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3 17:36

해운인이 쓴 화해와 치유의 <세월>호 이야기 화제

성용경 무궁화총연합회 사무처장 기록소설 <더 세월> 펴내


 
 
세월호 5주기를 맞아 해운인이 세월호 사고의 참상을 다룬 다큐소설을 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단법인 무궁화총연합회의 성용경(사진) 사무처장은 ‘오선덕’(OceanDoc)이란 필명으로 소설 <더 세월>을 펴냈다.

성 처장은 한국해양대를 23기로 졸업한 뒤 해군 중위로 군 복무를 마치고 KSS해운(당시 한국특수선)에서 선장으로 근무한 정통 해운인이다. 배에서 내린 뒤 동우선박 등에서 일하다 성화해운이란 합작사를 직접 설립해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금은 시민사회단체 봉사자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더 세월>은 편의상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있는 그대로 묘사한 사실의 기록이다. 작가는 해운인의 시각으로 세월호 침몰과 인양, 직립까지 5년간 일어난 일을 허구란 장치를 빌려 밀도 있게 서술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품을 통해 화해와 용서 치유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세월호에 탑승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선장 출신 주인공 서정민이 참사에 희생된 해운물류사업 파트너의 여동생을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세월호의 아픔을 이겨 나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린다. 특히 피해자들이 대가족을 일구며 희망과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세월호 사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제시한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를 있었던 일로 내 속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선 단편적 기록보다 이야기란 형식이 더 알맞을 거 같았다.” 작가가 다큐멘터리가 아닌 소설로 세월호 사고를 접근한 이유다.

 

작가는 소위 등단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소설을 쓰는 일도 해본 적 없다. 그는 말똥구리가 제 몸집보다 큰 말똥을 말아서 굴리듯 묵묵히 세월호 참사의 전 과정을 기록했고 그 기록들을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생활을 매일매일 기록하던 습관이 이번 작품의 출간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에서 바다를 공부할 때, 해군 중위로 복무할 때, 사회로 나와 상선 선장으로 바다를 누비고 배에서 내려 해운사에서 일할 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회고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그 버릇을 이어가던 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그는 참사를 꼼꼼히 기록했다. 작가는 참사를 집요하게 기록한 이유를 “잊지 않고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몇 백 명의 귀한 생명이 바다 속에서 생명을 잃은 사고를 접하고 해운인의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참사를 기록하는 것밖에 없어서 괴로웠다. 한편으로 기록이나마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는 작품 후기에서 “서정민 가족의 용서와 화해 치유의 이야기를 통해 유가족이 슬픔의 고통에서 의연히 일어나길 바란다”고 집필 의도를 전했다.
 
<더 세월>
▲성용경 지음
▲이야기마을 펴냄(1만5000원)
▲연락처 : 출판사(031-965-9990)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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