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가 우리나라에서 기국(flag state) 100돌 기념행사를 열고 양국 간 해사 분야 협력이 지속되길 염원했다.
파나마정부는 24일 저녁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해양수산부 강준석 차관, 이윤재 선주협회장,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 등 국내 정부 및 선주 선박금융 해사단체 대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국 출범 100주년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나마정부에서 해사청 알레한드로 아구스틴 모레노 부청장과 페르난도 솔로르사노 상선국장, 파나마국제해양대 알라다르 로드리게스 총장 등이 방한했다.
파나마는 1917년 12월15일 파나마법(LAW 63)에 따라 선박등록제도를 국영화한 뒤 각종 혜택과 기술 지원을 배경으로 세계 1위 편의치적국으로 도약했다.
현재 전 세계 선박량의 18%인 8000여척 2억2200만t(총톤수)이 파나마기국에 등록해 있다. 국내 선박의 경우 전체 지배선대의 절반에 육박하는 351척이 파나마국기를 게양하고 세계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있다.
파나마는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한국과 함께 ‘A그룹’ 이사국으로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기금 495만파운드를 납부해 예산 기여도 1위 국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IMO 회원국은 선박톤수에 따라 매년 기금을 내고 있다.
파나마정부는 국내 선주사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본국 행사를 한 달여 앞두고 이날 우리나라에서 지역 행사를 열었다. 파나마가 자국 이외 지역에서 기국 100주년 행사를 연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날 아로세메나 발데스 주한파나마대사는 기념사에서 “이 자리를 통해 양국 간에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우호적인 관계를 알려드리고 싶다. 전 세계 편의치적 기국 선두주자인 파나마에 보내준 신뢰와 믿음에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한국 행사 개최 의미를 밝혔다.
한국에 부임한지 3년째를 맞은 파나마 부통령 출신의 아로세메나 대사는 지난 2015년 6월 국제해사기구(IMO) 차기 사무총장 선거를 앞두고 한국 지지를 공식 선언해 임기택 사무총장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파나마는 기국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해양수산부에 해운 협약(MOU) 체결을 제안했다”며 “해사 분야 교류로 양국의 돈독한 관계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파나마해양대 총장은 “전문적으로 교육된 본교 졸업생이 한국 선박에 승선한다면 양국 간 친밀한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 나가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한국 상선이 파나마 운하와 항구를 이용할 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선주사에 파나마 해기인력 채용을 독려했다.
강준석 해수부 차관은 축사에서 지난 IMO 사무총장 선거에서 우리나라를 지지해준 데 고마움을 전하고 “서명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한-파나마 해운물류협력 MOU를 계기로 해운물류 인프라 투자, 전문 지식 교류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이 적극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윤재 선주협회장은 “최근 파나마 정부의 도움으로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설치가 2년 유예돼 해운불황기에 국적선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사의를 표하는 한편 2020년 시행되는 황산화물(SOx) 배출규제의 유예와 파나마운하 통항료의 합리적인 조정에 파나마정부가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파나마정부단 일행은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김영춘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선주협회 한국선급 등에 본국 행사 초대장을 전달했다. 파나마 현지 행사는 오는 10월1일부터 3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임기택 IMO 사무총장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파나마정부는 행사 기간 중 우리나라와 MOU를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파나마해양대 알라다르 로드리게스 총장, 아로세메나 발데사 주한파나마대사, 파나마해사청 알레한드로 아구스틴 모레노 부청장, 페르난도 솔로르사노 상선국장 |
이날 행사를 앞두고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파나마 측은 자국 선박등록제도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파나마기국은 정부가 직접 운영해 매우 안정적이란 설명이다.
아구스틴 부청장은 “해운불황기에도 파나마기국 등록선박이 최근 5년간 계속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우리는 정부가 지원하는 안정적인 기국인 반면 마셜제도공화국이나 라이베리아는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기업 형태의 기국이라 안정성 면에선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는 건 긴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는 걸 증명한다. 전 세계 60곳의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파나마해사청으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기국 업무를 벌이고 있다. 다른 기국과는 차별적인 장점이다. 파나마는 세계 1위의 편의치적국으로, 해사청에서 느끼는 책임감이 굉장히 크다”
아로세메나 대사도 “선박의 기국을 선택하는 건 선주사의 몫이지만 파나마는 운하 이용, 중남미 교통 요지로서의 항구시설, 물류허브 위상 등에서 다른 기국과 많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며 “파나마는 정부가 지원하는 기국이기에 정책 변화로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구스틴 부청장은 파나마정부가 세계 각지에 설치한 세구마르(SEGUMAR)란 이름의 해사안전사무소도 소개했다. 세구마르는 스페인어의 안전(Seguridad)과 해사(Maritimo)에서 따온 부서명이다. 사무소는 파나마 본국에서 파견된 엔지니어가 상주해 등록선박의 안전 점검과 증서 발급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서울 영사관(2012년)과 부산 한국선급(2015년)에 각각 설치돼 있다. “전 세계에 14개의 세구마르 사무소가 있다. 이중 한국에 2곳이 운영 중이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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