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8 08:47

“향후 해운 키워드 대형화·원가경쟁력“

인터뷰/ 박홍범 베셀즈밸류 한국지사장
시중은행 선박금융 참여 유도 정책 요긴



 
“앞으로 해운은 막대한 자금력과 원가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는 세계 유일의 선박 가치 전문 평가기관이다. 지난 2011년 설립 후 짧은 기간 세계 해운 시장에서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전 세계 주요 해운 관련 기업과 기관에서 선박 거래에 베셀즈밸류에서 평가한 선가를 준용하고 있다.

베셀즈밸류는 지난달 서울 종로 새문안로에 지사를 열고 한국 시장 확대에 나섰다. 박홍범 지사장을 만나 한국지사를 열게 된 계기와 계획을 들었다.
 
Q. 베셀즈밸류는 어떤 회사인가?
 
1976년부터 영국에서 선박 브로커로 근무해온 리처드 리블린 사장께서 투명하고 객관적이면서 보다 정확한 선박 가치 평가를 제공하고자 다양한 전문가들과 오랜 준비 끝에 2011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선박 가치 평가뿐 아니라 해운 전반의 데이터와 분석을 제공하는 직원 수 약 15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운에 특화된 기관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회사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400여개의 기업 고객을 보유 중이고 특히 세계 상위 25위 해운금융기관 중 21곳이 애용하고 있다.
 
Q. 선가를 전문 평가하는 베셀즈밸류의 등장으로 선박매매시장이 큰 변화를 맞았다. 선가 산정 방식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통적 방식의 브로커(해운중개업체)에 의한 선가 산출이 정확한 경우도 있으나 주관성 개입, 다양한 선종과 거래를 전부 다루는 문제 등의 한계가 있다. 저희는 수학자와 빅데이터 전문가들이 개발한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가를 평가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알고리즘은 크게 선형, 선령, 선박의 크기, 제원, 용선료로 구성된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시장에 일어나는 실제 선박 매매 내역을 바탕으로 매일 재조정 된다. 기존의 방식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제 3자의 영향을 받지 않아 객관적이고 투명하다는 거다.

또 본사 사이트에서 사용자가 직접 선가 확인서와 공식 감정 평가서를 다운 받을 수 있어 기밀 유지가 가능하다.
 
Q. 이번에 문을 연 한국지사의 역할은?

한국에서도 투명하고 객관적인 그리고 효율적인 선가 조사 필요성뿐 아니라 해운 정보와 분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 고객과 수요에 부합하기 위해 한국에 지사를 내게 됐다. 특히 본사에서도 한국의 해운 조선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기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Q. 한국시장에서의 성과가 궁금하다.

영국 런던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맡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한국 고객과의 거래 규모가 매출액 기준으로 2.5배 가량 성장했다.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한국의 주요 금융기관들 대부분이 우리를 이용한다.

최근 들어 다양한 해운 관련 기관에서도 질 좋은 분석과 해운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와 사전 대응, 신중한 투자를 위한 노력이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나. 주요 해운회사뿐 아니라 연구·조사기관과도 다양한 업무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Q. 한국지사의 목표와 계획은?

해운조사기관에 근무하면서 여러 나라 고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좋은 시스템과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시장에서 활약하는 해운 선진국들이 굉장히 부럽더라. 특히 유럽 그리스 일본 등에선 다양한 시장 정보와 데이터를 이익 창출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충분한 근거와 예측을 토대로 시장을 꿰뚫어보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려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 해운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도록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다.
 
Q. 향후 해운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일 거라 전망하나?

본사 수요공급 분석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대부분의 선종이 2021년 까지 상승할 거로 예상된다. 상승세는 특히 선가 부분에서 더욱 두드러질 거 같다. 장기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는 해운은 변동성이 심한 산업이지만 선가나 용선료 변동폭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예전처럼 단기간에 폭발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둘째는 규모의 경제화다. 대다수 선종에서 인수합병, 선대 매각 등이 이뤄지면서 거대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형화는 협상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점차 중소형 선사들이 생존하기 힘들어지는 환경이 되는 거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이 아닌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적정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규모를 키워 활동하는 선사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Q. 아시아와 한국 해운시장은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나?

일본은 상사나 선주사 지역은행 등 선박금융 원천이 다양한 데다 오랜 해운 노하우와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있어 해운강국의 위치를 지켜나갈 것으로 본다.
본사에서 근무할 때 만난 많은 일본 고객들은 무역 흐름을 토대로 한 새로운 투자에도 상당히 적극적이더라.

중국은 선박금융 장악력이 매우 높은 편이다. 무리한 투자가 섞여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전통적인 투자자 감소로 아직까지 진입 시점이 나쁘지 않은 해운시장 상황에 미뤄 향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과거 손실을 본 시중은행과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거로 보인다. 정부의 직접적인 금융 지원보다 금융기관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

또 제한된 용선주들과의 거래, 중복사업 등으로 일어나는 과다경쟁을 피하기 위해 해운회사들은 영업력을 높이고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인수합병을 해서라도 수익성을 확보하고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 해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Q. 영국에서 근무할 때 현지 해운단체 부회장을 맡아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안다. 특별히 느낀 점이 있나?

영국에서 해운전문네트워크런던(SPNL)이란 이름의 해운 관련 친교단체 부회장을 맡았다. 영국 정부와 해운 관련 회사들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곳이다.

영국은 다양한 이벤트와 콘퍼런스 등을 실용적인 정보와 자신의 진솔한 의견을 공유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 나이 직책 등을 불문하고 해운에 진실된 열정과 관심만 갖고 있다면 서로를 존중하는 데다 관계 형성에도 열려 있다.

해운 데이터와 정보 법률 보험 등 많은 부분에서 영국이나 유럽이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어선지 해운에 깊은 애정과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더라. 또 여러 채널을 통해 형성된 질 좋은 인맥을 활용해 자신의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해력을 넓히고 업무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도 주고받고 있다.

영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에도 해운 발전에 도움이 되고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현지 회사 근무 경험을 쌓은 국제성과 다양성을 갖춘 해운전문가도 많이 나와야 한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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