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7 10:05

택배기사 멸시 풍조, 누구의 잘못인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출범…특수고용자 목소리 대변

▲지난 1월 8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출범했다.

“20대 후반에 택배를 시작했습니다. 택배기사라는 직업이 아직도 창피합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됐으면 합니다.” -A씨-

“꼭 (택배기사의) 권리를 찾아 혼자 야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었으면 합니다.” -B씨-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 찾기 전국모임(이하 ‘전국모임’)> 지난해 11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택배기사들이 남긴 글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택배기업에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지난 1월 8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존에 택배기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화물연대 내 조직이 있었으나, 전국적으로 택배기사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화물연대 체제에서는 택배기사의 근무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노조가 출범한 결정적인 배경은 택배기사의 열악한 환경 탓이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구성된 전국모임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307명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택배기사 75%의 1주일 평균 근로시간은 70시간이 넘었다. 이 가운데 17.6%는 1주일 평균 90시간 이상을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법정근로시간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을 훌쩍 넘는 셈이다. 70%가 넘는 택배기사는 밤 8시 이후에 퇴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배기사 73%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5~6시간 정도로 열악한 수준을 보였다.      


▲택배기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

택배기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이유는 우리나라 택배산업의 특수한 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 택배기사들은 택배업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신분이다. 퀵서비스, 학습지 교사, 야쿠르트 판매원 등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즉 개인사업가 신분으로 택배를 하나라도 더 많이 배송해야만 자신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오는 구조다. 택배를 한 개 배달하면 택배기사가 취하는 수익은 평균 800~900원 선으로 파악된다. 여기서 또다시 대리점이 수수료를 떼 간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특정 사업주와 근로계약이 아닌 사업계약을 맺는다는 점에서 다르게 처우되나, 대개 하나의 사업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 제공해 보수를 받고, 노무제공 시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유사한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일괄 배제되고,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할 권리를 제한받고 있으며, 일부 직종이 산재보험의 특례를 적용받는 것 외에는 사회보험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특수형태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국제노동기구(ILO)는 새로운 고용형태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조건 및 사회적 보호를 권하고 있다. 대표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등 경기보조원, 레미콘 기사 등 건설중장비 기사, 택배·퀵·화물 등 배송기사, 대리운전기사, 정수기방문점검원 등이다.

택배기사는 택배대리점에 소속된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택배업체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률이 11.02% 매우 저조하다. 행여나 배송을 하면서 부상을 당하기라도 하면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설문결과를 보면, 택배기사들은 자신이 기업에 속한 노동자라고 인식한다는 응답이 81.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신이 사장(개인사업자)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4.3%에 그쳤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말이 좋아 개인사업자이고 계약관계이지 실상은 직원처럼 부려먹는다. 대리점 소장을 통해 관리감독을 하고,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면서도 막상 고용이나 사고 등 책임질 일이 생기면 나 몰라라 하면서 회피한다”며 “기업이 경영을 하면서 이익과 리스크 부담을 함께 가져가야 하는데, 리스크는 기사들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택배산업 ‘소수기업 독식’의 병폐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억4666만개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대다수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택배산업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양상이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택배 평균단가는 전년 대비 3.09% 감소한 2318원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물동량 증가에 따른 업체 간 과열경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협회 관계자는 “퀵서비스 등과 제휴를 통해 당일배송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의 서비스 요구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업체 간 단가경쟁이 지속되면서 평균단가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시장 내 투자 감소, 서비스 수준 하락 등의 우려로 시장 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상위 5개 택배기업(CJ대한통운, 로젠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체국, 한진)이 83.3%를 차지한다. 이중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약 45% 정도로, 국내 택배시장에서의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CJ대한통운의 택배 매출은 전년 4430억원에서 5078억원으로 14.6%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택배물량 9억 박스 돌파와 서비스 경쟁 우위에 따른 시장 안정화로 1년 전에 비해 실적이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택배시장 구조에서 중소택배기업이 택배단가를 올리는 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택배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해부터 저단가영업 전략을 통해 중소택배기업을 압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자유시장경제(free market economy)에서 CJ대한통운이 지속적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저단가로 화주를 유치하는 구조를 문제삼을 이유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혹자는 산업보호를 명목으로 소수의 기업이 택배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자유시장경제의 경쟁 중심의 원리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농협의 택배진출을 저지하고, 쿠팡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 역시 새로운 기업의 시장 참여를 배척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택배시장에 혁신적인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를 없애고 자유화해 놓으면 택배서비스는 더 다양해질 수 있고, 이러한 건전한 경쟁을 통해 택배기업들은 고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을 수 있다. 그래야 택배기업들도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택배기사의 근무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는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통해 중소택배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의 독과점화는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식으로 산업보호만 주장한다면, 먼 미래에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택배기사 멸시하는 풍토 ‘기업’이 바꿔야      

우리나라 대중문화 속 택배기사는 부정적으로 비친다. 잘 나가던 기업의 대표가 택배기사 일을 하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비참함’을 표현한다. 최근에는 드라마를 통해 택배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사례도 간간이 볼 수 있다. 이를 시청하는 택배기사 혹은 그들의 가족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대충매체에 비춰진 택배기사의 삶은 고단하다. 

택배기사는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기업의 얼굴이다. 이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평균 150~300개의 택배를 배달해야 하는 택배기사 입장에선 언제나 시간에 쫓기기 마련이다. 택배업에 대한 직업정신을 갖지 않는 이상, 고객을 대하더라도 웃는 인상으로 꼼꼼하게 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회적으로 택배기사를 멸시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실제로 기자가 택배기사를 동행취재할 당시 몇몇 몰상식한 사람들이 택배기사를 하대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이는 곧 택배기사의 사기 저하와 서비스품질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육체적 노동과 더불어 감정노동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인 꼴이다.     


▲택배기사에게 욕설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택배기업이 쥐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기사가 CJ그룹의 전체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위협요인이 될 수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CJ그룹은 현재 식품·바이오·외식·물류·쇼핑·문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구설에 오르면 자사의 다른 계열사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지난 1월 18일부터 23일까지 택배기사 3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택배노동자 현장, 인권, 노동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 10명 중 6명이 고객들로부터 욕설을 듣는 등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절반의 기사들은 아픈 것을 참고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만일 택배기사가 배송과정에서 고객의 부당한 요구로 인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 택배기업이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그들은 하소연할 곳도, 의지할 곳도 없다. 택배기사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택배기업의 책임이다. 택배기업들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출범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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