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이번 호에서는 우리 법원이 히말라야 약관의 종료 시점에 관하여 상세히 판단한 사례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히말라야 약관은 주지하는 대로 해상운송인에게 적용되는 책임제한의 이익을 터미널 운영자, 하역업자, 선박대리점, 선장, 선원 기타 운송화물 취급자 등에게 확장하여 적용하도록 하는 취지의 선하증권의 이면 기재 조항을 말한다.
이 사건에는 여러 해상 전문 로펌이 관여했는데, 원고 측을 담당한 필자의 법무법인 세창이 피고 측의 여러 항변을 배척시키고 사실상 전부 승소한 건이다.
2. 기초 사실
판결은 여러 피고들이 등장하는데, 본건에 관련된 부분만으로 축약하여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가. TKR는 2014년 1월9일 피고 주식회사 JJ(이하 ‘피고 JJ’이라 한다)과 사이에, TKR를 운송의뢰인, 피고 JJ을 운송인으로 하여, 운송인이 운송의뢰인이 수출·수입하는 화물에 대한 해상/항공운송 및 통관, 내륙운송, 창고보관 등의 제반업무를 처리하기로 하는 내용의 국제물류주선업 계약(이하 ‘이 사건 국제물류주선업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했다.
이 사건 국제물류주선업 계약에 의하면, 계약기간은 2014년 1월1일부터 2014년 12월31일까지이고,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물의 손상, 멸실, 운송오류, 운송지연 및 기타사항에 대해서는 합당한 자료에 근거하여 운송인이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나. 한편, TKR는 2014년 9월16일 원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다. 본건 화물의 운송은 송하인(TRANE EXPORT LLC)의 주관으로 운송인 AI에 의하여, 미국 제조사에서 부산항까지 운송이 이루어진 후, 부산항에서 최종목적지까지는 수하인인 TKR와 피고 JJ 사이의 이 사건 국제물류주선업 계약에 의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라. 부산항에 도착한 본건 화물은 2014년 9월29일 보조참가인에 의하여 선박에서 지상으로 양육됐고, 야적장에서 피고 HX 소속 김OO이 운전하는 트럭(서울98사OOOO)에 적재된 상태에서 트럭에 결박되지 아니한 채로 이송되던 중 트럭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본건 화물이 파손됐다.
마. TKR는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손상 정도를 미국 제조사에 알려줬는데, 미국 제조사는 2014년 10월27일 위 정보를 바탕으로 ‘본건 화물의 손상에 대한 심층평가를 위한 견적비용(수송비와 손상 부분 교체에 필요한 재료비 미포함)은 미화 70,000달러이고, 사진상으로 본건 화물 주요 부분에 대한 광범위한 손상이 있고, 그로 인하여 내부 구성 부분에 잠재적이고 추정적인 손상, 부식가능성이 있어 제품 안정성에 장기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본건 화물을 미국으로 다시 송부하여 수리하는 것은 비용적인 효율성과 고객의 적시적인 선택가능성의 측면에서 좋지 아니하므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한편 본건 화물을 국내에서 수리할 수 없는 관계로 미국 제조사로 송부하여 수리를 하여야 하는데, 그 경우의 수리비는 별지 기재와 같이 미화 408,018달러로 추산된다.
바. 이에 원고는 2015년 6월25일 피보험자인 TKR에게 미화 408,018달러를 보험금으로 지급했고, TKR는 2015년 7월27일 본건 화물을 수리 후 재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폐품 처리한 후 2014년 12월8일경 새로운 냉각기를 제조사에 미화 452,707달러에 주문했다.
3. 법원의 히말라야 약관의 적용 종료 시점에 대한 판단
가. 손해배상 책임의 유무
피고 HX, JJ 와 그들의 책임보험자들은 연대하여 TKR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원고에게 구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히말라야 약관에 기한 감책 항변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을바 3호증) 제34조에는 피고 HX이 주장하는 이른바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이 기재돼 있는바, 이와 같은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이 선하증권의 이면에 기재돼 있는 경우에, 그 손해가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하위계약자인 하역업자도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과 관련하여 운송인이 선하증권 약관조항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고(대법원 1997년 1월24일 선고 95다25237 판결, 대법원 2007년 4월27일 선고 2007다4943 판결 등 참조), 위 약관에서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는 하역업자는 운송인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있을 것을 요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과 직접적인 계약관계 없이 그 운송인의 선하증권에 따른 업무범위 및 책임영역에 해당하는 작업의 일부를 대행한 하역업자도 포함된다(대법원 2016년 9월28일 선고 2016다213237 참조).”고 전제한 후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1) 피고 HX은 본건 화물을 부두 내에서 운송한 자로서 하역 작업을 일부를 담당한 자이므로 운송인인 AI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위 히말라야 약관을 원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하역업자에는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피고 HX은 선하증권을 발행한 AI의 선하증권에 따른 업무범위 및 책임영역에 해당하는 작업을 대행하는 경우에만 히말라야 약관을 원용할 수 있다.
