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항은 국가관리무역항이지만 시설투자를 비롯해 여러 측면에서 소외돼 있다. 전국 14개 국가관리무역항 중 유일하게 컨테이너전용터미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항만 배후단지와 내륙물류단지(ICD and/or IFT)도 조성돼 있지 않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수도권에서 강원도로의 접근성이 매우 향상됐다. 동해항이 북방물류 중심지로 부각되는 요인 중 하나다.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는 2016년 강원도와 동해시가 출연한 재단법인으로 동해항을 북방물류진출의 전초기지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강원항만개발공사를 설립해 전략적으로 동해항을 북방경제의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Q. 본지 독자들에게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를 소개해 주십시오.
A. 동해항은 국가관리항만이지만, 기능은 벌크전용항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항만이 갖는 경제적인 부가가치 차원에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개항 이후 벌크물량만 처리하다보니까 환경오염 항이라는 오명을 안고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해항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항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차원에서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센터는 강원도와 동해시가 출연한 재단법인으로 2016년 3월 13일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는 운영관리팀, 경영관리팀, 물류기획팀에 13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Q.센터의 주요 기능 및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우선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러시아, 일본, 중국 등에서 세미나 및 토론에 참여하면서 동해항이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또한 실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울, 경기, 충청북부권에 있는 물동량과 연해주로 연결되는 물동량에 대한 O/D(기종점통행량) 조사도 완료했습니다. 향후 동해항이 특화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베이스 조사는 마쳤습니다. 올해부터는 이러한 기초 자료를 갖고 중앙정부와 강원도, 동해시의 정책에 입안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동해항이 강원남부권과 동해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핵심적인 추진방향은 동해안권 육해상 물류거점 건설과 환동해 경제교류의 중심 역할, 산학연관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Q.북방경제권 및 북방물류시장의 성장잠재력 및 향후 발전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A. 북방경제권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비교할 때, 인구 5배, 경제규모는 2배에 달합니다. 세계 10대 항만이 모두 동아시아에 위치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동아시아 교역 비중은 세계 3대 교역비중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UN 아태경제사회위원회에서도 북방경제권을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정책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일본의 광역경제권 및 미래개척 전략 등 각국의 정부는 전략적으로 도로, 고속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 자본을 급속하게 확충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상호 협력 체제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큰 변화 속에서 동해시를 넘어 강원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북방경제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방경제 진출을 위한 육·해상 물류 인프라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북방물류진출 전초기지로서 동해항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A. 동해항은 북극항로, TSR,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결되는 물류거점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입니다. 동해항은 우리나라 수도권 및 중부권, 인구 1억400만명의 중국 동북 2성, 600만명의 러시아 극동지역, 1억2700만명의 일본과 근접해 있습니다. 육상 및 해상교역 항만으로 북방경제의 길목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관문항입니다. 현재 대부분 수도권과 부산항을 잇는 화물은 종축 물류루트를 중심으로 발전돼 있어 수도권 대부분의 화물은 부산항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국내 화주가 러시아 연해주로 화물을 보낼 경우 총 거리가 부산항 1470km, 포항항 1300km, 동해항 1044km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동해항이 가장 유리합니다.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 최기준 센터장
Q.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수도권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교통·물류 인프라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앞으로 물류측면에서 기대하는 효과가 궁금합니다.
A. 강원 영동지역은 산업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낙후돼 있습니다. 최근 2018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제2영동고속도로, KTX 서울-강릉선, 서울양양고속도로 등의 개통으로 강원 영동의 육상물류 SOC 구축은 거의 진행이 됐다고 봅니다. 북방물류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 거점지역으로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북도권, 강원권의 화물이 동해항을 이용할 때, 시간적인 측면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화주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항만을 이용한 해상물류를 할 수 있는 기본시설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이에 센터는 해상물류를 진행하기 위한 기반시설 구축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배후지역에 물류거점시설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동해북부선 철도 연결과 콜드체인 허브 육성, 강원항만공사 개발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복투자,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센터장님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A. 동해북부선 철도는 향후 남북철도(TKR)이 연결될 경우 북한의 나진항과 연계돼 중국 훈춘, 러시아 하산 등과 연결해 TSR를 통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노선입니다. 현재 운행중인 동해남부선과 공사중인 동해중부선의 완공, 동해북부선 철도 조기건설을 통해 환동해권 동해선 연결로 강원도가 철(鐵)의 실크로드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콜드체인은 동해자유무역지역에 2020년 가동을 목표로 냉동·냉장창고 및 가공공장을 신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산물 수입량 중 금액기준으로 약 16%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호품인 대게, 명태는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는 있습니다. 동해항은 지금도 대게 등 러시아 수산물 수입의 중심항이며, 부산항에 집중돼 있는 수산물 허브를 다각화하는 입장에서 동해시 콜드체인 허브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강원항만공사 개발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입니다. 강원도에는 1개의 국가관리무역항과 4개의 지방관리무역항이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 어항 14개를 포함해 총 해안선 약 400km를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이 관리하고 있어, 동해항을 북방경제권 중심항만으로 육성,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항만공사의 역할은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 항만배후단지의 조성 및 관리, 항만재개발 및 마리나항만시설 조성 등 항만관련 핵심 사업에 대한 운영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항만공사와 지방청의 역할 분담으로 항만공사는 수익성 시설 개발, 영업·수익활동, 판매촉진에 중점을 두고 있고, 지방청은 비수익성 시설 개발, 안전·질서 유지, 해역관리로 극명한 역할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동해항이 북방경제 중심항의 역할을 수행하게끔 육성하려면 강원항만개발공사 개발을 통한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춘 전문기관이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현재 강원도는 항만·물류와 관련된 시설이 전무합니다.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과 콜드체인 허브 육성, 강원항만공사개발의 필요성은 과잉, 중복투자가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꼭 필요한 투자입니다.
