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8 21:42

'위기에 빠진 항만산업' 정부 지원 가동

포항 인력합리화 56억 지원, 운영사에 연간 24억 지원
노사정 상생협약…무분규·일자리창출 다짐


 

정부가 최근 물동량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만 시장 지원에 나선다. 항만현대화기금을 활용해 임금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항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하역사의 항만현대화기금 납부를 5년간 면제해 경영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항운노조 항만물류업계 대표와 ‘글로벌 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항만 노·사·정 상생 협약식’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지용수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손관수 한국항만물류협회 회장은 이날 ▲노측 무분규 ▲사측 안정적 일자리 창출 ▲포항항 항만인력 합리화 ▲항만현대화기금 10% 납부 한시 면제 등의 내용을 담은 협약서에 사인했다.

인천내항 포항항, 물동량 감소 '구조조정 본격화'

해운항만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을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 가운데 부두에서 물동량을 처리하는 하역은 원활한 수출입과 항만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산업이다.

항만하역산업에 종사하는 인력 수는 항운노조원 8500여명과 하역회사 직원 등 2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항만에서 발생하는 하역 매출액은 연간 2조5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물동량이 정체를 보이면서 시장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국내 항만 물동량은 2012년 이후 연평균 2.3%의 저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그 결과 하역사의 경영난도 가중되는 실정이다. 신항 개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내항부두는 지난해 9곳 중 7곳이 적자를 냈다. 최근 3년 간 적자 규모는 192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영사 10곳은 부두 통합을 추진 중이다. CJ대한통운 (주)한진 동방 동부익스프레스 세방 영진공사 우련통운 대주중공업 동화실업 청명 등은 대주주를 선정해 내년 5월1일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20년간 모아온 항만현대화기금을 적극 활용해 항만산업의 위기 극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항만현대화기금은 1997년 항만 부두운영회사(TOC)제 시행과 함께 항만근로자 상용화에 따른 고용 안전성 제고 등을 위해 추진하는 기금이다. 하역료의 0.5~1%, TOC 임대료의 10%를 적립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849억원이 쌓였다.

 



노사정은 월 평균임금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 항운노조와 향후 방향을 논의하고 희망퇴직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작업량에 비례해 임금이 산정되는 항만하역시장 특성상 물동량 감소는 곧 근로자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포항항은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당진 이전과 포스코의 해외 진출로 물동량이 2011년에 비해 7% 가량 줄었다. 그 결과 포항 항운노조 임금은 2년 새 20% 하락했다. 500만원대던 월급이 3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포항항운노조는 인력 47명을 자발적으로 줄이기로 결정했고 해수부는 퇴직자들에게 생계안정지원금 56억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정부와 노조는 원만한 인력 구조조정을 거쳐 포항항 노무인력의 임금 갈등을 최소화하는 한편 운영 여건을 안정화 한다는 방침이다.

항만현대화기금 5년간 면제

정부는 물동량 부진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부두운영사에도 연간 24억여원을 지원한다. 해수부는 사측의 원활한 구조조정과 정규직 일자리 확보에 대한 대가로 비상용화 항만 24개 TOC에 현대화기금 납부를 5년간 면제할 계획이다. 기업이 받는 혜택은 연간 20억원, 총 100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항만공사에서 시행 중인 항만장비현대화 자금에 대한 이차(利差) 보전 사업을 일반 항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연간 장비대출금 약 100억원에 대한 이차보전액을 최대 4억500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노무공급 주체인 항운노조는 무분규 선언으로, 사측은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화답했다. 일감이 발생할 때마다 하역사가 항운노조에서 인력을 공급받는 항만시장 특성상 이번 항만 평화 선언으로 물류 중단 사태 예방과 하역서비스 향상 등의 항만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춘 장관은 "우리나라 무역이 유래 없는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지난 한진해운 사태 당시 별다른 문제 없이 하역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항만근로자와 하역사가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을 다 해준 덕분"이라며 "상생 협약을 계기로 항만물류의 재도약을 노사정이 하나돼 굳건히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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