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피파랭킹 1위의 축구 강국이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 2대0으로 패하긴 했지만, 당시 경기력을 보면 패스 성공률이 86%에 달할 정도로 조직력이 뛰어났다. 이를 물류에 비유하자면 공을 원하는 위치에 리얼타임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프로세스가 체계적으로 잘 갖춰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독일의 물류산업 역시 세계 1위의 위엄을 자랑한다. 독일은 세계은행이 2년마다 167개국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물류성과지수(LPI) 1위에 이름을 올린 지 꽤 오래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3회 연속 1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독일의 LPI는 5점 만점 기준으로 4.20점을 기록했다. 부문별로 보면 ▲통관 4.09점 1위, ▲기반시설 4.37점 1위 ▲국제수송 3.86점 4위 ▲물류품질 및 역량 4.31점 1위, ▲화물추적 4.24점 2위 ▲정시성 4.39점 3위로 분석된다.
2007년엔 4.10점으로 올해와 비교하면 국제수송과 정시성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2016년 집계에선 물류품질 및 역량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이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IT, 물류 혁신 '키'
독일 물류협회에 따르면 독일의 물류시장 매출액은 2013년 2410억 유로(약 322조500억원)에서 2017년 2630억 유로(약 351조4500억원)로 9% 가량 성장했다. 유럽의 물류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약 1조 유로(2015년)에 달하며, 국가별 비중은 독일 25%, 영국 13%, 프랑스 12%, 이탈리아 9% 순으로 나타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Anna NguyenPham(안나 응우옌팜) 독일 함부르크무역관에 따르면 독일은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인프라 품질 및 물류기술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연간 매출액 기준 세계 10대 물류기업 중 3곳이 독일 기업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공급망 시스템 연구소는 향후 물류산업의 대표적인 트렌드로 ▲디지털화 ▲3D프린팅 ▲자율주행 ▲로봇공학 ▲정보사회 ▲다각화 ▲서비스 중심 ▲지속 가능성 등 8개 영역을 꼽았다.
최근에는 컴퓨팅 또는 사물인터넷 등 데이터 기반 모델을 물류 서비스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운송 차량이나 배달 주문 등의 정보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가 더 용이해지고 있으며, 고객의 요구를 물류서비스에 반영하는 게 수월해졌다.
특히 IT산업은 독일 물류산업 혁신의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물류산업의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표준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국제적인 표준의 필요성도 강조된다. 더 빠르고 안전한 데이터 교환을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를 확장해야 하고, 이에 따라 독일 연방물류협회는 정부에 광대역 및 모바일 데이터 네트워크 부문의 투자를 요청한 상태다. 동시에 협회는 정치·과학 및 비즈니스 의사 결정자들이 인더스트리 4.0,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개발과 연계해 물류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류·로봇 결합
독일은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성장으로 물동량이 폭증해 기존의 물류시스템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DHL에 따르면 물류분야에서도 로봇공학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 첨단 로봇은 이미 창고 및 센터에 활용되고 있다. 다만 현재 창고의 5% 가량이 자동화 돼 있고, 지능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선 아직까지 인력을 고용하는 실정이다.
DHL은 가까운 미래에 ▲트레일러 및 컨테이너 언로딩 ▲고정식 품목 피킹봇 ▲모바일 품목 피킹 ▲공동 포장 및 맞춤화 ▲택배로봇 및 드론배송 ▲재고관리 ▲물품 배송 분야에 로봇이 활용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로봇은 관리 시스템을 통해 제어되고, 고도의 정확성으로 재고 이송 및 수주를 실현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어야 한다.
안나 응우옌팜 무역관에 따르면 독일은 물류산업과 로봇·IT산업을 활발하게 결합하고 있어, DHL을 비롯한 대표적인 물류기업들의 서비스 수준은 수년 내로 한 단계 격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독일 물류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산업간 융·복합 트렌드를 전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는 “차세대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비용 센서, 2D 및 3D카메라 시스템, 3D레이저 스캐너, 빠른 컴퓨팅, 자동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다운로드,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고용량 배터리, 이동성, 그립 시스템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생산 부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물류협회는 우리나라에도 ‘한국 대표부’를 설립하며 한-독 물류 교류 및 활성화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한국에서 양국 물류 관련기업 150개사 이상이 참석하는 컨퍼런스를 연례 개최 중이다. 지난해 개최된 컨퍼런스에서는 ‘독일 해운물류에서의 인더스트리 4.0’, ‘한국 해운의 동향 및 기술’ 등에 대해 발표했다.
독일 물류산업 디지털 ‘전환' 직면
독일의 물류산업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2.4% 성장했으며, 올해도 약 2.3%의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독일 물류협회는 ‘물류 및 SCM 분야에서의 트렌드 및 전망’ 보고서에서 미래 물류산업에 영향을 미칠 15가지 트렌드를 발표했는데, 핵심은 디지털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보고서가 제시한 15가지 트렌드는 ▲비용압박 ▲개별화 ▲복잡성 ▲수요변동 ▲인력부족 ▲지속가능성 ▲정부규제준수 ▲위험중단 ▲구매자행동변화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가치사슬의 투명성 ▲네트워킹·협력 ▲비즈니스 분석 ▲자동화 ▲분산화다.
비용압박과 개별화, 복잡성 등과 같은 외부요인은 디지털화 이전과 비슷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및 가치사슬의 투명성은 회사 내부로부터 추진되어야 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기술혁신은 이러한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내는 요인으로 특히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및 WMS(창고관리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외 예측분석, 고객 모바일 데이터 엑세스 및 공급망 센서 감지 등에 대한 중요성은 추후 몇 년간 증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독일 물류협회는 자율차량, 드론 및 무인항공기, 증강현실,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물류 체계 및 공급망 관리의 큰 변화를 예상하고, 이에 따른 구매자 행동변화와 고객별 요구사항(개별화)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목표를 재설정하고 추구할 것을 촉구했다.
밸류체인 대대적 변화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 하에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업의 인더스트리 4.0 활용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한 상황이다. 전체 제품 라이프사이클을 포괄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디지털화는 밸류체인의 대대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물류 영역의 변화도 감지된다. 각 공정상의 변화로 각 산업과 제품 생산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독일 주요 제조분야 내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통해 생산의 효율화 및 밸류체인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효율화 공정을 위한 부품 및 제품(산업용 로봇 등),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의 수요가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예컨대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성된 무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의 수명, 저장주기, 주문시점 등이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필요할 경우 이를 활용해 개선방안이나 평가를 내릴 수 있다.
Eurocentral Dassault Systemes(유로센트럴 다쏘 시스템) 바르트(Andreas Barth) 매니저는 2019년까지 전 세계 4분의 3에 달하는 산업의 기업들이 밸류체인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르트는 “디지털화를 기업의 표준으로 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며, 이제 인더스트리 4.0을 향해 진로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경쟁기업에 뒤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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