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호주항로 시황이 전통적인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국내 수출물량이 급증하면서 선사들은 일제히 해상운임 올리기에 나섰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에 따르면 7월 28일자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행 해상운임은 TEU당 513달러를 기록해 전주대비 40.5% 급등했다. 8월 들어선 운임이 다시 조정국면에 들어가 8월 4일 TEU당 504달러, 8월 11일 493달러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호주항로 운임은 지난 2월말 TEU당 510달러를 받던 것을 정점으로 5월 중순까지 줄곧 400달러대에서 형성되다 5월 하순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300달러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한국발 호주행 해상운임은 보통 계약화물이 많아 연중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대부분의 선사들은 TEU당 약 50~100달러의 GRI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과 8월 모두 TEU당 300달러의 GRI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소급 적용에 그쳤다. 선사 관계자들은 시장점유율이 낮은 선사일수록 화주 유치가 우선인 탓에 운임을 50달러밖에 못 올렸을 것으로 전망했다. 8월 18일 현재 호주행 운임은 TEU당 500~600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성수기 호재에 힘입어 다음달 1일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협의협정(AADA)에 소속된 12개 선사들은 추가 운임인상에 나선다. AADA는 한국발 호주행 해상항로에서 TEU당 300달러의 GRI를 적용한다고 공표한 상태다. 선사들은 운임인상을 크게 못하더라도 성수기에 접어드는 만큼 계속해서 운임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주항로 성수기는 통상 8월부터 11월까지다. 앞으론 성수기를 비롯해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비용 물량까지 대거 실리는 탓에 운임도 선복부족으로 당분간 호조를 띨 것으로 보인다”며 “9월 GRI로 운임이 오르면 내년 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업계가 집계한 한국발 동남호주향 7월 당월기준 잠정치 물동량은 6200~6300TEU를 기록해 전년 동월과 비슷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호주 멜버른행 평균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은 지난달 중순부터 매주 소폭 오르면서 8월 중순 90%대까지 되찾았다. 일부 선사는 소석률이 10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현지 수요 부족으로 소석률이 80%대에 머물렀던 지난달에 비하면 상당한 회복세다. SSE는 선사들이 선복량 조절에 나서면서 수급여건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성수기 흐름은 한국에서도 감지됐다. 대부분의 선사가 선박 가득 화물을 실어 날랐으며 일부 선사는 선적을 요청받은 화물을 다음 항차로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휴가철을 앞두고 중국과 우리나라 주요 공장이 이달 초까지 물량을 대거 선적했기 때문. 납기일이 급한 일부 화주들은 상하이나 가오슝 등 환적화물 처리비용이 저렴한 항만에 환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주행 소석률은 평균 90~100%까지 기록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주항로 선복이 점점 부족한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소석률도 최근 몇 개월을 비교해보면 굉장히 올라간 편”이라며 “선복부족의 영향으로 호주항로를 기항하는 선사가 당분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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