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2 14:15

동남아항로/ ‘베’ 호찌민 컨선 침몰에 시황 반짝상승

주요 국적선사, 이달 16일부터 저유황유 할증료 부과


지난달 18일 베트남 호찌민시를 지나가던 소형 컨테이너선 한 척이 침몰되면서 동남아 바닷길이 심각한 체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호찌민을 거쳐야 갈 수 있는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바닷길이 줄줄이 막히면서 해상운임도 반짝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657TEU급 컨테이너선 <베트선인테그리티>호로, 호찌민시 인근 롱따우강에서 전복됐다. 해운업계는 롱따우강의 수심이 낮아 침몰한 선박과 컨테이너가 뱃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호찌민 항만당국은 동짠-롱따우강의 합류지점에서 포사이즈강 구간의 운항을 전면 차단하고 있으며, 수심이 낮은 소아이랍강을 우회로로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심이 낮은 탓에 선사들은 입·출항 흘수 제약을 약 9m로 규제하는 등 화물 선적을 대거 미루고 있다. 수심규제가 장기화되면 선적량이 평달에 견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평가다.

뜻밖의 사고로 선복난이 심화되면서 해상운임은 전달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사고가 선사에게 수익을 안겨줄 지는 미지수다. 운임인상에는 성공했지만 수심규제 여파로 과거 선적량의 약 70~80% 물량만 운송되고 있어 선박 한 척의 운항비를 메우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선박 전복사고로 선복이 부족해지면서 해상운임이 오른 점은 고무적이다”라면서도 “배 한 척의 운항비는 동일하게 지출되고 있는데 선적량은 70~80% 수준에 그쳐 운임인상이 수익으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는 이달 16일부터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해 저유황유 할증료 징수에 나섰다. 대부분 20피트 컨테이너(TEU)당 7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냉동냉장(리퍼)컨테이너는 TEU당 105달러다. 적용시점은 내년 2월~3월 말까지다. 새로운 유류할증료는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을 대비해 3~6개월 단위로 유가와 연동해 조정된다.

국제물류주선(프레이트포워딩)업계와 화물혼재(콘솔)업계는 새로운 비용부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오랫동안 거론돼 온 점에서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분기나 반기 계약을 맺는 대형 화주들은 기존에 맺은 계약서를 들이대며 비용부담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년도부터 적용될 새로운 계약서에는 대형 화주들도 비용 부담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호찌민 선박 전복 사고로 공급난이 심화되는 만큼 할증료 확보가 한층 수월할 거란 분석이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대부분 높은 수준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중량 문제로 인해 중순이 채 되지도 않아 이달 말 선적예약을 마감했다는 후문이다. 국적선사에 견줘 물량부진에 시달리던 외국적 선사도 모처럼 수혜를 누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형 선박을 투입하는 외국적 선사는 국적선사들이 미처 소화하지 못한 물량과 중량화물을 대거 유치하며 선복을 메우고 있다. 한 외국적 선사 관계자는 “호찌민 선박 전복 사고 여파로 국적선사들이 화물운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중량화물을 선적하려는 화주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2주차부터 적재율이 꽤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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