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은 아래의 점을 근거로 들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를 무죄로 판결했다:
첫째, 항만운송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항만운송으로서의 “검량”이라 함은 타인의 수요에 응해 하는 행위로서 선적화물을 싣거나 내릴 때 그 화물의 용적 또는 중량을 계산하거나 증명하는 일을 의미하므로 타인의 수요에 응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의 필요에 의해 행하는 행위는 항만운송사업법에서 말하는 검량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둘째, 피고인 A가 피고인 회사의 직원으로서 유효한 검량사 자격을 소지하고 있지 아니한 채, 송하인(화주)이 건네 준 화물명세서 (포장명세서)에 부피가 기재돼 있지 않거나 잘못 기재돼 있는 경우 화물의 가로, 세로, 높이를 측정해 화물의 부피를 계산한 다음 이를 컨테이너 내 적부표(Container Load Plan)에 기재해 왔고, 이 사건 F가 운송의뢰한 화물에 관해서는 포장명세서(Packing List)에 부피가 2.484 CBM으로 기재가 돼 있는 것을 가로, 세로, 높이를 측정 해 부피를 2.592 CBM으로 변경해 컨테이너 내 적부표(Container Load Plan)에 기재했으며, 이와 같이 작성된 컨테이너 내 적부표에 따라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과연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행위가 “항만운송사업법”에서 규율하는 “검량”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심을 수긍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가 “타인의 수요에 응해” 검량행위를 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우선 항만운송사업법 제2조 제1항 제16호는 “검량이란 선적화물을 싣거나 내릴 때 그 화물의 용적 또는 중량을 계산하거나 증명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이 컨테이너에 화물을 싣는 단계에서 한 검량행위를 항만운송사업법에서 규율하는 검량행위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있고, 설사 피고인 A의 행위가 항만운송사업법에서 규율하는 “검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인 A의 행위를 “타인의 수요에 응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셋째, “복합운송주선업”이라 함은 타인의 수요에 응해 자기의 명의와 계산으로 타인의 선박·항공기·철도차량 또는 자동차 등 2가지 이상의 운송 수단을 이용해 화물의 운송을 주선하는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자기의 명의로 한다는 것은 복합운송주선업자 자신이 수출입 화물의 물류에 관한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고, 자기의 계산으로 한다는 것은 위탁자로부터 수출입화물의 물류를 위탁 받은 복합운송주선업자와 제3자 간의 거래로 인한 손익이 복합운선주선업자 자신에게 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복합운송주선인이 관여된 운송계약은 송하인과 복합운송주선인 사이의 운송계약과 복합운송주선인과 선박회사 사이의 운송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피고인 A가 송하인인 F가 의뢰한 운송물을 측량하는 행위는 F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고인 회사가 운송인으로서 자기를 위해 한 측량행위라고 봄이 상당하고, 선박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고인 회사가 송하인으로서 자기를 위한 행위에 따른 검량행위로 보일 뿐이므로 피고인 A의 행위를 “타인의 수요에 응하는” 행위로 볼 수는 없다.
넷째, 피고인 A가 작성한 컨테이너 내 적부표를 토대로 선하증권이 발행된다고 하더라도, 복합운송주선인은 송하인에게 복합운송주선인 자신의 명의의 운송서류인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급할 수 있는 것이므로 컨테이너 내 적부표를 토대로 선하증권이 발급된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타인의 수요에 응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피고인 A가 작성한 컨테이너 내 적부표를 검량사가 작성한 증명서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고인 회사가 자신의 운임 등을 산정할 목적으로 한 자기의 필요에 의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 행위는 타인의 수요에 응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의 필요에 의해 행하는 행위로서 항만운송사업법에서 말하는 검량이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위 항소는 이유 있다.
4. 나오면서
복합운송인(복운인)이 선적에 앞서서 화주가 보낸 화물정보가 맞는지에 관해 재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다만, 이를 위해 복운인이 검량사 등을 고용하거나 내지 그와 위탁 계약을 맺어 검량사 등으로 해금 감량을 하게 해야 다는 것이 1심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검량사 등은 검량사 등 자격시험에 합격자로서 그 숫자가 제한이 돼 있음은 물론, 복운인 회사에는 검량사 등에 못지 않은 지식(검량사 등의 자격시험은 크게 필기와 면접으로 나뉘는데, 예컨대 검량사의 경우 필기과목은 선박의 구조 및 흘수 계산방법, 검량에 관한 일반적 지식 및 영어로 돼 있다.
항만운송사업법 시행령 제8조 등)을 가진 스탭들이 임직원으로서 근무하는 것이 통례인 관계로 복운인이 자신이 인수한 화물을 검량해 선사에 제공하는 적부표가 검량사에 의해 작성돼야만 한다는 단속관청의 해석은 법령에도 근거가 없는 것임은 물론이거니와, 물류 현실과 동떨어진 불요하고 과도한 단속을 야기하고 말았다고 보여 진다.
결국, 2심의 결론 대로 복운인 자신이 인수해 선사로 해금 운송하게끔 처리하는 화물에 관해서는 검량사 등을 두지 않고 스스로 처리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검찰은 위 2심 판결에 반발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기각했다.) 이 사건은 복운인 특히 LCL 화물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들일 수록 상기와 같은 법원 판결에 유념하고, 당국의 근거 없는 단속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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