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1 17:52

물류환경의 변화와 물류산업의 당면과제

이헌수 편집위원 (한국물류산업정책연구원장, 항공대 교수)

작년 10월호 칼럼부터 시작해 올해 신년사까지 계속 불확실성 관련 이야기만 한 것 같아 필자도 답답한 심정이지만, 앞으로 불확실성의 감소에 대한 기대보다는 국내외적으로 얼마나 더 많은 불확실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큰 것 같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인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제조기업, 유통기업, 고객 등 공급망을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의 수요 및 요구와 환경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물류산업에 있어서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매우 어렵고 또한 그만큼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급변하는 국내외 물류환경과 고객 니즈(needs)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물류산업의 당면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 및 전략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산업 전반과 여러 환경요인에 있어서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올해는 보다 정교한 분석과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물류산업 당면과제

우리 물류산업이 당면하고 있고 대응해야 할 핵심과제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지원 및 네트워크의 확대와 이를 위한 M&A 및 전략적 제휴의 확대를 들 수 있다. 물류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은 역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일 것이며 물론 하드 브렉시트, 트럼프정부 정책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이에 따른 세계 무역정책 기조의 변화 등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큰 흐름은 보다 폭 넓은 국제화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지난 수십년 간 국제화에 반하는 여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제화의 큰 흐름이 이어져왔듯이 특정 국가의 정책들이 이러한 큰 물결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증폭되고 있는 불확실성과 위기요인들은 우리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더욱 촉발시킬 수 있으므로 우리 물류기업들의 GSCM(글로벌 공급망관리) 대응능력의 확보는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또한 소비절벽이라고 할 정도로 내수시장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제조기업 뿐 아니라 유통기업도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와 관련한 글로벌 조달/생산/판매의 확대는 효과적인 SCM 및 물류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둘째, 유연하고 위기 대응능력이 강한(resilient) 공급망 네트워크 및 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국내외 경제 환경에서의 극심한 불확실성이 수많은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고객의 물류 서비스 및 네트워크에 대한 요구 또한 급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리스크로부터 타격을 적게 받으며, 급변하는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리스크는 예방 가능한 리스크, 전략적 리스크, 외부 리스크로 나눌 수 있으며, 현재 자사의 리스크 대응능력(resilience) 수준을 파악하고 이러한 대응능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와 같이 예측이 어렵고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파급효과가 막대한 위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살아남고, 적응하고, 성장하는 시스템(resilient system)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기업이 가지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취약요인(vulnerability)을 파악해야 하며 여기에는 기업 통제권 밖의 빈번한 환경변화를 포함하는 난기류(turbulence), 경쟁자 등 외부로부터의 의도적인 공격,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외부적 압력, 자원의 한계, 외부변화에 대한 민감도,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존도 등이 포함된다. 

다음으로 이러한 리스크 및 취약요인을 예측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능력(capability)을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에는 조달/생산/주문처리 등에 있어서의 유연성, 시설능력, 효율성, 글로벌 가시성,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 및 혁신능력, 예측능력, 신속한 회복능력, 균형 있게 분산 배치된 시스템, 공급망 구성원 간 협업능력, 효율적인 조직체계, 차별화되고 확립된 시장위상(position), 외부공격에 대한 보안 및 안정성, 재무능력, 지속 가능하며 균형된 제품 포트폴리오(portfolio) 등이 포함된다.  

