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3 09:53

아시아-지중해 교역 중심지, 피레에프스항

<세계항만순례>
중국 등에 업고 그리스 넘어 지중해 관문으로 ‘승승장구’


그리스의 해상관문인 피레에프스항은 지중해 연안 항만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어 명칭인 피레우스로도 불리는 이 항만은 그리스 최대 항만으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사이에 위치해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 만큼이나, 항만의 역사도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깊은 수심과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는 이 항만이 기원전 5세기부터 고대 아테네의 무역을 전담해온 전통적인 항구 도시로 성장해온 배경이다. 

‘컨’ 물동량 6년새 2배 ‘UP’

피레에프스항이 근현대에 이르러 지금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건 지난 1930년 피레에프스항만공사(PPA)가 설립된 이후부터다. PPA 설립 이후 부지 면적 약 39㎢에 컨테이너부두 3개, 로로선 부두 1개, 훼리 및 크루즈부두 각 1개와 일반벌크 부두 1개로 구성된 현재의 시설을 갖추게 된다.

수도인 아테네와 불과 10km 떨어져 있고, 인근 발칸반도와도 가까운 지리적 특성 덕에 유럽 주요 국가들과 원활하게 연결된 철송 연결망은 항만의 큰 강점이다. 피레에프스항은 마케도니아 스코페와 세르비아 벨그라드를 거쳐 북쪽으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연결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을 잇는 ‘육-해’ 운송망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현재 매주 17회차의 정기 열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리스 마케도니아를 비롯해 세르비아 헝가리 불가리아 체코 등 각국 735개 기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3개 컨테이너부두 중 제1부두만 PPA가 운영하고 있고, 2, 3부두의 운영사는 중국 코스코쉬핑포트의 피레에프스컨테이너터미널(PCT)이다. 지난 2009년 그리스 정부는 국가 재정 위기가 닥치자 국유 자산의 민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다.

같은 해 10월 코스코 측은 그리스 정부와 35년 기한의 2, 3부두 임대계약을 맺으며 피레에프스항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에 따라 코스코가 운영을 맡게 된 2부두와 3부두는 전체 안벽 길이 약 2.5km로, 안벽크레인  28기와 레일식갠트리크레인(RMGC) 22기, 완전자동 고무바퀴식갠트리크레인(RTGC) 29기를 보유했다. 전체 항만 물동량의 과반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코스코의 지속적인 투자를 발판 삼아 물동량 증가세도 뚜렷한 모습이다. 지난 2009년에 150만여TEU에 불과했던 물동량은 2017년 현재 414만5000TEU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컨테이너 항만 순위 역시 2011년 76위에서 2017년 37위로 40위 가까이 올랐다.

로로선부두와 크루즈부두도 눈여겨볼 만 하다. 동부 지중해 지역에선 최대 규모의 자동차 환적 허브로 알려진 로로선 부두는 총 5개 선석에 안벽길이는 1500m, 수심은 최대 11m다. 약 19만1000㎡의 면적에 자동차 6000대 가량의 저장 공간을 지녔다. 트럭, 버스 등 대형차량을 위한 특별 저장구역도 마련돼 있다. 연간 약 60만대의 차량이 이 부두를 통해 드나들고 있다. 환적 화물을 위해 10일의 무료 장치기간을 부여해주는 등 상하역 작업에 대한 경쟁력 있는 요율도 장점 중 하나다.

한편, 관광국가로 잘 알려진 만큼 크루즈관광도 발달돼 있다. 1만3000㎡ 규모의 여객터미널 3개가 운영 중으로 이 중 2개는 22만t 이상의 최대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하다. 크루즈선을 통해 그리스를 방문한 관광객은 지난 2004년 연간 60만명을 넘어섰으며 현재는 약 100만명을 돌파했다. 

 
▲피레에프스컨테이너터미널


중국자본 투입 기대·우려 교차

그리스 피레에프스항은 최근 몇 년 새 중국과 함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2, 3 컨테이너부두를 운영 중인 중국 코스코쉬핑포트는 지난 2014년에 1부두 지분 69%를 PPA로부터 사들였으며, 2016년에는 PPA의 지분 67%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며 전 세계 해운로를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중국은 남유럽 진입 관문으로 피레에프스항을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은 이탈리아의 4개 항만에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럽 항만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리스 국민들은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코스코쉬핑포트가 PPA 경영을 맡은 이후 항만물류산업이 오히려 활기를 띠게 되면서 여론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코스코의 인수 이후 물동량은 계속 증가했고, 인수 2년 만에 PPA의 모든 적자가 보전됐다.

게다가 코스코는 향후 크루즈터미널 부두시설 공사와 컨테이너터미널 확장으로 항만의 연간처리능력을 기존 650만TEU에서 720만TEU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산업 경쟁력이 더욱 제고되고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면 중국기업의 투자는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국가 재무 개선에 몰두한 나머지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항만, 공항 등 기간산업 상당수가 외국 자본에 팔린 데다 국민 삶의 질 개선은 지난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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