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3 16:01

한일항로/ “실링 조였지만” 수요 부진에 미달선사 속출

장금상선, 흥아해운과 시코쿠·규슈항로 강화


한일항로가 부진한 모습으로 2020년 경자년을 시작했다. 일본의 연초 장기 연휴와 우리나라의 설 연휴 등이 겹치면서 심각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새해 1~2월 선적상한선(실링)을 83%까지 강화했다. 전기인 지난해 11~12월의 92%에 비해 9%포인트, 전년 같은 기간의 93%에 비해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1~2월 실링을 80%대로 정한 건 2016년의 82% 이후 4년 만이다. 그만큼 시장상황이 엄중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내내 90% 후반대로 실링을 설정해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섰던 국적선사들은 수요가 부진하자 실링을 조여 운임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링 조이기에 돌입했음에도 달성률은 여전히 부진하다.

1~2월에 실링을 대폭 낮췄음에도 장금상선을 제외하고 모두 미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초가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한일 무역분쟁의 후유증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올해는 일주일간 이어지는 일본 신정 연휴에 더해 우리나라 설 연휴까지 1월로 몰리면서 수요 부진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선사 관계자는 “일본 불매 운동에다 연초 현지 연휴로 수입화물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더구나 설 연휴까지 이어지면서 수출화물도 동반 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물동량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물동량은 4% 감소한 175만5934TEU에 머물렀다. 1년 전에 비해 7만여TEU나 후퇴했다.

수출화물은 4.3% 감소한 34만4659TEU, 수입화물은 5.8% 감소한 29만6814TEU, 환적화물은 3.4% 감소한 111만4461TEU를 각각 기록했다. 양국 갈등으로 수출입화물이 부진한 가운데 매년 승승장구하던 환적화물까지 하락세로 돌아선 건 뼈아픈 대목이다.

한일항로의 최대 성수기인 10월과 11월에 나란히 8.4% 7.3%의 역신장을 이어간 것도 선사들의 표정을 어둡게 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공식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12월과 1월에도 모두 실적이 감소세를 띤 것으로 보인다”며 “설 연휴가 끝나고 반등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수요 부진으로 운임도 하락세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부산발 일본 주요지역행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150~180달러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 때 200달러를 호가하던 이 항로 운임은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해 도입한 저유황할증료(LSS)가 원활한 징수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선사들은 지난해 12월부터 한일항로 유가할증료(BAF)를 125달러에서 170달러로 인상했다. LSS 45달러가 BAF에 반영됐다.

항로 변화 소식으로 장금상선은 계열사인 흥아해운과의 공동운항을 통해 시코쿠·규슈 서비스를 1항차 증편했다. 이요미시마·모지 노선이 5항차, 하카타 노선이 4항차, 미즈시마·도쿠야마·히로시마 노선이 3항차로 각각 늘어났다. 프랑스 CMA CGM은 부산항과 일본 규슈지역을 연결하는 신규 피더항로를 19일 개설했다. 신설항로를 통해 자사와 계열사 피더화물을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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