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위해 농심(農心)을 가슴에 품고 농민 속으로 들어가 농업인 소득 증대와 복지 증진에 힘쓰겠다는 것. 올해 1월 취임한 농협물류 김문규 대표이사 역시 농심을 반영한 혁신적인 사업추진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데 앞장서겠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농협물류 본사에서 농산물 물류혁신의 선봉에 있는 김문규 대표를 만났다.
농협물류를 소개해 주세요.
간단히 말하면, 농축산물 전문물류기업입니다. 2004년 7월 7일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질 좋은 농축산물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공급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인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해오고 있으며, 냉동·냉장차량을 도입해 농산물 콜드체인 공급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농축산물 물류를 중심으로 하면서 농자재물류, 금융물류, 외부물류(3PL) 등 종합물류를 수행하고 있지요. 말하자면 흩어진 물류자원을 통합·효율화해 농업인 및 화주의 물류비를 절감하고 이를 통해 농업인의 소득을 향상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농협물류 사업영역
NH농협은행, 농협중앙회, NH네트웍스 등을 거쳐, 올해 1월 농협물류 신임대표이사로 취임하셨는데, 농협물류에 오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970년대 후반에 농협에 입사해서 어느덧 40년째 이곳에 몸담고 있네요. 농촌 출신으로 농협에 몸담는 동안 농촌 현장을 누비면서 열심히 일했더니, 운이 좋게도 NH농협은행 부행장, 농협중앙회 상무까지 지냈습니다. 퇴임 후 농협 계열사인 농협네트웍스에서 전무이사를 역임하고 올해 1월 농협물류 대표이사로 부임했습니다. 처음 입사할 때 그 초심을 잊지 않고, 농업인들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취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기존에 몸담으셨던 조직과 비교할 때, 농협물류의 중요도라고 할까요? 어떤 점에서 물류 업무의 매력을 느끼시나요?
물류산업은 상당한 매력이 있습니다. 농협그룹 내·외부적으로 농협물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산자가 상품을 제조 또는 생산해서 시장에 내보내거나,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은 시장경제 속에서 거미줄처럼 엮여 있습니다. 말하자면 물류산업은 모든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죠. 농협물류에 와보니, 물류는 앞으로 개선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물류네트워크 구축과 물류운영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농협의 전체물류를 통합·효율화함으로써 상당한 물류비 절감을 실현했습니다. 이 덕분에 화주는 사업경쟁력이 강화됐고, 농업인들은 소득이 향상됐습니다. 확신하건데, 물류는 앞으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올해 1월 취임식에서 물류서비스 품질향상 및 내부 업무시스템 개선, 내·외부의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농협물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농협물류의 설립목적과 취지에 맞게 사업을 운영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겁니다. 농협물류는 신선하고 질 좋은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농업인들이 농업생산에 필요한 각종 영농자재, 비료, 사료 등의 물류효율화를 통해 물류비 절감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농협물류의 종합물류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주에게 최고의 만족을 부여하는 게 주어진 임무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봅니다. 취임식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지속적으로 내부 물류 운영 프로세스의 점검과 개선을 통한 물류서비스 품질 향상과 물류비를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사료, 양곡, 비료, 농자재, 생활물자, 농축산물, 유류, 금융, 3PL 등 다양한 분야의 물류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약 700여 곳의 고객사와 400여 곳의 협력사, 3000여 대의 운송차량을 운송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물류사업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호 화합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농협물류는 범농협 물류네트워크와 일일 약 7000여 곳에 물자를 공급하는 운송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고도화해 2020년 매출액 5000억원 규모의 국내 농·축산물 물류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종합물류회사로 육성시킬 계획입니다.
한편 대표님께선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산지물류 활성화를 통한 경영비 절감과 물류비 원가절감으로 농가소득 증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궁금하네요.
농가소득 지원을 위해 지난 4월 전담조직인 농가소득지원팀과 산지사업소 2개소를 신설했습니다. 지원방안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농산물 주요 출하산지에 거점을 만들고 산지 거점간 정기화물 노선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산지에서 농산물이 개별, 편도로 수도권 유통센터로 운송되던 것을 현재 밀양, 나주물류센터를 산지 거점으로 운영해 소량의 농산물을 무상 순회수집하고 있으며, 수도권 유통센터와 산지거점간 간선수송 노선을 정기화해 산지 농산물 운송비용을 40% 이상 절감했어요. 둘째, 농산물 생산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농업인들에게 우발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출하농산물 운송차량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올해 봄 청양고추 가격이 전년대비 70% 이상 하락해 주요 생산지인 경남 밀양과 진주지역에선 물류비 부담으로 출하를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약 1억원 정도의 무료운송차량 긴급지원을 통해 약 1200톤의 청양고추를 소비지로 운송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650여 곳의 농가에선 1년 간 피와 땀으로 생산한 청양고추 약 30억원을 시장에 출하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농업인 운송비 지원을 위해 운송매출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운송매출장려금이란 농협물류 운송서비스를 이용해 산지 농산물을 출하했을 경우, 이용금액의 일부분을 장려금 형식으로 농가에 환원해주는 사업입니다. 이를 통해 산지에서는 운송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으며, 농협물류는 산지 농산물 운송사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사업모델입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 화두입니다. 농협물류는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까?
