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4 09:00

“얼라이언스 가입 마친 현대상선 내년 하반기 흑자 기대”

인터뷰/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
계약조건 역대 국적선사 제휴사례 중 가장 좋아


“이란에 문제가 생겨서 유가가 폭등하거나 미중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의 커다란 대외변수만 없다면 내년 하반기에 현대상선의 영업이익 흑자가 가능하지 않겠나.”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은 2일 가진 해운기자단 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TA) 가입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엄 국장은 시장조사기관의 유가와 운임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베스트(최상) 베이스(기본) 워스트(최악) 3가지로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를 나눴을 때 ‘워스트케이스’를 제외하고 모두 내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준으로 정한 유가와 운임 수준은 밝히지 않았다.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마다 회계법인에서 현대상선 경영상태를 검증해나가고 있다. 현재 시점의 유가나 고비용 장기용선 구조와 운임수준 등을 반영해 전망한 결과 내년 하반기부터 (영업이익) 가능성이 있는 걸로 나오더라.”

이어 “현대상선의 선박금융 금리가 달러 기준으로 7.5%에 달해 초대형선을 도입하더라도 흑자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클린컴퍼니’로 전환해야 한다”는 산업은행 기업금융2실 장세호 단장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엄 국장은 “초대형선 금융 금리는 평균 5%대에 불과하고 대출 통화도 원화 중심이고 달러화는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대상선이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 위해선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클린컴퍼니 전환은 검토 대상 자체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9월 발주한 초대형선 20척의 금융을 모두 마무리한 상황이다. 2만3000TEU급 선박(17억5200만달러)의 경우 메리츠종금과 미래에셋이 선순위 40%와 후순위 30%를 도맡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중순위 20%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9억1200만달러)은 정부의 세 번째 신조지원프로그램 대상으로 선정됐다. 

 


초대형선이 얼라이언스 가입 이끌어

엄 국장은 초대형선 20척이 성공적인 얼라이언스 가입의 1등 공신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신조 초대형선이 해외 선사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해운업계 내부에서 화물 확보가 안 된 상황에서 초대형선을 발주해선 안 된다는 말들이 많았고 머스크 등에선 발주를 안 하는 조건으로 얼라이언스 가입을 제시했다. 하지만 저희는 현대상선이 대형선 발주를 안 하면 매년 4000억~5000억원씩 적자가 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판단해 (관련 부처를) 어렵게 설득해서 (초대형선을) 발주했다. 발주계약이 체결되고 한 달 뒤 얼라이언스 협상을 하자는 제의가 왔다.”

현대상선은 가입을 확정한 TA뿐 아니라 2M 오션(OA) 등 3대 얼라이언스와 모두 협상을 벌였다.

“제의를 해온 한 곳과 먼저 협상하면서 역으로 11월 하순께 또 다른 얼라이언스에게 우리 측이 요청해 2개 얼라이언스와 동시에 협상을 벌이게 됐다. 올해 들어 마지막 남은 얼라이언스와도 자연스럽게 논의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1곳은 조건이 가장 안 좋아서 더 이상 협상을 안 하기로 하고 2월부터 6월19일 (TA와) 서명하기 전까지 2곳의 얼라이언스와 협상을 계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2M과의 계약 만기가 내년 3월인 점을 들어 올해 상반기까지 성과를 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기한에 쫓길 경우 최상의 조건을 확보하지 못한 채 협상을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번 디얼라이언스 가입은 한진해운을 포함해 지금까지 국적선사가 체결한 해운제휴 계약 중 가장 유리하다는 게 엄 국장의 평가다. 그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함구하면서도 “협력기간을 2M은 2025년, 오션은 2027년까지 제시한 반면 디얼라이언스는 당초의 2023년에서 2030년으로 늘린 데다 현대상선이 원하는 모든 항로에 배를 넣고 같이 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일관성 있게 협상전략과 일정을 수립한 현대상선 얼라이언스 전담팀과 협상의 큰 틀을 그린 전임 경영진, 세부 문안 작업을 맡은 현 경영진이 안정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 치하했다.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투입 전략도 밝혔다. 내년 2분기에 인도받는 2만3000TEU급 12척은 북유럽항로 투입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다. 반면 미 동안을 운항할 것으로 점쳐졌던 1만5000TEU급 8척은 지중해로 행선지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미 동안 운항선박은 머스크에 빌려준 1만3000TEU급 7척과 1만1000TEU급 2척으로 대체 가능한 까닭에 내후년 2분기에 인도되는 신조선은 남유럽항로에 넣자는 게 디얼라이언스 회원사의 생각이라고 엄 국장은 전했다. 

경쟁당국 승인에 대해선 “3대얼라이언스 중 코스코가 가입한 오션얼라이언스가 점유율 37%로 가장 크고 현대상선이 가입하는 디얼라이언스가 28%, 2M이 27% 정도”라며 “중국을 비롯한 경쟁당국에서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3분의 2 지점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엄 국장은 “대형선을 발주했을 때 3분의 1을 왔고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서 3분의 2까지 오게 됐다 ”며 “나머지 3분의 1은 현대상선이 잘 관리하면서 해나가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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