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9 09:12

기고/ 해양사고 예방 ‘현장에 답이 있다’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사람이 물고기가 되지 않는 한, 바다는 인간에게 늘 위험한 곳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다가 사람에게 주는 풍요로운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바다와 함께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인류 역사상 위험한 바다로 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람은 바다에서 일용한 식량원을 얻고, 보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 바닷길을 물류에 이용해 왔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부족해 무역 의존도가 높고, 무역량의 99% 이상을 선박을 이용해 운송하고 있다. 위험하지만 바다를 멀리하고는 살아갈 수 없으므로, 바다가 주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바다를 어떻게 안전하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우리의 숙제로 남아있다. 바다에서 크고 작은 해양 사고가 발생해 왔지만 2014년 4월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충격과 좌절을 안겨주었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국민적 분노와 갈등이 사고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전문적이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시행을 뒤덮어 버리고 있어 안타깝다. 사고 이후 4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사고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도 못한 채, 사고 관계자의 처벌이 먼저 이루어지고, 실효성이 의심되는 수많은 사고 방지 대책이 쏟아져 나와 일부는 이미 강제화되었다.

온 나라가 비탄과 분노에 들끓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과연 현장에서 느끼는 선박 안전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지난 11월14일 제33차 해양사고방지 세미나가 부산에서 열렸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후원하고 우리나라 해양수산을 아우르는 18개 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이 해시는 1986년 이래로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돼 오고 있다.

그간 해양 안전 분야의 선진 기술을 공유하고, 해양 안전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33년을 함께 노력해온 셈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해양수산 종사자의 안전 관리 기법과 안전 의식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이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면 장기간의 조사와 수많은 안전 기법, 시스템, 규제 등이 쏟아지지만 정말 현장에서 수용되고 실행되는 데에는 미흡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명언이 있다. 해양 사고도 그 원인과 방지 대책은 현장에서 시작하여 현장에서 적용하고 실행해야 비로소 완료된다. 해양 사고 방지를 위한 사고 조사, 분석, 대안 마련, 실행은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 전문가들의 참여를 늘림으로써 사고 원인 규명과 사고 방지 대책의 현실성과 유효성을 높여야 한다. 이론적인 부분은 학계에서, 하드웨어와 시스템은 선급에서, 훈련은 해양수산연수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실제 선박을 운항하고 관리하는 현장 전문가들이 조직화되지 못하여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에 선박 운용 현장 전문가들인 선장들이 자생적으로 ‘한국선장포럼’을 창립하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시적 활동에 들어갔다. 반가운 일이다.

한국선장포럼은 실제로 선박에서 3년 이상 선장으로 승선하고, 육상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선박 운용 전문가로 구성되었으므로, 선박 운용과 관련된 현장 안전 등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을 기대한다. 현장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결국 현장을 통해 개선책이 실현되는 것이 해난사고 방지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앞으로 논의되는 해양 사고 방지를 위한 종합적 대책과 효율적인 사고 수습, 재발 방지 대책 등이 현장에서 수용되고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선장 포럼은 어느 이해집단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공정해야 하고, 오직 전문가적 지식에 의한 기술적 판단만을 지향함으로써 제도, 규정으로는 제어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관행까지도 식별해내고 이슈화하여 개선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박 운용의 진정한 전문가 집단인 ‘한국선장포럼’의 자발적 활동이 해양 안전의 미래 전략을 제시하고, 올바른 대응 역량을 키워나가는 새로운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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