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북극항로에 선박들이 몰리고 있다.
4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측 북극항로를 운항한 선박은 총 59척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의 49척에 견줘 10척이 늘어났다.
북극항로 운항 선박은 야말 LNG 기지 건설이 한창이던 지난 2016년 63척으로 정점을 찍은 뒤 LNG 기지가 완공된 2017년엔 프로젝트 수송 수요가 줄면서 49회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러시아 야말반도 LNG(액화천연가스) 기지에서 화물 수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항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컨테이너선의 시험 항해도 확인됐다.
북극해지역 항만에 기항한 선박은 2017년 20척에서 지난해 29척으로 증가했다. 야말산 LNG 수송과 같이 현지 운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북극항로를 이용한 선박들이다. 특히 LNG기지가 있는 야말반도 사베타항을 드나든 선박은 2017년 10척에서 지난해 15척으로 늘어났다. 80%인 12척이 LNG선이었다.
현지 항만을 들르지 않고 북극해를 통항한 선박은 29척에서 30척으로 1척 늘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뱃길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선박들이다. 북극항로 통과선박은 지난 2015년 17척 2016년 19척에서 2017년 29척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지난해도 이 같은 수준이 유지됐다.
선종별로 보면 벌크선 유조선 등의 화물선은 2017년 32척에서 48척으로 16척 늘어났다. 반면 여객선은 3척에서 1척으로 줄었다. 2017년 8척이었던 중량물운반선 운항은 지난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터그나 조사선 등의 기타 선박은 6척에서 10척으로 늘어났다. 현지 프로젝트 수송에 투입된 선박과 관광용 운항은 줄어든 반면 상업적인 뱃길로 활용한 사례는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처음으로 컨테이너선의 항해도 확인됐다. 머스크라인은 지난해 지난 8월22일 3600TEU급 컨테이너선 <벤타머스크>호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해 보스토치니 부산 베링해협을 거쳐 북극해를 통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선박은 한 달여 뒤인 9월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성공적으로 입항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는 수송기간과 연료비를 줄이려는 선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부산-로테르담 간 뱃길은 1만5000km 정도다.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노선(2만2000km)에 비해 거리가 30% 이상 짧다. 운항기간은 40일에서 30일로 10일이나 단축된다.
현재는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정도만 운항이 가능해 상업적인 이용이 제한적이지만 얼음이 완전히 녹는 2030년 이후부터는 그 쓰임새가 매우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스웨덴 스테나해운의 내빙선을 빌려 러시아 노바텍 나프타 4만4000t을 우리나라 광양항으로 들여오는 실험을 한 데 이어 2년 뒤 CJ대한통운이 자사 중량물운반선을 투입해 아랍에미리트 무사파항에서 러시아 야말반도로 해상 하역설비를 운송하는 상업운항에 성공했다.
SLK국보와 팬오션도 북극항로를 이용해 플랜트를 수송한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아와 북유럽을 잇는 경유지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일본도 북극항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 연구소 등이 팀을 이뤄 북극항로를 취항하는 선박 현황을 2014년부터 발표한다. 매년 6월부터 12월 사이 북극해를 항해하는 선박의 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운영 중인 인공위성에서 입수해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