셋째, 글로벌 물류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 및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성장이 필요하다. 2000년대 중반에서부터 2010년대 중반사이의 세계경제 연평균 성장률이 5.4%인데 비해 세계 물류시장 성장률이 7.4%일 정도로 국제 물류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동시에 M&A를 통한 국제 물류시장 통합 현상, 독과점 체제 가속화로 인한 시장진입 장벽 형성 등 국제물류산업에 있어서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즉 해운, 항공, 3PL 할 것 없이 공급이 수요를 크게 상회하는 가운데 소위 치킨게임이 심화되고 있으며, 한진해운 등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조달, 생산, 판매와 관련된 우리기업의 물동량이 급격히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우리 물류기업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없이는, 국내 물류시장의 무질서한 과잉경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위에서 본 것처럼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급격히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물류기업을 위한 기회의 창이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으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2015년 기준 매출액으로서 글로비스가 14.7조원, CJ대한통운이 4.3조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을 계속해 왔으나, DHL(74.4조원), UPS(69조원) 등과 물량, GSCM 개입수준 등에 있어서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리더 기업과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해운과 항공은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우리의 대표적인 물류기업들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고 이들이 선도물류기업(LLP: Lead Logistics Provider)으로서 중소물류기업들과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가야만 우리 물류산업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IT 기반의 혁신모델에 기반 한 SCM 시스템의 구축 및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화주산업에 있어서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리드타임(lead time)으로 대표되는 고객서비스의 제고와 물류비 절감이라는 상반되는 요구 및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되는 요구는 기존의 물류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첨단 IT를 활용한 글로벌 가시성으로 재고 투자를 대체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예측배송으로 운송비용을 대체하는 등 점차 활용 비용이 감소하고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물류활동 자원인 정보로서 활용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자원인 자본 및 에너지에 집약적인 물류활동들을 대체해야 한다. 

또한 국내외를 망라해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신속대응(QR: Quick Response)에 대한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RFID, USN, 모바일 네트워크, 고속운송시스템의 연계를 통한 유비쿼터스 기술 기반 SCM(u-SCM), 신속대응(agile) SCM, 국제전자상거래(cross-border e-commerce) 지원 SCM의 활성화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등 IT 분야의 기술발달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도입해야 한다.

다섯째, 제조, 유통 등 화주기업과 전략적 파트너로서 긴밀히 연계돼야 한다. 한진해운 등 우리 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 3사 등 글로벌 선사들의 영업이익 원천이 상대적으로 다양해 컨테이너 시장 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데 비해 컨테이너 위주의 한국 양대 선사들의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왔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 선사들이 보다 일찍부터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서 뿐 아니라 글로벌 SCM 지휘자로서 화주기업들과 긴밀한 협업 및 연계에 기반을 둔 공급망 모델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해 왔다면 세계경제 및 해운시장 불황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육상운송, 창고사업, 택배사업, 포워딩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항공사업도 본격적인 종합물류(3PL)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며 제조-유통-물류 기업 간 제휴에 기반을 둔 공급망 및 비즈니스 모델 확립을 통해 안정적인 물동량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화주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시 글로벌 공급망 연계모델을 구축해 동반진출 함을 통해,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공히 현지 경영 및 마케팅에 있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2013년 국토부 조사에 의하면 우리 기업들의 86%가 해외에 진출하고 있으나 해외생산 및 현지판매 부문 진출비율은 30% 미만이며 물류기업의 51%가 해외에 진출하고 있으나 수출지원 물류를 제외한 조달, 생산, 현지판매를 지원하는 물류부문에 개입하고 있는 수준은 30% 미만에 불과하다. 따라서 화주-물류기업 동반진출을 통해 각각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맺음말

업계에 오래 계신 분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서 과거 우리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참 해외시장을 누비고 다닐 때의 패기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도 교직에 오래 있었으므로 젊은 친구들의 이러한 변화를 아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따라서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무척 어려운 상황에 있고 이런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겠지만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과 위기요인은 향후 상당기간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을 것이며 여러분의 앞날은 이러한 어려움 앞에서 계속 움츠러들어서 낙오되느냐 혹은 장벽과 위협에 굴하지 않고 부딪히고, 깨고, 성장해 나가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과거 이런 강력한 패기와 도전정신을 가진 학생들 찾기가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 물류기업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급성장하고 세계를 놀라게 했던 때의 큰 비전과 도전정신을 되찾고 재무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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