2) 그런데,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7조는 운송인 AI의 책임 범위에 관하여 “이 계약조건이 “port to port” 운송에 사용되는 경우, 운송인은 선적 이전이나 하역 이후 운송물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책임이 없고, 하역은 운송물이 선박의 tackle에서 풀려지거나, 갑판에서 내려지거나, 갑판 넘어서 통과하거나, 선박에 고정된 파이프 연결 부분을 넘어서는 경우에 완료된다 (In so far as this Terms & Conditions is used for Port-to-Port Transportation of the Goods, the Ocean Carrier shall not be responsible for loss of or damage to the Goods caused before loading or after discharge. “Discharge” shall be deemed to be completed when the Goods have been unhooked from the vessel’s tackle or removed from the vessel’s deck or passed beyond the vessel’s deck or passed beyond the vessel’s permanent pipe connections)”고 정하고 있으므로, 위 하역이 완료된 이후에 본건 화물에 발생한 손상에 대하여 운송인 AI은 책임이 없고, 하역 이후의 운송은 그 업무영역에 속하지 아니한다.
3)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본건 화물이 위 이면약관이 정하고 있는 하역이 완료된 이후에 발생된 사고이므로 AI이 그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피고 HX은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을 원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위 피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나오며
그간 히말라야 약관 적용의 개시 시점에 관해선 2009년 8월20일 선고 2007다82530 판결이 선사가 화물을 수령하여 단독 점유하는 시점에 이르러야 히말라야 약관의 개시된다고 판시하여 (위 사안은 화물 집하소 즉 CFS에서 화물의 적입 중에 일어난, 선사가 화물 수령 이전에 일어난 사고이다), 동 약관의 개시 시점에 관하여서는 비교적 명백했으나, 동 약관의 종료 시점에 관해선 그간 충분한 연구가 행해지지 않았다.
크게 보면, 동 약관의 적용의 종료시점에 관해서는, 1) 부두에서의 하역 등 해상위험이 종료하는 시점이라는 견해, 2) 선사의 수하인에의 화물 인도 시까지라는 견해로 나눠 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항구로부터 500킬로미터 떨어진 내륙에서의 철도 운송사고에 대해서도 히말라야 약관을 적용했는데 (이른바 “커비” 판결), 이는 후자의 범주에 속한다 할 것이다).
히말라야 약관은 이를 작성,교부한 선사의 의사의 해석이 중요한데, 이 건 선사의 책임이 애초 하역시에 종료하는 것으로 의도한 것으로 보이므로 동 약관의 수혜자(beneficiaries)는 해사의무 이행자로 한정되는 점, 본건처럼 하역 트럭을 화주 측에 직접 수배한 경우는 선사가 하역 후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인 점 (예컨대, 우리 법원은 이른바 “선상도”에 관한 대법원 2004년 10월15일선고 2004다2137 판결 등을 통하여 하역이 화주 책임으로 진행된 경우 선사의 책임 종료 시점이 당겨지게 됨을 인정한 바 있으며, 이러한 법리는 유류 화물 등 화주가 하역을 주도하는 화물에도 확대되고 있어 즉 이러한 화물은 선박으로부터 하역 내지 반출시 선사의 업무를 종료한 것으로 봄이 최근의 경향이다), 위 2009년 판결을 적용 내지 유추하면 화물이 선사의 단독 점유에서 벗어나는 시점에 히말라야 약관의 적용도 종료할 것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한 점을 볼 때,위 운송업자에 대하여 동 약관의 적용을 부인하는 것이 합당하다. 즉, 이 피고는 내륙운송을 담당한 자로서 위 약관이 예정한 해사의무 이행자가 아니므로, 해상운송인의 여하한 면책사유와 항변사유를 원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화물 하역 종료 즈음에 히말라야 약관의 적용은 종료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내륙운송업체는 히말라야 약관의 수혜자가 아니라고 본 이 사건의 결론은 매우 타당하다. 향후 유사 분쟁 건에서도 의미 있는 실무적 가이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 사건은 피고 측의 상고 취하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음이 없이 확정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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