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행동경제학 용어가 있다. 최초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되어 판단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할 때 쓰인다. 즉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하게 될 때에 초기 습득한 정보에 집착해 합리적 판단을 흩트리게 한다는 것이다. 배가 닻을 내리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이 초기에 제시된 정보가 일종의 선입관으로 작용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왜 앵커링 현상에 빠지게 되는 걸까?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시 되는 것은 주어진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황과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면 답은 달라질 수 있다.
세계적 마케팅 전략가인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펴낸 ‘마케팅 불변의 법칙’은 마케팅 바이블이라고 불린다. 22가지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기억의 법칙, 인식의 법칙 등에서도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장에 먼저 들어가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나 그 보다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앵커링 효과’와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 둘은 인식의 중요성을 말하는 의미에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닻을 내리면 물 아래에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배를 옴짝달싹 못하게 붙들고 있기에 생각의 닻으로 비유하자면 오판할 수도 있게 생각을 묶어 놓을 수 있다.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닻이 생각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통계원의 2016년 경기도 소재 기업 항만별 이용 현황을 분석해보면 평택항에서 처리한 중국향발 처리물량은 15만5,324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로 전체 항만 이용량이 81만9,956TEU인 것을 감안할 때 19%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처리 순은 인천항(56%), 부산항(22%)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타 대상국별 처리량은 베트남이 6,489TEU로 점유율 4%, 태국 518TEU로 같은 4%대를 보였다. 두 대상국의 50% 이상의 경기도 소재 수출입기업은 인천항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황은 좀 다르다. 2016년부터 평택항과 동남아(베트남, 태국 등)를 잇는 운영라인이 본격적으로 확대․개설되면서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었다.
2017년 평택항에서 처리한 국가별 컨테이너 물동량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56만3,719TEU), 필리핀(3만1,709TEU), 베트남(2만2,499TEU), 태국(5,904TEU) 등 항로신설에 따른 동남아 물량이 큰 폭의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도 소재 수출입기업의 타 항만 이용 물량이 더해진다면 증가세는 한층 속도를 더할 수 있다.
현재 평택항에서 운영하는 컨테이너 항로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12개 라인이 운영중이다. 카페리 항로는 중국 5곳(영성, 연운항, 위해, 일조, 연태)을 기항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2016년 무역통계원 자료를 통해 태국과 베트남 두 곳의 도내 기업의 물동량은 21만9,315TEU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경기도 평택항의 이용 비율이 5%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와 경기평택항만공사는 도내 수출입기업의 물동량을 조사·분석하고 경쟁력있는 물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TF팀을 가동중에 있다. 경기도 권역별 수출입기업의 물량을 파악하고 평택항의 운영항로를 알리며, 올해 신설된 도내 화주의 물류 활동을 지원하고자 새롭게 수립된 화물유치 인센티브제와 중소수출기업 물류지원 사업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TF팀 운영을 통해 앵커링 효과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알 수 있었다. 평택항의 운영항로 다각화 구축 부분이 최우선 과제이나 중국 및 동남아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다수 발견했다. 첫 정보의 적절성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정보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에 얽매여 있으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기회도 잃게 된다.
앵커링 효과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그땐 그랬지”하며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동차 브랜드를 우선 결정했다면 다음은 매장별 판매 조건 및 서비스를 타진해 볼 것이다. 이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조건과 서비스가 좋아 예기치 않게 구매시기를 당기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평택항을 통해 중국의 주요 항만을 비롯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라인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조건 및 서비스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 얻은 정보에 갇힐 수 있기에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왜 앵커링 현상에 빠질까? 주어진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도내 기업인 분들이 경기도 유일의 무역항인 평택항의 현황을 더 알 수 있도록 아울러 이용을 통해 물류비 절감 등 효율적인 물류 활동을 펼치실 수 있도록 오늘도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본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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