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1 09:21

[생활물류] 생수물류와 한반도의 미래

칼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성우 본부장
생활 속 재미있는 물류 이야기

요즘 남북화해 분위기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갑작스런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판문점 선언’과 남북의 예체능 분야 교류는 오랜 고민이었던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이 정치적으로는 화해, 경제적으로는 공동번영의 길이 열릴지도 모르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는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 돌발변수가 너무 많고 양자관계가 아니라 세계 열강들과 얽힌 복잡한 다자관계 그리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다른 속셈들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화해 분위기는 반가운 일이고 사실 남북한의 끊임없는 노력과 뜨거운 염원이 지금 이 순간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다음달 북미대화 이후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큰 방향이 정리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물류를 통해 한반도의 막힌 물류의 길을 잠시지만 열었던 남북러중 협력하의 생수물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2015년 4월 갑작스러운 정부 요청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가게 됐다. 이유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평생 말로만 듣던 북한 땅은 두려움, 흥분 그리고 호기심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던 나의 감정만큼이나 심란했다. 열악한 기차역 시설과 주변 시가지는 늘 들었던 북한의 환경을 그대로 보여줬다. 반나절 정도 이동해서 도착한 나진항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항만이었다. 일본이 과거 만주국을 운영하기 위해 나진항을 중심으로 진출기반을 다졌다고 하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커먼 러시아산 석탄을 처리하기에는 나진항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며칠간 중국 국경, 나진항 주변 그리고 러시아 국경을 오가면서 조사한 결과 나진항은 러시아의 석탄화물보다, 중국 화물 특히 중국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부가가치가 높은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정부 당국자들한테 어렵게 이러한 의견을 개진하고 나는 귀국 길에 올랐다. 내심 의견은 냈지만 내 말이 단기간에 실현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

그런데 7개월 뒤 중국산 생수 컨테이너 10 TEU가 진짜 북중 국경을 통과해서 나진항을 경유한 후 부산항으로 들어온 것이다. 국내 출장 중에 받은 전화 한 통화, 박사님 저희들이 해냈어요! 저녁 사 주세요! 라는 지쳤지만 강렬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같이 방북했던 사업 참가기업의 실무진들이었다. 이 실무진들이 물류로 남북을 묶어보자는 나의 호기어린 소리를 실현해 준 장본인들이었다. 이후 그 생수가 어떻게 운송돼 왔는지 그 과정을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생수인데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오직 민족의 미래를 위한 고민, 열정 그리고 믿음을 기반으로 이 엄혹한 단절의 공간을 넘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백두산 주변 이도백하에서 출발한 이 생수의 여정은 신뢰할 수 없는 물류루트로 화물을 보낼 수 없다는 화주를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됐다. 이른 겨울이 시작되던 만주벌판을 가로질러 중국 국경에 도착한 생수는 첫 관문인 중국세관을 통해서 북한측 세관이자 최대의 관문인 원정세관을 통과했다. 북한당국은 기존 러시아 석탄 이외에 다른 화물 그것도 중국산 생수를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북측은 사전에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고 이미 관련 정보를 러시아측을 통해 북한에게 전달된 걸로 인지하고 있던 우리측 담당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말 그대로 배달사고가 난 것이다. 러시아측은 ‘해당 정보를 북한에 주었다’라고 하고 북측은 ‘받은 적이 없다’고 하니 이 사태를 현지에서 새롭게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북측의 운송 선박 나진항 입항 불허, 동절기 생수 동파 위험, 폭설로 인한 원정세관-나진항간 도로운송 제한(아래사진 참조) 등이며, 제일 큰 문제는 북한 당국, 러시아 철도공사, 우리나라 당국의 입장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선박 지연은 곧 비용이고 손실 비용은 점점 커져가고 방북기간은 연장이 불가하며 북측은 의사결정에 기약이 없으니 주 화물인 석탄만 운송하고 생수는 포기하자는 의견이 우리측 방문단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2-3일 안에 무조건 풀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북한에서 중국과 서울에 설득 전화, 생수 동파방지를 위한 부가 작업 등 만만치 않은 일들이 진행됐다. 북한 세관을 통과하지 못한 생수를 다시 중국측 물류창고로 옮기고 트럭기사들이 약속된 일 이외에는 운송을 못하겠다는 것으로 해당 운송회사 사장을 설득해 풀고 화물의 동파를 막기 위한 부가 작업을 지속하면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물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비용을 물어내는 것은 물론 화주기업의 담당자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일이 풀리지 않은 채 복귀 마지막 전날, 부정적인 북한의 반응과 우리 방문단 내에서도 나오는 포기하자는 의견이 오가는 와중에 모두 저녁 식사자리를 가졌다.

마침 같은 식사 테이블에 북한 담당자와 남한 물류담당자가 같이 배석하게 돼 ‘이 사업이 어느 측에 유리한지 또는 어느 정권에 더 도움이 되는지 따지지 말고,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자연의 이치이듯 우리 남북이 힘을 합쳐서 다음 세대를 위해 물류가 흐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언젠가 통일이 되고 나진항에 수백, 수천개 컨테이너들이 실리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면서 그 밑바탕에 선배들의 이 마음들, 이런 노력들이 있었고 거기에 미약하나마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 라고 이야기를 했고 가만히 듣던 북한 당국자가 자기측 동료를 돌아보면서 ‘이 동무 당신은 일을 추진할 때 뭘 가지고 판단하네?’라고 물었고 ‘나는 사람을 본다’라는 응답을 하면서 ‘좋다. 내 한번 도와 주갔어’라는 짧지만 묵직한 대답을 했다. 

20년 넘게 물류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했고 다양한 사업도 진행해 봤던 본인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또 한번 모든 일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고 북한 역시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중국 백두산 자락에서 출발해 중국 훈춘, 북한 나진을 거쳐 우리나라 부산까지 왔던 생수 운송에 이렇게 보이지 않은 많은 분들의 노력, 열정 그리고 도움이 있었다. 그 당시 부산으로 들어온 생수들은 우리 국민들께서 어떻게 들어온 지도 모른 채 마셨을 것이다. 아마도 판매하는 사람들조차 그 생수병에 걸린 종이 라벨(사진 참조)을 보고도 제대로 이해를 못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이제 남북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고 있다. 아마 이 분위기가 그대로 가서 남북이 서로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게 된다면 이번 나진항 생수물류와 같은 고단한 과정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단한 과정과 노력들이 있었기에 현재 이 분위기가 우리 민족의 화합을 위한 좋은 방향으로 흘려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남북의 담당자들의 열정으로 한반도가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 이런 바람 때문에 난 그 치열한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으로 돌파해 준 그 후배들과 북한 당국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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