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8 11:35

부산신항 타부두환적 ‘오해와 진실’

"환적경쟁력 저하는 한진해운 파산 영향이 커"

세계 4대 해운 얼라이언스가 2M+HMM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3개로 재편되면서 부산신항도 변화를 맞았다. 2M(머스크·MSC)은 2부두 부산신항만(PNC)에서 1부두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과 3부두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로 나뉘어졌다. 새로 편성된 디얼라이언스는 2부두, 오션얼라이언스는 O3가 기항하던 5부두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 현대상선의 환태평양 노선은 4부두 PSA 현대부산신항만(PSA HPNT)을 이용하고 있다.

얼라이언스 재편과 기항 부두 변경으로 타부두환적(ITT) 물동량은 일시적인 급증세를 보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ITT물량이 약 213만TEU에 육박해 선사들이 부담할 운송비용은 약 400억원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BPA) 물류정책실 측은 “신항의 타부두환적 물동량은 늘어나지 않았으며, KMI가 제기한 문제는 일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타부두환적의 오해와 진실을 가리는 데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 BPA의 입장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Q. KMI의 분석은 무엇이 문제였나?

ITT 물량과 운송요율 집계방식이 잘못됐다. A부두에서 B부두로 화물 운송을 가정하면 보고서는 A에서 화물을 실을 때 한번, B에서 화물을 받을 때 한번으로 물량을 이중 집계했다. ITT 물량은 한번만 집계하는 게 맞다.

여기에 '1FEU(40피트 컨테이너)=2TEU(20피트 컨테이너)'의 컨테이너 규격을 통계에 그대로 적용해 올해 213만TEU의 ITT 물량이 예상된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 40피트 한 박스만 운송한 걸 두고 TEU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A에서 2개로 집계하고 B에서 2개로 집계하면서 총 4개로 뻥튀기가 됐다. 우리 추산으론 올해 ITT 예상 물량이 약 100만TEU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 선사의 비용 부담 문제다. 선사의 비용 부담이 물량 213만TEU에 TEU당 2만원을 추산해 약 400억원에 달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규격(TEU·FEU)당 실질 ITT 운송요율을 적용하지 않고 TEU 요율로 212만TEU를 곱한 것이다. 두 규격간 시장 운송요율은 약 3000~5000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운송요율은 (TEU 요율+FEU 요율)/3을 가정했다면 그나마 객관적이었을 거로 본다. 올해 선사가 부담할 실질 ITT 운송료는 약 120억원일 것으로 전망된다.

작은 오류라면 괜찮지만 비용격차가 너무 컸다. 선사들의 부산항 기항은 전체적인 환적비용을 고려한 데서 비롯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Q. 어떤 점을 연구하는 게 옳다고 보나?

경쟁 항만인 싱가포르 홍콩과 전체적인 환적비용을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하역료 래싱비용 입출항료 예도선료 ITT 비용 등 총 환적비용을 고려해 박스당 비용을 비교 검증하는 게 객관적이다.

실제 환적경쟁력이 실추된 건 부산항이 한진해운이 소속된 CKYHE얼라이언스의 중심 항만이었지만,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물류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라 본다. 보고서는 환적비용이 높아서 선사들이 외면한 거처럼 표현하는 데 그건 말이 안 된다.

Q. ITT가 올 들어 유독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과거 G6얼라이언스가 두 개 터미널을 혼용하면서 ITT물량이 크게 부각됐지만 ITT에 대한 불평은 딱히 없었다. 그러다 얼라이언스가 4개에서 3개로 재편되고 2M이 2부두 대신 1·3부두를 나눠 쓰게 되면서 문제가 붉어졌다. 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터미널 간 단절은 더욱 심해졌다.

2M 측은 우리에게 “시설 개선해라”, “비용 낮춰라”하는 식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항이 2M에 약한 모습을 보이다보니 타 선사들은 누굴 편애하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2M의 불만을 개선하려면 BPA로선 엄청난 재원을 투입해 시설 개선에 나서야 하고, 투자비용만큼 운영사에게 임대료로 받아내야 한다. 결국 운영사들은 하역요율을 올릴 수밖에 없고, 선사들은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2M의 ITT는 터미널과의 협상에서 염가요율로 지나치게 압박한 데서 비롯된 거다. 2M의 경영판단으로 기항 부두가 나뉘게 된 걸 ITT 환적비용이 부담된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부산항이 2M에게 엄청난 기회와 편리함을 제공해준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ITT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뿐더러, 이미 시장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Q. 타부두환적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BPA는 얼마 전 부두 사이를 가로막던 울타리를 제거해 인접 부두간 ITT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접한 부두에 환적화물을 보내려면 게이트 밖을 나가야 했지만 이젠 내부운송로를 통해 좀 더 신속한 운송이 가능해졌다.

선사들도 ITT를 줄이기 위해 자생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선사는 접안일정을 개편해 한 부두에 한번만 접안하던 걸 ITT물량을 보내야 하는 부두에도 추가 접안하는 식으로 개편해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거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항만공사의 내부운송로 구축과 시장의 자생적인 노력이 ITT 최소화에 효과를 보일 전망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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