상태다. 중국은 외국 승무원이 자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문제는 입국 금지로 선원 교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해사노동협약(MLC) 규정을 어길 수 있다는 점이다. MLC에선 선원들의 승선 근무기간을 12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 해당 선원은 즉시 배에서 내려야 하고 선박도 제재를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부원선원을 10개월 근무 조건으로 승선시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계약기간을 훌쩍 넘겨 1년 이상 승선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12개월 규정을 지키지 못해 선원 하선 처분을 받을 경우 대체 선원을 공급받을 때까지 선박운항 중단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수리조선소의 장기휴업은 해운업계의 선박검사 계획에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협약과 선박안전법에 따라 선박은 5년마다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선박 정기검사(입거수리)를 받아야하는 국적선은 60척 정도다.

하지만 중국 조선소가 신종코로나 사태로 조업을 중단하면서 선박검사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일부 조선소는 춘절 연휴 동안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조업에 불참하면서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신조선 납기를 지키지 못한다는 내용을 선주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선사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선박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가 늦어질 경우 자칫 증서기간 만료로 선박이 운항을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선주협회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대책회의에서 선박검사기간을 연장하고 MLC 검사관 단속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정부 방침을 통일해 중국을 기항하는 근해항로 선박의 외국인선원이 국내에서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건당국은 특별검역과 체류 일정·동선 보고를 조건으로 하선을 허용하고 있으나 법무부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물류 적체 해소를 위한 컨테이너화물 대체 장치장 확보도 건의사항에 포함됐다.

협회 이철중 이사는 “선박 정기검사의 지연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IMO(국제해사기구)에도 선박검사증서의 유효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해 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라며 “중국을 기항하는 선박의 선원을 교대하지 못하는 문제도 ILO에 알려 MLC 검사관의 단속이 유예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달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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