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선사 양밍은 최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재정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37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해운 불황으로 야기된 재정 위기를 타개한다는 목표다. 양밍한국 이봉섭 대표이사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본사의 자본 증자 계획과 디얼라이언스 출범 이후의 해운서비스 변화에 대해 밝혔다.
그는 동맹 개편으로 한국 해운서비스가 종전보다 강화되는 한편 광양항 서비스는 주2회 체제를 유지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올해 들어 운임과 물동량이 함께 상승세를 띠고 있다며 해운시장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제기했다.
Q. 대표이사 취임 후 첫 인터뷰다. 양밍에 대해 소개 바란다.
양밍을 대표해서 인터뷰를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모쪼록 이 기회에 양밍의 현 상황을 소상하고 진솔하게 알려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양밍은 1873년 설립된 청나라의 초상국을 모태로 하는 중국 최초의 국영해운사다. 국민당 정부는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이주한 뒤 1972년에 초상국 자산을 바탕으로 양밍라인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 1996년에 민영화 했고 현재 컨테이너선사업을 주력으로 벌크와 물류 항만터미널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본금과 자산총액은 한화로 환산했을 때 각각 1조1000억원 5조1300억원 정도다. 현재 57만5000TEU의 선대를 운영 중이며, 2015년 한 해 매출액 4조5000억원을 거뒀다.
Q. 전체 실적에서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시장 비중은 양밍 전체 수출입 물동량 기준으로 4% 정도다. 퍼센티지는 크지 않지만 본사에서는 한국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한국시장만 놓고 볼 때 미주노선은 6%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이 특히 강하다. 현대상선 바로 다음인 10%를 차지하고 있다. 양밍은 전통적으로 북미항로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진해운이 미주 노선을 시작할 때도 우리와 같이 하면서 배웠다. 한국-동남아항로에선 3%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유럽은 통계가 없어서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3~4% 정도 되는 것 같다.
다만 한국과 동남아를 잇는 네트워크가 다소 약하다. 현재는 대만과 홍콩에서 끝이 난다. 베트남이나 태국까지 취항하기 위해 본사와 협의 중이다.
Q. 정기선사들이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밍은 어떤가?
알다시피 유례없는 해운 불황으로 인해 양밍도 작년에 적자를 많이 봤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4700억원 정도였다. 4분기에 운임이 회복세를 띠었다는 점에 미뤄 볼 때 연간 적자 폭은 다소 개선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해운기업간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만선사 통합설도 꾸준히 흘러나온다.
누차 보도된 것처럼 대만 의회에서 에버그린과 양밍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지만 대만정부는 사기업과 공기업간 합병의 어려움을 들어 통합을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두 회사도 독자적으로 영업을 지속한다고 천명했다. 최근 대만정부의 해운지원책에 따라 독자경영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양밍은 3억2000만달러, 한화로 3700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증자하기로 결의했다.
Q. 자본 증자가 이뤄지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나?
잘 알다시피 양밍은 대만정부가 33.3%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일반 사기업보다 자금 조달 능력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셈이다. 대만은 해운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자국 내 해운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제적으로 19억달러(2.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해운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양밍에도 상당한 정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보도된 것과 같이 양밍은 3억2000만달러를 증자할 예정이다. 자본 증자가 마무리되면 정부 지분은 33.3%에서 4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가게 돼 좀 더 안정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특히 올해는 시작이 좋다. 미주와 구주항로에서 운임이 올라가고 있고 물동량도 상승세다. 수년간 이어져온 불황이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울러 유가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지만 예전처럼 폭등할 걸로 보진 않는다. 많이 오르면 셰일가스가 치고 나와 조정 기능을 발휘하겠지. 개인적으로 현대상선 주식을 샀다.(웃음) 해운시장이 올라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Q.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 출범을 앞두고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계획은?
4월 이후 디얼라이언스가 출범하는 까닭에 새로운 동맹체제의 성공적인 안착에 주력할 예정이다. 알려진 것처럼 동맹 내에서 한국은 총 10개노선 취항이 예정돼 있다. 우선 미남서안(PSW) 노선이 주2항차로 늘어난다. 특히 로스앤젤레스(LA)행 선복이 30% 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미북서안(PNW) 노선은 (캐나다) 밴쿠버를 거점항으로 철도를 이용해 미 중부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럴 경우 운송기간이 기존 15일에서 10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동안(올워터)에선 부산발 뉴욕행 선복을 100TEU에서 200TEU로 늘려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럽항로도 부산과 주요 항만을 직기항하면서 예전보다 운송기간이 짧아지게 됐다. 한진해운이 디얼라이언스에서 빠졌다고 하지만 나머지 회원사들은 여전히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다.
동맹에서 제외돼 있는 아시아 지역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3% 정도인 시장 점유율을 4~5%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오랫동안 광양을 취항해왔다. 디얼라이언스 재편 이후엔 어떻게 되나?
양밍은 한국에서 동남아항로를 후발주자로 진출하면서 광양항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그때가 1987년이다. 제가 당시 아시아팀장을 맡고 있었다. 동남아노선을 시작하려고 보니 부산은 경쟁이 심해서 뚫고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 헌데 광양은 선사들이 비교적 관심이 적었다. 제가 본사에 강력히 건의해서 광양항을 들어가게 됐다. 원양항로를 기준으로 보면 양밍이 광양에서 강한 편이다. 지난해 광양이 컨테이너 220만개를 처리했는데 이 가운데 8만~9만개가 우리 화물이었다.
디얼라이언스로 바뀌면서 광양항 노선이 중단될 뻔했다가 계속 유지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양밍한국에서 계속 주장을 해서 이 같은 결정을 끌어냈다. 동남아노선 1척, 미주노선 1척 등 예전과 똑같이 주 2항차로 광양항 서비스를 이어가게 된다.
Q. 많은 해운사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향후 해운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올해 들어 운임 수준이 작년 이맘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긍정적이다. 많은 해운종사자들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시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급은 정체된 반면 물동량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동맹까지 출범하는 등 2017년은 해운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컨테이너 운임의 침체는 무엇보다 공급 증가가 원인이었다. ‘ULCS’라고 불리는 1만TEU 이상 초대형선의 대량 준공과 연쇄적인 전환배치(캐스케이딩)가 공급 과잉을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신조선 준공이 주춤해진 데다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옛 파나막스(4000TEU급) 선박의 해체가 이어지고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난해 신조선 발주량은 20만TEU에 그쳤다. 2015년의 220만TEU에서 크게 감소했다. 더불어 수요는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5.1% 증가한 1351만9천TEU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1억5370만6천TEU였다.
Q. 마지막으로 해운물류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한진해운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건데 민과 관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게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대화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해운은 국가 기간산업 아닌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우려하는 건 동남아 운임 하락이다. 운임이 계속 이런 식이면 근해선사들도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덩치가 크지 않다보니 맷집이 약하지 않나? 해운업계 한사람으로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운임공표 시스템이 순기능을 해서 마이너스운임이 다 없어지긴 했다. 저희들은 운임공표제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운임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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