산업의 혈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물류산업은 최근 4차 산업혁명과 만나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첨단 기술과 만나 더 효율적이고 더 빠른 시스템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류 4.0 시대에 대비해 농협물류는 새롭게 개설하는 물류센터에 대해 3세대 농협 물류센터로 진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7월에 신규로 개장하는 횡성물류센터는 상품의 특성과 관계없이 출고량의 100% 자동분류가 가능하도록 설계해 피킹작업 속도 증가, 정확성, 생산성, 업무 효율성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한 이 센터는 물류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무인 자동화 물류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작업자의 동선을 최적화하고, 차량 대기시간을 줄여 물량처리 속도를 높임으로써 화주사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고, 생산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여요. 앞으로도 시대변화에 맞게 신규 정보통신기술을 물류현장에 접목시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입니다.
농협의 택배진출이 한때 이슈로 부각됐습니다. 향후 물류기업 인수합병(M&A)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농산물 택배사업은 농업인에게 택배비용 절감 및 이용 편익 증진을 도모하고, 지역농협에는 농업인에 대한 서비스 확대를 통한 농협의 역할 제고가 가능하기에 필요한 서비스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때 택배사업 직접진출과 M&A가 논의된 바 있으나, 현재는 계획이 없습니다.
택배기업과 협업해 농산물 택배단가를 낮출 것이란 풍문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현재 농업인들은 높은 택배비용과 수거 지연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농협은 이런 부분의 불편함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고, 농업인들의 편의제공을 위해 기존 택배기업과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외시장 진출 계획은 없습니까?
농협물류는 현재 비료, 사료 등 원료 및 농산물의 수입과 수출을 위한 수출입 물류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관련 계열사와 글로벌 물류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은 농산물 콜드체인시스템이 아직 미흡합니다. 저온으로 유통할 수 있는 물류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신선하고 질 좋은 국내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어 국내 농산물 수출증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농산물 수출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면서 해외시장 진출 여부를 검토해볼 생각입니다.
대표님의 경영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농협물류는 협동조합 기업으로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농업인을 위해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농협물류의 사회적 책임은 농업인들의 농업경영비 절감과 농가수취가격 제고를 통해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협물류에서 수행하는 각종 사업 중 농업인과 관련된 사업으로 비료, 양곡, 농기계, 일반영농자재, 유류, 사료, 생활물자 등 배송사업이 있는데 이들 사업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당사가 월등히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물류효율화 및 고도화를 통해 농업인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업경영비를 절감시켜 농업인의 소득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키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취미생활이 있다면?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특별히 취미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없어요. 다만 등산을 좋아해서 주말에 주로 산에 많이 다녔죠. 앞으로 은퇴 이후를 대비해 사진기술을 배울 계획은 있습니다.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전국의 유명지를 다니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고 싶네요.(웃음)
대표님의 인생목표는?
주변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합니다. 꽃의 향기(花香)는 백리(百里)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人香)는 만리(萬里)를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고은의 시 <그 꽃>에 나오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이 구절을 항상 생각하면서 삽니다. 산에 올라갈 때는 오로지 정상에 오르겠다는 생각에 미쳐 꽃을 볼 겨를도 없었을 것입니다. 올라갈 때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마는 내려올 때에야 보였습니다. 목표를 다 이루고 난 후 천천히 내려오니 그때서야 보였다는 것입니다. 내려올 땐 그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인데 그래도 여전히 꽃들과의 대화는 어려운 일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성취만을 위해서 앞만 바라보고 부지런히 올라갈 때에는 주위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보이질 않아요.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난 이후에 내려 갈 때에야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꽃은 그대로 일지 모르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 멀어지고 떠나고 없습니다. 사람은 올라갈 때 보지 못하면 그렇게 사라지는 것입니다. 다시 만날 수 없죠. 다시 주어지지 않아요. 한 사람 한 사람 그 소중한 사람들은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때론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더라도, 행여나 끝까지 못 올라갈지라도 꽃보다 아름다운 주위의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대화하고 살피고 챙기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ROFILE
[학 력]
’78.02 농협대학교 농업협동조합학과 졸업
’95.02 전북산업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01.08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금융MBA과정 수료
’13.02 전북대학교 최고위과정(ACE) 수료
’17.02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AMP)과정 수료
[경 력]
’78.03 농협중앙회 입사
’10.01 농협중앙회 감사총괄국 국장
’12.03 NH농협은행 전북영업본부 본부장(부행장보)
’13.06 NH농협은행 리테일고객본부장(부행장)
’14.01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지원본부장(상무)
’15.04 NH네트웍스 전무이사
’16.03 농협물류 전무이사
[관련 단체 활동]
현) 한국콜드체인협회 이사
현) 농협대학교 총동문회장
현) 사단법인 전국퇴직금융인 동우회 이사
전) 서민주택금융재단 이사
전) 신용회복위원회 이사
전)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수 상]
’97.12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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