Q.부산항은 환동해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에 위치해 있어, 북극항로가 상용화될 경우 2개 방향, 3개 기간항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역할이 커질 것이란 주장이 있습니다. 결국 중소규모 항만은 대형항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A.대의적인 관점에서는 중소형 항만이 부산항과 같은 대형항만에 종속된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대형 중심항만과 다수의 소형 피더항만을 연결하는 중심-지선체제(허브앤스포크시스템)는 세계 항만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운송체제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동해항은 북방경제권을 대상으로 지정학적 장점과 리드타임감소, 비용경쟁력 확보 등 한반도 횡단물류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에 피더항만으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북극항로 기점으로서의 역할 및 강원도에서 노력하고 있는 제2쇄빙선 유치, 환동해권의 개발 등과 맞물려 단순히 피더항만의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환동해항로에서 지역중심항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지이며, 대형항만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최기준 센터장이 동해항의 지리적 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Q. 블록체인,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이 물류산업과 융합되고 있습니다. 센터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 나가는지 궁금합니다.
A. 동해항의 물동량은 연간 약 33백만톤으로 전국물동량의 2.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처리화물 중 약 95%의 화물이 벌크화물로 4차산업의 기반이 되는 유비쿼터스항만에도 아직 미치지 못하는 등, 현재 상황에서는 4차산업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센터와 동해시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동해항에 도입 가능한 4차산업 분야를 2017년 동해안 발전전략 국제 심포지엄 등을 통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IoT를 활용해 육상운송수단의 관리와 미세먼지 감지 등을 통해 친환경 스마트 벌크항만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항공안전법 및 항공사업법의 개정으로 드론을 활용한 해안선 감지, 구조물 상태 확인 등에 나설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해상 교통 위험예측, 선박시설사용료 자동고지 등과 같은 적용 가능한 시스템 구축 등 4차산업기술이 적재·적소에 적용돼 동해항이 4차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제언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Q.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장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동해시에서 태어나, 동해 및 삼척지역에서 37년간 공직생활을 하고 2015년 퇴직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 관광, 경제, 조직관리,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 근무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2016년 8월 센터장 공모에 참여했습니다. 부족하지만 동해항 개항부터 지금까지 변화돼 온 역사를 잘 알고 있고, 동해항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를) 조직의 목표설정과 조기 정상화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Q. 센터장님의 경영철학이 궁금합니다.
A. 동해항을 살리지 못하면 강원 남부권의 희망은 없습니다. 벌크위주처리항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항만이 갖고 있는 경제적인 부가가치가 너무 낮아 아쉬움이 큽니다. 개항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환경오염 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센터의 설립 목적인 동해항만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신념과 실천, 합리적 경영, 공유화 화합을 철학으로 갖고 있습니다.
Q. 취미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면?
A. 등산을 자주 다닙니다. 특히 혼자 산행을 하는 것은 수양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요한 산속에 있으면 잡념이 사라집니다.
Q. 마지막으로 물류업계 관계자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동해항은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속초-삼척간 동해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배후 광역교통망이 확충됐습니다. 향후 서울-동해간 고속철도, 평택-삼척간 고속도로 등 동해항이 환동해권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화물을 일본 서안이나 극동러시아 등 환동해권으로 운송할 경우 동해항을 이용하면 화주입장에선 리드타임이 감소되고, 비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류업계 관계자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북방경제권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북방물류측면의 포텐셜을 갖고 있는 동해항과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의 향후 행보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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