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항로가 성수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 수출물량이 몰려들면서 시장을 부양하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에 따르면 9월8일자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행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706달러를 기록 전월 대비 40% 급등했다. 지난 8월에도 멜버른행 운임은 TEU당 500달러 선을 넘나들며 약 40% 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발 멜버른행 운임도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9월14일 현재 TEU당 700~800달러까지 급등했다. 번번이 실패하거나 소급적용에 그쳤던 기본운임인상(GRI)이 9월에 대거 적용된 결과다. 대부분의 선사들은 9월1일 TEU당 300달러의 GRI를 시행했다. 운임을 올릴 수 있을 때 대폭 올리자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기 호재에 중국발 물량이 급증하고 있어, 선주가 300달러의 GRI를 고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선복에 여유가 있는 선사도 TEU당 200달러씩은 인상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수기 호재에 힘입어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협의협정(AADA)에 소속된 12개 선사들은 다음달 15일 추가 운임인상에 나선다. AADA는 한국-호주 간 해상항로에서 TEU당 500달러의 GRI를 적용한다고 공표한 상태다.
선사 측은 “성수기인 와중에 10월 중국 국경절과 우리나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량이 몰리면서 운임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현재 운임이 연말이나 내년 1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운업계가 집계한 한국발 동남호주향 8월 당월기준 잠정치 물동량은 6200TEU를 기록했다.
중국발 멜버른행 평균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은 지난달에 이어 90%대를 기록했다. SSE는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선복 조절로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며 “선사들이 스폿(현물)운임을 크게 올릴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한국도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중국만큼 선복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선사가 선박 가득 화물을 실어 날랐고 일부 선사는 8월 말부터 계속해서 선적을 이월하고 있다. 동호주행 소석률은 평균 100%를 기록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국이 크리스마스와 성수기 물량을 대거 선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우리나라도 교역량이 늘어난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선복이 더 부족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10월 장기 연휴를 앞두고 선사들이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에 나설 지는 의문이다. 주요 제조 공장들은 연휴 이전인 9월 중순까지 화물을 대거 선적하고, 연휴기간에는 생산 중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선사로선 선적할 화물이 부족한 만큼 결항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또 연휴가 1주일을 넘어 매년 진행되는 선박 수리작업이나 점검에 들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주요 선사 관계자들은 10월 임시결항이 예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컨소시엄 내 회원 선사 간 임시결항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높은 운임을 유지하고 있고 성수기 물량도 한창 많이 보낼 때라 굳이 결항에 나설 필요성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10월 연휴 직후 화물을 가득 채우지 못한 선박들이 일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한 주가 지난 3주차부터는 다시 성수기물량이 대거 실려 선복부족 현상이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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