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7 09:58

부산항 화물차 파업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선사 “부두내 환적운송 저가요율은 공급과잉이 원인”
운송사 “선사의 요율덤핑 유도, 근절돼야”

부산신항 내에서 타부두환적(ITT) 화물을 실어나르는 육상운송 사업자들이 운송거부를 철회했다.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협회 트랙터분과는 올 연말까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000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고시된 셔틀요율을 지키도록 하는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기로 부산항만공사(BPA)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을의 반란’…운송사, 파업으로 요율정상화 호소

 육상운송사는 1군 2군 3군 운송사로 나뉘며 무소속의 개인기사도 있다. 선사와의 운송요율 협상에서 한진 동방 세방 KCTC 등 대표적인 1군 운송사들이 물량을 낙찰받아 화물을 실질적으로 운송하는 2군 3군 개인 등의 중소 운송사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중소 운송사를 대표하는 트랙터분과는 BPA와의 협상에서 올 연말까지 TEU당 2000원을 ITT 보조금으로 지원받기로 했다. 또 선사와 1군 운송사가 협상을 거쳐 TEU당 2000원을 추가 지원받는다는 계획안을 내놨다. BPA는 선사와 1군 운송사가 2000원을 추가 지원해주면 운송사들의 불만이 조금이나마 해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PA 관계자는 “일단 BPA 차원에서 TEU당 2000원을 지원할 예정으로 지원방법은 아직 마련 중에 있다”며 “내년도 신규 인센티브 정책안을 마련할 때 운송사 지원대책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운송자협회 이길영 트랙터분과위원장은 “두 달 전부터 요율협상에 나섰는데 BPA 우예종 사장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이번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줘 물류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2군 운송사가 주도한 이번 사태는 선사와의 계약 주체인 1군 운송사가 아닌 2군 운송사가 나선 점에서 해운물류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1군 운송사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단 한 번의 운송거부로 풀어냈기 때문. 항내 화물운송을 책임지는 2군 운송사로선 저가요율에 따른 경영난을 버틸 수 없었고, 계속되는 운송기사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송거부’라는 최후의 협상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이 위원장은 “최근 해상운임이 크게 오르면서 선사들은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운송요율은 저가를 고수하고 있어 계약을 이어가면 경영난이 불가피하다는 데 운송사들이 입장을 같이했다”며 “운송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물류업계에서도 2군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터미널이 추가 장비를 투입해 셔틀운송 회전율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회전율이 늘어나면 운송기사들이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어서다. 또 향후 운송요율을 계약할 때 입찰에 응하는 운송사가 적정요율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선사 “운송사와 맺은 계약 이행한 죄밖에 없다”

BPA가 선제적으로 운송사의 고충 해결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우선 선사와 2군 운송사가 바라보는 관점부터 다르다. 2군 운송사들은 저가 운송요율의 문제점으로 선사의 운송요율 ‘후려치기’를 꼽고 있다. 부산항의 하역요율이 타 경쟁 항만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듯 운송시장도 비슷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선사 관계자들은 여론을 통해 알려진 2군 운송사 소속 기사들의 고된 업무와 고충은 안타깝다고 동감하면서도 요율이 정상화되려면 운송시장의 공급과잉부터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선사의 물량을 입찰하는 1군 업체가 10여개에 달하고, 이들이 선사의 물량을 따내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나서기 때문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과거 표준고시요율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을 때 일부 운송사가 물량을 따내기 위해 표준요율을 어기고 요율의 60~70%선을 제시해 입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운송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산항 셔틀요율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선사와의 계약협상 주체인 1군이 선사에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는데 계약 당사자도 아닌 2군이 갑자기 나타나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선사는 1군과 협상한 요율 및 기타조건에 계약한 만큼, 2군이 겪는 어려움은 1군과 2군 운송사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BPA가 중재에 나섰던 이번 협상에서 선사가 제 3자로 취급돼 운송사 측의 비난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해양수산부와 BPA는 ITT화물의 적정 셔틀요율 관련 외부 연구용역을 앞두고 있다. 이길영 위원장은 외부 연구용역과 관련해 “부산항 환적셔틀요율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데이터 작업을 거쳐 선사가 부담할 추가비용을 파악할 것”이라며 “올해 용역보고서에서 적정요율이 산정되는 걸 보고 운송계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요율인상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선사로선 운송료가 오르면 부산항 기항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어떤 항만에서 환적화물을 처리하느냐는 선사의 결정이다. 부산항 ITT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M얼라이언스는 환적화물을 처리하는 비용이 늘어나면 당장 타 경쟁 항만으로 환적화물을 이전할 거란 의견도 나온다”며 “선사들이 부산에서 환적화물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운송사가 제기하는 ITT 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올해 2M과 디얼라이언스가 신항 내 기항 부두 변경으로 약 176만TEU의 ITT물동량 발생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선사 책임론을 강조할수록 그나마 남은 일감마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계약 주체 간 맺은 차별화된 요율을 공론화하는 점도 문제라고 제기했다. 선사 관계자는 하역요율이나 운송요율은 전적으로 물량이나 계약기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며 개별 계약은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BPA의 중재로 이번 사태는 한숨 돌렸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선사와 운송사 간 줄다리기는 여전하다. 이길영 위원장은 “중국은 해무와 태풍의 영향으로 연 40일 이상의 작업을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설·추석을 포함해 이틀만 쉬고 부두 처리작업도 3배 가까이 빠르다”며 “일본의 경우 운송요율이 우리나라보다 4~5배는 비싼 편”이라고 말하며 부산항의 우수한 작업환경을 선사들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선사 관계자들은 얼라이언스 재편과 우리나라 수출입물량 부족으로 한국에 배선된 선박이 크게 줄어든 현실에 선사에 비우호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신중해줄 것을 요구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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