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2030년까지 자율운항선박시장 점유율을 50%까지 확대하고 스마트항만화를 통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처리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인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정책포럼에서 “자동화-정보체인화-지능화-자율경영 4단계의 4차산업혁명의 발달 단계상 우리나라 해양수산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1~2단계 뒤처져 있지만 세계적 수준의 ICT(정보통신기술) 역량과 조선·해운·항만 분야 축적 기술과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후발주자 이점(latecomer advantage)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무인선박 개발로 선박운용비 20% 이상 절감
해수부는 해양수산4차산업혁명 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수립한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을 지난달 발표했다. 전략은 해운‧항만, 수산, 해양공간(환경‧재해‧안전)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현안‧문제 해결 가능성, 국민과 종사자에 제공하는 가치 등을 고려해 9대 핵심과제 25개 세부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해운항만에선 ▲선박·항만 지능화로 스마트 해상물류 실현 ▲물류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 촉진 ▲초연결 해상교통 인프라 구축 등 3대 과제가 설정됐다.
문 장관은 지난 10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을 산업부와 함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전했다. 16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2025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 3레벨 수준의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고, 후속 연구를 통해 2030년까지 4레벨 수준의 완전무인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그는 지능형 항해시스템과 기관자동화시스템 운용표준화기술 등을 개발한 뒤 마지막 2년간 울산에 구축된 성능실증센터에서 자율운항선박 실증시험과 국제표준화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증시험은 1단계 시뮬레이션, 2단계 소형시제선 운항, 3단계 관공선·상선 등 실선박 운항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IMO는 자율운항선박을 다양한 수준으로 사람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선박으로 정의하는 한편 자율화 등급을 ▲선원 의사결정 지원(1레벨) ▲선원 승선 원격제어(2레벨) ▲선원 미승선(최소인원) 원격제어와 기관 자동화(3레벨) ▲완전무인 자율운항(4레벨)으로 규정했다.
해외에선 지난해 12월 롤스로이스가 핀란드 국영선사인 핀페리와 제휴해 세계 최초로 무인 선박 운항에 성공했다. 당시 차도선 <팔코>(Falco)호는 80명의 승객을 태우고 2.4km의 항로를 무사히 운항했다. 선박 조종은 50km 떨어진 원격 운영센터에서 이뤄졌다.
문 장관은 “자율운항선박을 2030년까지 시장 50%를 점유해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자율운항선박 개발로 선박 운용비용을 최대 22%까지 감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루만에 초대형선 하역하는 스마트항만 구현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연계해 이들 선박에 초고속 대용량 하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화 항만 시스템도 구축된다. 스마트항만은 사물인터넷·인공지능 기술로 모든 작업과 물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물류 프로세스와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현하게 된다.
항만물류 전문가인 문 장관은 “물류운송체계의 3요소인 노드(물류거점) 모드(운송수단) 링크(운송경로) 중 모드인 선박은 움직여야 돈을 벌기 때문에 항만에서 머무는 시간은 돈을 쓰는 시간”이라며 “선박을 항만에서 짧게 머물게 하는 게 해운항만시장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스마트항만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처리시간을 현재의 40시간에서 2030년엔 24시간 이내로 40% 가량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까지 광양항에 스마트부두 1선석을 개발해 항만 자동화 기술 시연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문 장관은 드류리 오션쉬핑컨설턴트 등 해외 해운조사기관을 인용해 “선박이 고속화되고 대형화될수록 항만의 하역 시간은 24시간을 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정부는 자율운항선박과 스마트항만 간 정보 교환 등 해상 초고속 통신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LTE-M 통신망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최적의 안전항로를 안내하는 이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운항선박의 이·접안과 항만 자동하역 등을 지원하기 위해 오차범위 10cm 이하의 고정밀 위치정보서비스(PNT)도 2025년부터 제공한다.
문 장관은 롤스로이스의 자율운항선박 실증실험을 두고 “해놓고 보면 별 거 아니지만 처음 하는 건 어려운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도 (자율운항선박 분야에서) 참조할 수 있는 모델을 선도해야 했는데 못 했다는 게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말하며 조속한 기술개발에 들어갈 계획임을 시사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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