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6 11:30

위기의 부산항 살릴 묘수 ‘선석 공동 운영’

몸집 커진 얼라이언스 체제, 신항내 환적비 87억 달해
BPA ‘부두지분인수’ 항만조정자 역할론 대두


개항 141주년을 맞은 부산항은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개항 이후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마이너스 성장을 한 차례 기록한 이후 턴어라운드에 성공해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보여 왔던 부산항은 지난해 다시 역신장을 기록했다. 원양선사로 부산항 처리량의 일익을 담당해왔던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근해선사들과 외국선사들이 메우고 새롭게 출범한 SM상선이 미주항로에 취항하면서 한진해운 도산에 따른 물동량 이탈 위기는 가까스로 해결되는 듯하다.

하지만 부산항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한진해운발 위기를 한 고비 넘겼지만 중국의 사드보복과 얼라이언스 재편이 부산항을 어둠의 터널로 안내하는 모양새다. 4월부터 2M, CKYHE, G6, 오션3 등 4개의 얼라이언스는 2M+H, 오션, 디얼라이언스의 3강 체제로 전환됐다. 이전에 비해 얼라이언스 갯수는 줄어든 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졌다.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2M+H의 글로벌 선복량은 730만TEU로 37%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오션은 560만TEU로 28%, 디얼라이언스는 360만TEU로 18%를 차지하면서 전체 정기선시장의 83%가 얼라이언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거대해진 얼라이언스들은 항만들의 최대 고객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대상이다. 대량의 환적물량을 끌고 다니는 만큼 이들의 유치 여부가 항만의 도약이냐 도태냐를 결정짓는 가늠자가 됐다.

특히 범중국계 선사들이 오션얼라이언스로, 통합 진행 중인 일본 해운 3사가 디얼라이언스로 동맹을 형성하면서 자국항만 직기항이 증가해 부산항 환적물량이 위협받고 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처리량 세계 6위, 환적 물동량 세계 2위의 글로벌 환적허브다. 부산 신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286TEU로 이중 75%인 735만TEU가 환적화물이었다. 환적물량 의존이 큰 만큼 얼라이언스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급변하는 해운환경에 부산항 ‘변화의 기로’ 

현재 부산 신항에는 5개 터미널이 운영되고 있다. 별 탈없이 성장을 거듭하던 터미널 운영은 얼라이언스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렸다. 얼라이언스는 줄어든 반면, 다수의 터미널은 그대로 분리 운영되면서 항만비효율이 표면화되고 있다. 부산 신항에 12시간 이상 접안 대기한 선박은 2014년 34척에서 지난해 101척으로 대폭 증가했다. 터미널별로 시설 활용률이 60%이상 차이가 나는 곳도 있다. 여기에 타부두환적 처리비용은 동북아 최대 환적항인 부산항의 자리를 중국항만들에 내어줄 여지를 높이고 있다. 부산 신항의 타부두 환적 하역료는 11만2천원으로, 경쟁 항만인 상하이항 5만9천원의 2배나 달한다. 반면 부산항의 수출입 하역료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평균 5~6만원선으로 경쟁항만의 반 토막 수준에 머물러있다. 터미널 운영사들이 낮은 수출입하역료로 수익성 악화에 고통 받자 타부두환적 하역료를 높게 받으므로써 환적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부산항의 비용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3개의 얼라이언스들은 부산 신항의 5개 터미널에 분산 기항하고 있다. 한 터미널에 기항이 어려운 데다 터미널 운영사들과의 개별 협상결과 뿔뿔이 흩어지는 처지가 됐다. 2M+H는 신항 1, 3, 4부두, 디얼라이언스는 신항 2부두, 오션얼라이언스는 5부두에 둥지를 틀었다. 가장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는 2M+H(532만9천TEU)가 3개 부두로 나뉘어 기항을 하게 되면서 덩달아 타부두간의 불필요한 화물 이동도 발생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항의 터미널간 화물이동은 70만TEU로 그 비용이 87억원에 달한다.

 



이리저리 끌려 다닌 부산항 제 기능 회복 급선무

진화한 얼라이언스가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지만 해운환경 변화에 맞서 부산항도 변신을 꾀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선 환적물량 유치와 얼라이언스 변화에 맞춰 항만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부산항은 단일 운영 체제 구축의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달 20일 부산항만공사(BPA) 대강당에서 열린 부산항 활성화 토론회에서 강부원 국제물류사업단장은 “얼라이언스의 기항 터미널이 분산돼 불필요한 화물이동이 발생하면서 선사들은 타부두 환적 비용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기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항만공사는 특정선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환적 경쟁력을 되찾고 항만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항 운영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 운영체제로의 전환이 쉽지 않지만 흉내는 낼 수 있다. 바로 선석 공동 운영이다. 각자의 터미널 소유권은 그대로 유지하되 선석을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면 현재 뿔뿔이 나뉘어져 있는 얼라이언스 기항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타부두간 환적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강부원 단장은 “신항에는 민자부두도 있어 소유권 이전을 논할 수는 없지만 선석만 공동으로 운영한다면 터미널간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줄이고, 선사들도 기항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 우예종 사장



하지만 단일 운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산항만공사가 터미널임대업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항만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 조정자로서의 지위 확보를 해야 한다. 신항 대부분의 터미널 운영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면서 터미널 지분을 갖지 못한 부산항만공사의 공공정책 조정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터미널 지분이 매각되면서 외국자본은 부산항에서 입지를 더욱 키웠다. 항만공사가 터미널에 최소 10% 이상의 공공지분을 인수해 터미널 운영에도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산항만공사 우예종 사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당시 한진해운터미널에서 다 해결하지 못하는 선박은 다른 선석으로 전배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하역료 지급을 두고 운영사들이 하역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터미널 운영은 공공재 영역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만공사가 지분을 확보해 주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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